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의 이건 씨가 메이저(Major)로 승진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인근 라우든 카운티 세리프국과 알링턴 카운티 경찰국에서도 한인 경찰이 한 명씩 새롭게 배출되었다고 한다. 우선 이건 씨의 승진을 축하하며 계속 좋은 지도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새로 경찰이 된 다른 두 분께도 소속된 지역의 치안 유지에 일익을 잘 감당해 주기를 바란다.

이건 씨는 워싱턴 지역에서 한인 경찰로서 최고위 직에 오른 경우이다. 경찰국장(Colonel)과 3명의 부국장들(Lieutenant Colonel)다음 9명의 Major 직급 부장 (Bureau Commander) 들 중 하나로 고위직이다. 1,360명 가량의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관들 가운데 최고위직 13명 중 하나이니 말이다. 국장과 부국장들은 모두 백인이지만 9명의 부장에는 이건 씨와 흑인 한 명의 동시 승진으로 이제 두 명의 소수민족 출신이 있다. 참고로 13명의 최고위직 경찰 중 여성은 이번에 승진한 부국장 한 명을 포함해 셋이다. 에드윈 로슬러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장은 지난 7월말 국장으로 새로 부임하면서 버지니아 주에서 최대 규모인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의 다인종화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긴다고 했다. 훼어팩스가 계속해서 안전한 곳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경찰력 인원 구성이 지역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 고무적인 생각이다. 나는 로슬러 국장과 여러 해 전부터 알고 지냈다. 교육위원회와 경찰국이 같이 관련된 일들을 하면서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던 것이다. 사실 전임자의 은퇴로 인해 지난 3월 19일 국장 대행으로 임명되던 날 임명 소식 발표 바로 직전 그와 나는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만나 경찰력의 다인종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도 로슬러 씨는 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기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그 부분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로슬러 국장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달 15일 ‘Chief’s Council on Diversity Recruiting‘이라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이에 대한 소수 민족 사회의 도움과 의견을 구하는 모임을 열었다. 약 25명 정도로 구성된 이 자문위원회에는 한인들도 몇 명 포함되어 있다. 지난 달 첫 모임에 이어 다음 모임은 1월 말로 예정되어 있다. 모쪼록 이 자문위원회가 앞으로 소수 민족 사회와 경찰국 사이에 의견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실제적으로 경찰국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내가 경찰력 다인종화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사실 오래 되었다. 현재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토마스 맨저 경찰국장이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장으로 재임하던 2000년부터다. 당시 맨저 국장과 나는 경찰 자격 요건 중 미국 시민권 소지에 관해 오래 동안 토론을 했다. 맨저 국장은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은 아직 시민권이 없더라도 경찰이 된 후 시민권을 신청하겠다고 약속만 하면 그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니 그래도 다른 경찰국에 비해 훨씬 진보적인 경우라고 했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지만 그것으로는 그래도 부족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즉, 경찰이 되기 위해 필요한 다른 자격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킨 유능한 사람 가운데 자신의 선택 여지 없이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경우 그러한 사람이 배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시민권 신청자격이 부여 될 때 바로 신청하겠다는 서약으로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맨저 국장과 그 부분에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한 채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 사건으로 인해 이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기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이 부분에 대해 훼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의 방침이나 나의 생각은 그 후 변함이 없다. 혹시 이번에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이를 다시 거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지 모르겠다. 현재 훼어팩스 카운티 주민 가운데 18% 가량이 아시아인이고 16%가 히스패닉임에도 불구하고 경찰 가운데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이 각 4-5% 정도에 불과한 것을 고려할 때 카운티 경찰력의 인종적 구성 분포도가 조속히 바뀌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