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의 남편으로 김정은이 아버지를 이어 3대째 북한의 ‘왕’으로 등극하게 한데 수훈갑을 하고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제2인자 노릇을 하던 장성택의 몰락과 처형은 전 근대적이고 야만적이다. 북한의 유일한 당·정부 관할 통신사인 조선중앙 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보자.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 국가 안전 보위부 특별 군사재판이 12월12일에 진행되었다…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 규탄하면서…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었다.”
소위 인민재판에서 “저놈은 친일파 악질 지주로 농민들을 수탈한 죄가 수많이 있으니까 죽여야 된다”고 외치면 “옳소” “옳소”의 박수를 거쳐 당장 죽창으로 찔러 죽이던 장면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로부터 며칠 전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한 때는 자기에게 굽실거리던 박봉주 내각총리 등의 혹독한 비판을 들은 다음 두 명의 보안원들에 의해 끌려 나갈 때만 하더라도 장성택은 김씨 왕조의 혈통과 혼인 관계에 있는데다가 북한이 한 국가로서 살아남은데 필수불가결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목숨만은 부지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이었었다. 그런 예측을 뒤엎고 장성택이 재판 당일에 즉시(일설에 의하면 기관총으로) 처형을 당한 것을 두고 김정은이 제2인자를 용납 못하는 잔인성을 보였다거나 또는 군부 강경파의 압력에 굴복해서 어쩔 수 없이 윤허한 처사였다는 등 여러 설이 있다. 또 노동당 통일 전선부에서 6년간 일하다가 탈북한 국가정보원 산하의 연구소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한 경험도 있다는 뉴포커스의 장진성 대표같은 사람은 장성택 처형이 군이 아니라 당 조직 지도부의 인맥 쿠데타로 김정은은 허수아비로 전락했다고 다른 전문가들과는 다른 분석을 내놓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런데 마치 김정은을 수행하던 장성택의 모습이 모든 기록 영화에서 감쪽같이 삭제되었듯이 심지어는 중앙 통신과 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에서 장성택에 대한 재판 기사 등도 며칠 사이에 삭제되었다는 보도는 적어도 김정일 제2주기에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 실세들이 외관상으로 과시한 일치단결의 모습이 실상과는 다르다는 전조인지 모른다. 특히 장성택이 당과 사회주의 제도에 반역하기 위해 규합했다는 심복들이 아직도 여러 분야에 박혀있다면 그들에 의한 반격도 상상할 수 있다. 그런 마당에 중앙통신의 소위 보도 내용을 살피는 것이 북한의 실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노동당과 정부의 입답게 그 보도는 이렇게 대성일갈(大聲一喝) 한다.
“그러나 개만도 못한 추악한 인간 쓰레기 장성택은 당과 수령으로부터 받아 안은 하늘같은 믿음과 뜨거운 육친적 사랑을 배신하고 천인공노할 반역행위를 감행하였다. 장성택은 제 놈에 대한 환상을 조성하기 위하여 당과 수령에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깨끗한 충정과 뜨거운 지성이 깃들어 있는 물자들까지도 중도에서 가로채 심복 졸개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제 놈의 낯내기를 하는 무엄한 짓을 하였다…장성택은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망탕 팔아먹도록 하여 심복들이 거간군들에게 속아 많은 빚을 지게 만들고 지난 5월 그 빚을 갚는다고 하면서 라선 경제 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중국)에 팔아먹는 매국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장성택은 2009년부터 온갖 추잡하고 더러운 사진 자료들을 심복 졸개들에게 류포시켜 자본주의 날라리 풍이 우리 내부에 들어오도록 선도하였으며 가는 곳마다에서 돈을 망탕 뿌리면서 부화방탕한 생활을 일삼았다. 장성택이 2009년 한 해에만도 제 놈의 비밀 돈 창고에서 460여만 유로를 꺼내 탕진한 사실과 외국 도박장 출입까지 한 사실 하나만 놓고 보아도 놈이 얼마나 타락, 변질되었는가를 잘 알 수 있다…장성택 놈은…‘정변 시기는 딱히 정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일정한 시기에 가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 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내각 총리를 하려고 하였다. 내각 총리가 된 다음에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으로 일정하게 생활 문제를 풀어주면 인민들과 군대는 나의 만세를 부를 것이며 정변은 순조롭게 성사될 거승로 타산하였다’고 토설하였다…”
아무리 읽어봐도 김씨 왕조와 김정은에 대한 불경죄 외에는 사형에 해당되는 죄가 없다. 오히려 그로서는 애국애족의 충정에서 권력을 넘보았을 수도 있다.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감사해야될 이유가 많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