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독재자(boy dictator)는 지금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까. 아니면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을까.
1보가 나온 것이 지난 3일이다. ‘장성택이 실각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 한국의 국가정보원 보고가 그것이다. 이후 쏟아져 나온 보도들은 장성택 실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단순한 실각 정도가 아니다. 측근들이 공개처형을 당한다. 자살을 한다. 망명을 기도한다. 그리고 해외공관장으로 나가 있던 친척들은 줄줄이 소환된다. 장씨 일가는 멸문(滅門)의 화라도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 정도다.
그 북한 발 보도들을 접하면서 새삼 떠올려진 것이 김정은의 모습이다.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 하는 상상과 함께.
그 와중에 전해진 다른 뉴스가 관심을 끈다. 베이징 발 소식이다.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가택연금 설이다. 부정축재에다가 정변(政變)기도, 전 부인 살해교사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북한 권력서열 2인자였다. 9인의 황제중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중국의 권력자였다. 2013년이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는 시점에 공교롭다고 할 정도로 거의 동시에 터진 이 두 사람의 숙청보도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을까.
권력무상. 그 보다는 뭔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분명히 2013년, 21세기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대륙세력권이라고 할까. 그곳에서의 역사 표준시간대는 여전히 정치적 숙청이 일상화된 과거시제를 가리키고 있다는 게 그 하나다. 두 번째는 그 지역을 관통하고 있는 거대한 지진대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아닐까.
용암처럼 꿈틀대는 게 동아시아, 극동정세다. 그 극동정세에 대변혁을 몰고 올지도 모를 거대한 폭발성 사건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외면상으로는 부패척결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면에 있어서는 집권세력 내의 세력다툼이고 그 싸움의 파장은 체제붕괴, 더 나아가 자칫 극동지역의 정세혼돈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야기는 일단 접어놓고 장성택 실각에 초점을 맞혀보자.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북한 정권은 언제라도 붕괴할 수 있다. 생각보다 일찍 무너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대비가 없을 때 동북아 정세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들 수 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이 일찍이 내린 경고다.
무엇을 근거로 한 예상인가. 김정은 암살 가능성이다. 김정은 암살 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의 당과 군 등 중추세력은 여러 갈래로 분열돼 내전에 휘말리고 그 불길은 이웃 주변국으로 번질 위험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았다.
잠깐. 김정은 1인 독재체재가 굳어가는 마당에 암살이라니. 가당키나 한 주장인가.
“1당 독재체제의 권력승계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는 권력승계 직후가 아니다. 권력승계자가 홀로서기에 자신감을 보일 때다. 혼자서도 통치가 가능하다고 믿는 때다.” 고든 챙의 지적이다. 권력에의 오만은 종종 착각을 불러오는 것이다.
장성택 숙청을 바로 이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김정은 1인 독재 체제가 더 강화되느냐, 아니면 권력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선 것으로, 장성택 숙청은 불안정성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숙청은 숙청을 불러온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북한 내 엘리트들은 심한 배반감을 느낀다. 충성을 해봤자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자각과 함께.
그게 심화될 때 북한의 권력 핵심부가 균열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김정은 제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장성택의 몰락은 바로 그런 사태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는 거다.
“과거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 때 3000여 명의 측근이 숙청을 당했다. 장성택 사태의 여파는 그 10배 정도며 희생자가 3만 명에 이를 것이다.” 한 탈북자출신 관측통의 지적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당과 군 등에 포진된 장성택으로 상징되는 구세력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이야기로 북한 전체가 거대한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거다.
군 총참모장이 세 번이나 바뀌는 등 군(軍)과 당(黨)과 정(政)의 주요 간부 40%가 물갈이했다. 올해 들어서만 40여건의 공개처형이 있었다. 최고 존엄에 대한 경호 인력이 대폭 강화됐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결정만 내려진다. 소년 독재자 김정은 치하 2년째를 맞은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무엇을 말하나. 국가파탄지수가 날로 높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북한의 최고지도부에서 격변이 일어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의 말이다. 상황은 외부에서의 생각보다 그 만큼 더 유동적이란 지적이다.
‘폭정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몽골 대통령이 북한 방문에서 한 말이었던가. 그 말이 머지않아 현실화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북한에서, 그리고 중국에서. 동일한 지진대에서의 폭발은 작은 폭발이라도 연쇄반응을 일으키게 마련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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