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BS-TV 방송의 일요일 뉴스쇼 ‘60분(60 Minutes)’ 첫 부분은 참 재미있었다. CBS 모닝 뉴스쇼의 앵커인 찰리 로즈가 미국의 최대 갑부인 빌 게이츠와 그의 부인 그리고 둘째로 부자인 워런 버핏과 함께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게이츠는 재산이 무려 720억달러인데 그 재산의 95%를 빈곤과 질병 퇴치 등 자선사업에 바치기 위해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느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다.
버핏의 경우 재산은 585억 달러인데 자기는 증권투자회사 버크 사이어 해타웨이의 경영에 전념하기 때문에 재산의 99%를 게이츠 재단에 주어 사회에 환원시킨다니까 정말 사심이 없는 드문 존재로 보인다.
그 세 사람이 ‘기부 서약(the Giving Pledge)’이란 캠페인을 전개해서 현재까지 이룬 결과에 대한 것이 그 프로그램의 요지였다. 현재 미국의 최대 부호들 400명의 총재산은 2조 달러가 넘어 미국 가정들 절반의 부와 맞먹는 한편 부자들이 엄청난 돈을 자선사업에 쓰기 때문에 자선 활동의 황금기를 맞게 되었다는 지적이다.
그 세 사람의 기부 서약에 가입하는 조건은 딱 두 가지란다. 첫째는 재산이 적어도 10억 달러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재산의 반을 기부할 용의가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기부는 살아생전에 할 수도 있고 기부자가 유언장에 명시하여 사후에 그리할 수도 있단다. 현재까지 115명의 10억만장자들이 기부 서약에 서명했다는 보도이다. 그들의 나이는 27세에서 98세까지이며 일부는 재산을 유산으로 받은 사람들인 반면 대부분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비즈니스는 컴퓨터 등 기술, 소셜미디어, 피자, 의복, 화장품 그리고 집수리 물품 등 다양하다는데 현재까지 기부 서약의 총액은 5,000억 달러 이상이 된다는 것이다.
기부 활동은 전적으로 기부자의 결정에 달려 있어 사우스 아프리카의 실업률을 줄이는 운동부터 뇌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캘리포니아의 세제 개혁, 후진국 아이들의 조기교육 등 다양하다.
프로그램 진행자 로즈는 버핏의 주선으로 기부서약에 서명한 억만장자들 7명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AOL의 창업자 스티브 케이스와 그의 부인, 사우스 아프리카의 광산왕과 그의 부인, 그리고 투자가들 두 명에 더해 기업 창업자인 사라 블레클리(42세)가 그들이다.
블레클리는 2000년에 저축했던 돈 5,000 달러로 스팽스(Spanx)란 여자 속옷 회사를 시작했단다. 여자들의 뒷모습이 멋지게 보이게 하는 발명품이라지만 10년이 좀 지나는 사이에 여자 내의 비즈니스를 정복하다시피 했으니 인터넷 세상의 고속성장 사례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의 자선 목표는 여성들을 돕자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실제로 돈을 버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쓰기가 어렵다는 고백도 있다. 그런 면에서도 빌과 멜린다 게이츠는 현명한 결정을 한 것 같다. 소아마비 예방주사를 개발도상국들의 촌락들에까지 공급함으로써 소아마비가 지상에서 사라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CBS 방송 내용을 보면서 115명의 기부서약 서명자들 가운데 한국, 중국, 그리고 인도 부자들이 포함되어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어디선가 읽은 내용이 얼핏 생각난다. 버핏이 중국의 억만장자들을 만나 기부서약에 동참하라고 종용하려 했지만 많은 경우 그들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버핏이 한국의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에게도 접촉을 시도해보았는지도 궁금하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짐작 하는 한국 부유층의 행태로 유추해 보면 아직까지는 아마도 버핏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부를 세습하기 위해 편법 불법 상속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한국 재벌의 특징이었으니까 말이다.
중국의 억만장자들은 중국 공산당과 정부 고위층들과의 밀착으로 치부한 신흥 부자들이기 때문에 아직은 자선사업에 눈을 뜨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도 부호들도 개인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부의 사회 환원보다는 부의 가족 계승 쪽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게이츠 부부와 버핏 그리고 115명의 기부서약 동참자들은 칭찬을 받기에 마땅한 사람들이다. 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고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은 행복한 사람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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