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정적을 깨고 찬송 소리가 들려온다. 손마다 십자가 문양이 든 등불을 들고 찾아온 성가대.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고 있었다. 순간 형언할 수 없는 신비감이 몰려든다.”
한 세대도 훨씬 전의 크리스마스 풍속도다. 그 크리스마스에 언제부터인지 ‘전쟁’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크리스마스란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공공장소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울 수 없다. 그래서 전개되어온 것이 법정소송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 텍사스 등 미국 곳곳에서 크리스마스전쟁(War on Christmas)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공군기지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서는 안 된다, 크리스마스절기 준수를 아예 폐지하자 등등의 이유를 내걸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또 다른 음울한 뉴스가 전해진다. 이번에는 시리아 발 소식이다. 회교근본주의자들이 한 크리스천의 목을 땄다. 그리고는 그의 약혼자에게 이렇게 비아냥거린다. “예수가 구원하러 과연 왔느냐.” 교회에 폭탄공격이 가해져 떼죽음을 당한다. 2000년 전통의 크리스천 커뮤니티가 아예 멸절될 처지에 몰렸다. 내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아랍 중동지역에서 들려오는 뉴스다.
아프리카의 케냐, 콩고, 나이제리아 등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못지않게 끔찍하다. 인도도 예외가 아니다. 강간, 고문 끝에 죽는다. 총에 맞아 죽고, 심지어 도끼로 살해되기도 한다. 그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기독교인들이다.
이 끔찍한 사건들은 단지 우연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인가. “아니다. 보다 큰 흐름으로 보아야 한다. 크리스천을 타깃으로 한 거대한 전쟁이 목하 전개되고 있다.” 새삼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다.
관련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존 앨런 주니어가 펴낸 ‘Global War on Christians’이다.
‘인권을 위한 인터내셔널 소사이어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종교적 차별행위의 80%는 기독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2006년에서 2010년 사이 전 세계 139개 국가에서 기독교인들은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것으로 퓨 연구조사는 밝혔다.
기독교단체가 밝히는 통계는 더 끔찍하다. 세계기독교연구 센터에 따르면 매년 10만 정도의 기독교인들이 학살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 시간마다 지구촌 어디서에서인가 11명의 크리스천들이 살해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기독교는 21세기 들어 가장 심한 박해를 받는 종교집단이란 것이다. 믿어지는 이야기인가, 도대체가.
“전 세계 기독교인은 23억에 이른다. 그 절대다수가 제 3세계 지역 주민이다. 이 비(非) 백인계 크리스천들은 대부분이 그 사회에서 마이너리티 그룹이다. 그런 그들이 기독교도란 이유로 받는 박해에 대해 서방의 언론은 무관심하다.” 앨런 주니어의 지적이다.
그 제 3세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만행에 서방세계는 눈감고 있다는 것이다. ‘Global War on Christians’이란 저작을 통해 그가 던지고 있는 질문도 바로 이것이다. 왜 그들의 고통에 서방세계는 침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 현상이 된 기독교 박해’- 이는 그러면 문명충돌, 다시 말해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랍 회교권이 극심한 기독교 탄압지역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니까.
가장 처참한 기독교인 학살극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그러나 다른 지역이다. 인도도 그 후보지역의 하나다. ‘세계 최악’의 타이틀 보유국은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북한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11월 어느 날. 북한 땅. 공개처형이 실시됐다. 80 여명이 말뚝에 묶여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 한국 비디오를 보았다, 매음행위를 했다 등등이 그 죄목들. 한 가지가 더 있다. 성경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줄잡아 최소한 30만이상의 기독교인들이 처형됐다. 최소 20만에서 40만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지하 기독교인들 중 4분의 1은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다. 그들이 수용소에서 겪는 고통은 상상을 절한다. 강간에 고문은 일상사다. 생체실험 대상이 되거나 펄펄 끓는 쇳물을 들이 붙는 처벌도 가해진다.
‘오픈 도어스’(Open Doors), 월드 워치 등 국제기구들이 전하는 참상으로,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기독교 탄압은 더 가혹해졌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오늘도 들려오는 것은 크리스마스전쟁 소식이다. 그 가운데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고통 받고 있는 중동지역의 기독교인들을 위해 기도하자는 호소를 한 것이다.
순간 한 외침이 떠 올려 진다. “예수님, 남반부에만 머물지 말고 이곳에도 오시라우요!” -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한 장면에서 나온 절규다.
북녘 땅에 또 다시 몰아치고 있는 광풍의 피바람. 그 가운데 어쩐지 그 장면이 자꾸만 겹쳐 져 어른거린다. “…이곳 북녘 땅에도 오시라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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