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주전만 하더라도 인도 수도 뉴델리에 위치한 미국대사관 주변은 오바마의 사진을 불태우는 등의 과격한 반미 데모로 시끄러웠었다. 인도 정부의 뉴욕 부총영사인 ‘데브야니 코브라게이드’(39세) 여사의 체포와 기소 때문이었다. 일곱 살과 네 살짜리 두 딸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다음 미 연방 정부의 보안관들에 의해 체포된 코브라게이드는 자신이 면책 특권의 보호를 받아야하는 외교관임을 여러 차례 발설하면서 항의를 했지만 수갑을 채운 상태로 보안관서로 끌려갔을 뿐만 아니라 알몸 수색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를 통해서 25만불의 보석금을 걸고 석방될 때까지 마약 사범들과 함께 유치장에 갇혀 있는 수모를 당했다고 본인만 아니라 인도 조야(朝野)가 발칵 뒤엎어지다시피 되었다. 인도 관리들은 그 여외교관이 당한 경험은 수치감을 주는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난한다. 인도 수뇌 층이 방문 중인 미국 관료와 만나기를 거부했는가 하면 미국 대사관의 동성연애자 외교관들을 추방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소위 동성연애가 범죄라는 인도 대법원의 판결이 얼마 전에 나왔기 때문에 인도 국법을 어기는 외교관들은 추방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이론이었다. 미 국무장관 존 케리가 인도 정부 요로에 유감의 뜻을 전하는 전화를 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애당초 왜 코브라게이드가 체포되는 수모를 겪었을까? 두 딸 아이를 돌보아주는 가정부를 인도에서 데려오는 과정에서 거짓 서류를 제출함으로 미국 정부를 기만했기 때문이란다. 연방 고소장에 의하면 산지트 리차드란 가정부를 데리고 올 때 미국 정부의 요구 조건대로 한 시간당 9.75달러를 지불한다고 했지만 이면 계약서를 따로 작성해서 일주 40시간 일하고 한 시간에 3.31달러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리차드가 한 주에 90시간 내지 100시간 일을 했기 때문에 시간당으로 따지면 1.46달러 내지 1.32 달러를 받고 일한 셈이란다. 리차드 여인이 6월 달 그 외교관의 집에서 도망나온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연방 검찰이 조사를 하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인도인 1.5세의 연방 검사가 이 사건을 맡아 코브라게이드를 체포하기에 이르렀던 모양이다.
그런데 상상의 비약인지는 몰라도 내가 추측하건대 그 연방 검사와 코브라게이드의 출신 과정이 이 사건 추이에 작용했을 듯싶다. 짐작컨대 연방 검사는 인도의 상류층 자제였을 것이고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로 보면 코브라게이드는 이조시대의 백정 신분처럼 인도의 최하계층 계급이었던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었던 달리트 계 출신이다. 지금은 계급제도가 폐지되었을 뿐더러 인도 정부 관련 직업의 15%는 최하층 계급을 위해 할당되어 있어 여 외교관의 아버지도 정부 관리가 되었고 그 딸도 외교관이 되었다는 것이다. 만약 그 연방 검사의 배경이 브라만 아니면 크샤트리아 등 최상류 층이었다면 최하류 층에서 올라온 사람에 대한 마음 속 깊은 편견이 있었을 런지도 모른다. 영사는 제한된 면책특권만 있을 뿐이라는 미 관리들의 주장에 맞서 인도 정부가 그 여외교관을 유엔 주재 인도 대표부로 발령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계속 진행시키겠다고 주장해서 미 국무부 관리들 일부를 당황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그런 의심을 증폭시킨다.
코브라게이드의 변호사가 “그 여자 정도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통 범죄자처럼 길거리에서 체포되는 대신 편리한 때에 담당 관리들에게 나타나 혐의에 대한 대응을 하도록 하는 기회가 통상적으로 주어 진다”라고 말한 것만 보아도 특히 여자로서는 수치감이 심각했을 수갑과 족쇄에 묶이고 여자 보안관에 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알몸 수색을 당한 것은 석연찮은 부분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지위나 신분의 고하를 따지지 않고 범죄 혐의자들을 체포할 때 누구나 똑같은 처우를 받는 평등사회라는 시각이 있다. 2011년에 불란서 대통령을 꿈꾸던 스트로스 칸 당시 세계은행 총재가 수갑 채워져 체포된 모습을 상기시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는 성폭행 혐의자로 신고 되었었다는 게 코브라게이드 사건과는 다르다. 미국과 인도와의 외교관계가 악화될지도 모르는 국면에서 아마도 인도 정부는 그 여성 외교관에게 본국 발령을 내리고 미국은 그 여자에 대한 형사기소는 취하하면서도 전 가정부에의 임금 지불에 대한 민사 소송만 진행시키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하게 될 런지도 모른다.
이 사건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다면 지방경찰이거나 연방 보안관에게 체포될 일을 애당초 저지르지 말아야 된다는 경각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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