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면에서 일등 선진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한국을 볼 때 이곳에 사는 우리들도 매우 자랑스럽고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위상은 물론이고 IT를 비롯한 과학기술, 학문, 의료, 문화, 연예,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모습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다 좋기만 할 수는 없는 것. 한국은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여러 가지 부작용과 역기능도 계속 빚어내고 있다. 한국사회는 아직도 예의 부정과 비리, 사치와 과소비로 시달리고 있는가 하면 도덕성 실종과 성범죄 창궐, 시위 등 집단저항, 저출산과 고령화, 만연하는 자살 풍조, 파행 교육, 복지병, 일류병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빚고 있다.
여러 가지 개인적, 사회적 중독현상도 한국사회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술, 담배, 마약, 도박 등의 중독현상은 물론이고, 이제 인터넷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채팅/텍스팅, 웹서핑, 게임, 음란물, 스마트폰 중독현상이 팽배하고 있다. 여기에 일 중독, 쇼핑 중독, 운동 중독, 섹스 중독, 패스트푸드 중독 그리고 종교 중독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국 중독 정신의학회라는 기구에 의하면 한국에는 알코올 중독 150여 만, 도박 220만, 마약 10만, 인터넷 중독 230여만 등 이른바 4대 중독 환자만 600여 만명이 있다.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4대 중독자만 800만이 넘는다. 이래저래 한국 국민 7, 8명 중 한 명이 중독자라는 얘기이고, 이들의 영향을 받는 가족들을 헤아리면 2,000만이 넘어 국민의 거의 절반이 각종 중독의 직,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가 치르고 있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연간 20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의 중독률은 주요 외국에 비해 2-3배나 높고 특히 인터넷, 스마트폰 같은 행위 중독의 경우 중독률이 세계최고이며 그 확산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한다. 230여만명의 인터넷 중독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라는데 이는 한국 청소년들의 40% 이상이 인터넷 중독에 빠져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중독공화국’이라는 별명이 붙는다.
무슨 중독이든 폐해는 다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물질이든 행위이든 이를 반복적으로 섭취, 몰두하다 보면 뇌를 비롯한 각종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기억력, 이해력, 판단력이 떨어지고 면역성이 약화되어 (신체적) 질병을 일으키고 또한 성격변화, 불면증, 치매, 주의력결핍, 우울증, 불안 등 정신질환을 가져온다. 별거, 이혼, 가정폭력 및 경제적 파산 등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어 자살에 이르기도 하고 사기, 절도 등 각종 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만사 제쳐놓고 골프만 치는 한국인들도 안팎에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왜 한국인들이 중독에 잘 빠지는지 궁금해진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한국은 오랜 세월 빈곤했고 외침과 내란에 시달려 왔기에 사람들은 건전한 여가생활, 위락생활, 취미생활을 누리지 못했었는데 갑자기 발전되고 팽창된 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든 ‘즐기는’ 수준을 넘어 집착과 강박관념으로 몰두하게 되고 따라서 중독에 이르게 된다는 설명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술 마시는 것에 너그러운 전통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회가 전통적으로 음주, 흡연, 놀음(또는 외도나 축첩) 같은 여러 행태를 반복하는 것, 즉 중독현상에 매우 관대하다는 사실도 지적된다. 더 나아가 무슨 일을 해도 최고가 되고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풍조가 중독현상을 더욱 부채질 한다. 술이 얼마나 센지, 마라톤을 몇 번 완주했는지, 골프 점수가 얼마인지, 게임은 전문가 수준인지 등에 목을 거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게다가 오늘날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인간관계 형성이 어렵게 되면서 특정 물질이나 행위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해질 수 있다. 한국이 세계최고의 IT강국이라는 사실은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의 천국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된다. 특히 정부당국 조차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노력보다는 ‘게임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명목을 내세울 때 중독을 조장하게 된다.
각종 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예방, 치유책과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개개인은 무엇에 중독되지 말고 건전한 수준에서 ‘즐기는’ 자세와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고, 이미 중독이 됐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가족과 친구의 도움은 물론 의학적, 심리적, 제도적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사회전체의 건강, 그리고 국가의 앞날을 위해 각종 중독현상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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