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TV나 동영상을 보면서 ‘북한 사람들은 왜 저렇게 김정은만 나오면 펄펄 뛰면서 열광적으로 박수를 칠까’ 하고 의아해 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한 대답이 지난 주 나왔다. 북한의 2인자로 군림해온 장성택이 “박수를 건성건성친” 죄로 즉결처형 된 것이다.
북한 당국이 나열한 죄목은 이것 말고도 많지만 나머지는 확인되지 않거나 터무니없는 것들이다. 일례로 2009년 화폐 개혁 실패로 북한 경제가 엉망이된 책임도 그에게 덮어씌웠다.
화폐 개혁 책임자가 박남기였고 그를 뒤에서 조종한 인물이 바로 장성택이었다는 것이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김정일의 재가 없이 화폐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장성택이 화폐 개혁 실패에 책임이 있다면 김정일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럴수는 없다. 무오류 신성불가침의 김정일이 화폐 개혁 같은 잘못을 저지를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장성택은 김정은한테 시건방지게 굴다 북한이 당면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죽은 것이다.
장성택의 처형은 한편으로는 놀랄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다. 공산 정권의 2인자치고 편안히 천수를 누리다 죽은 사례는 희귀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원조 소련의 제 2인자는 레온 트로츠키였다. 레닌의 절친이자 ‘붉은군대’의 창시자인 그는 공산주의 이론에도 탁월해 그가 레닌의 뒤를 이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던 그가 그루지야 신학대 출신으로 은행 강도나 일삼던 스탈린에 밀려 멕시코를 전전하다 암살자의 얼음 찍는 송곳에 두개골이 뚫려 죽었다. 스탈린 사후 제 2인자였던 베리아도 즉결 처형됐다.
모택동의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의 심복으로 인민군을 이끌고 만주에서 국민당을 몰아낸 임표는 모택동의 후계자로 일찍이 점 찍힌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1971년 쿠데타 기도 후 도주하다 몽골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며 숨을 거둔다. 등소평이 집권하며 2인자 자리에 있다 비참한 최후를 맞은 유소기, 팽덕회 등은 복권됐지만 임표 만은 아직 반역자의 오명을 쓰고 있다.
북한과 함께 최장기 공산 독재 국가인 쿠바도 비슷하다. 쿠바에서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형제 다음으로 권력 서열이 높았던 사람은 아르날도 오초아장군이다. 공산 혁명 초창기부터 카스트로와 함께 싸운 그는 탁월한 지도력에 언변도 좋아 인기가 높았다. 그러던 그도 1989년 전격 체포돼 사형 판결을 받고 총살된다. 명목 상 죄목은 마약 밀매였지만 이는 구실이고 유일하게 카스트로를 위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정적을 제거한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은의 장성택 제거를 놓고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김정은이 장성택이 필요 없을 정도로 권력 장악에 성공했기 때문에 자기 사람으로 갈기 위해서 저지른 일이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더 이상 그를 방치할 경우 자기 권력에 도전할 위험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 두 번째가 옳을 것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장성택을 죽이지 않았다. 그들이 특별히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의 정세를 놓고도 두 가지 분석이 나온다. 하나는 북한의 불안정 요소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번에도 두 번째가 옳을 것이다. 북한은 지난 70년 동안 정권 교체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본것처럼 아무리 2인자라도 박수한 번 제대로 안 쳤다는 이유로 순식간에 세상을 뜰 수 있는 나라다. 이런 나라에서 김정은 타도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봐야 한다.
이번 장성택의 무자비한 처형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햇볕정책이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는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장성택 사망이 북한에 대한 일부인사들의 순진한 환상을 깨는 계기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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