여성유권자의 물결이 여성정치의 큰 물결을 일으키는 또 한 번의 승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최소한 민주당은 그 결과로 2014년이 ‘여성의 해’로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중간선거의 계절로 접어들면서 “민주당은 여성의 당” “여성은 민주당의 미래”라는 표현이 미디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대선이 없는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국정평가 국민투표와 같다. 당연히 여당인 민주당의 정치환경은 불리하다. 또 투표율 저조한 중간선거에서 가장 투표율 높은 나이든 백인 유권자들은 공화당 표밭이다. 게다가 금년엔 험난하게 데뷰한 오바마케어까지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전전긍긍하는 민주당에게 확실한 희망이 ‘여성’이다. 2012년에 이어 금년에도 공화당의 ‘반여성’ 정책에 분노한 여성유권자들의 여성후보 지지가 민주당에게 힘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성공엔 여성유권자들의 압도적 지지가 큰 힘이 되었고 공화당 유력후보들이 강간과 낙태 등 여성이슈 관련 실언으로 추락하면서 민주당은 연방의석 수를 늘릴 수 있었다.
성차별 심한 공화당의 ‘젠더 갭’을 집중 공격하는 한편 전국 주요선거구에 여성 스타후보들을 포진하려는 민주당은 이미 ‘여성의 해’ 캠페인에 돌입했다. “2014년 민주당은 여성들의 정치적 고향(political home)으로 만개할 것”이라고 워싱턴 온라인 미디어 ‘더 힐’은 예고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여성은 두 정당 사이에서 스윙보터였다. ‘더 힐’의 지적처럼 선거에서 성별의 차이가 부각된 것은 1980년대 여성이슈에 민감한 독신여성들이 민주당에 기울기 시작하면서였다. 특히 지난 10년간 민주당은 그 격차를 한층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고 상당부분 성공했다. 공화당이 피임 및 낙태권리, 빈곤층 지원프로, 직장 내 성차별 소송 등을 반대하며 ‘여성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공격한 민주당의 전략은 여성들의 분노를 불 지피기에 충분했다.
여성의 57%가 민주당을 선호한다. 2012년 퓨 서베이 결과다. 소수계나 젊은 독신여성만이 아니라 기독교신자인 나이든 기혼여성의 민주당 투표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표밭의 여성유권자 증가는 민주당 여성의원의 증가로 이어졌다. 제113대 연방의회 여성의원은 상원20명과 하원 82명이다. 그중 민주당이 79명,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연방의원 중 여성은 민주당의 경우 25%인데 비해 공화당은 10%에 불과하다.
2014년과 차기 대선이 치러질 2016년이 성공적인 여성의 해가 될 것이라는 징후는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직 이루지 못한 평등추구의 상징’으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이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의 막강한 선두주자로 공인받고 있으며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여성후보 발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우수한 여성들의 출마가 부쩍 늘어 후보 인력풀이 급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배경을 브루킹스 연구소의 몰리 잭슨 연구원은 두 가지로 정리한다. 우선은 여성정치가에 대한 인식과 승리확률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정부폐쇄 사태는 여성의원들이 협력과 타협을 바탕으로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회가 되었다.
대통령도 남성, 상원의 80%와 하원의 82.1%도 남성으로 이루어진 워싱턴 정계의 끊임없는 당쟁과 교착상태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에게 여성정치가는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어필한다고 잭슨은 단언한다. 정부폐쇄 후 상원 초당적위원회에 대거 참여했던 여성의원들의 타협능력이 사태해결에 주효했었다는 것은 이미 남성 중진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치하한 사실이다.
모든 남성정치가가 이기적인 독불장군이거나 모든 여성정치가가 현명하고 합리적인 것은 물론 절대 아니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리더십 차이는 다수의 리서치를 통해 증명되어 왔다.
이글턴 연구소 보고서에 의하면 남성들의 출마 동기는 정계진출 자체와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가 첫째인데 비해 여성들은 특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며, 럿거스대학 연구결과 여성의원은 남성에 비해 공적업무를 비밀 처리하는 경우가 드물고 사회약자에 대해 배려와 연민을 더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의원들은 개별적·경쟁적인 반면 여성의원들은 보다 협조적이며 합의모색 스타일이 강해 신뢰와 우정을 바탕으로 초당적 유대강화에 시간과 노력을 쏟고 그 성과를 얻고 있다고 리서치들은 지적한다.
정부폐쇄가 남긴 교훈 중 하나는 여성정치인 증가가 국익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하버드대 강사 스와니 헌트는 “당쟁을 멈출 방법이 있다. 우리가 아는,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여성정치인을 더 뽑자”고 제안한다. 지난여름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면 그 혜택 효과는 사회전체로 물결치며 퍼져나간다”는 힐러리의 웅변에도 열광적인 환호와 갈채가 그치지 않았었다.
미국의 여성은 전체인구의 52%이고 여성유권자는 전체의 56%나 된다. 그러나 연방정계 리더십 위치의 여성은 20%가 채 안 된다. 우간다보다도 낮다. 2014년과 2016년이 진정한 평등의 꿈이 실현되는 디딤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자. 시의회에서 연방의회까지, 시청에서 백악관까지 더 많은 여성들이 진출할수록 좀 더 평화롭고 좀 더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요즘의 정치 상황들이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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