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카운티미술관, 내년 7월까지 작품전
▶ ‘하늘하늘’… 텅 빈 공간에 활력과 리듬 ‘움직이는 조각’첫 선 조각사 이정표, 모빌·스태빌·마케트 등 50여점 전시
24일 개막된‘칼더와 추상’ 전시장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해 칼더 작품의 특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라크마 가든에 있는 칼더의 공공조각품(‘Three Quintains-Hello Girls’). 1964년 라크마의 위촉으로 제작한 것이다.
숨소리에도 움직일 것처럼 가볍고 하늘하늘한 모빌은 우아하고 아름답다. 미술책이나 사진에서 보아온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자유로운 리듬과 고요함, 우주의 평온이 느껴지는 조형물들이다. 절묘한 무게중심에 의해 완벽한 균형을 유지하는, 어쩌면 기계와도 같은 예술, 동화적 환상을 선사하면서도 철학적 단순성을 품은 거대한 유기체다.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인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작품전이 LA카운티미술관 내 레스닉 파빌리온에서 11월24일부터 내년 7월24일까지 열린다.
‘칼더와 추상: 아방가르드에서 아이콘까지’(Calder and Abstraction: From Avant-Garde to Iconic)란 제목의 이 전시회는 LA에서 처음 열리는 칼더 작품전으로, 그의 상징인 모빌(mobile)과 스태빌(움직임 없는 정지된 추상조각, stabile), 마케트(축소모형, maquettes) 등 약 50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고정된 조각만 있던 1930년대 미술계에 ‘움직이는 조각’을 처음 선보이며 현대조각사에 이정표를 세운 칼더는 자연과 우주의 본질을 ‘움직임’으로 파악하고 일평생 철사와 철판을 가지고 기하와 생태학, 예술과 공학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조각을 창조해왔다.
무게와 부피와 중력에서 해방된 대자연의 운동감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칼더의 모빌은 텅빈 공간에 활력과 리듬을 부여함으로써 새처럼 자유로운 혁신적 조각으로 사랑받아왔다. 하늘의 해와 달과 별, 우뚝 서있는 나무와 꽃을 공간에 추상적으로 표현한 그의 모빌은 시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으며, 심지어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처음 보는 사물이 침대위에 매달린 모빌일 정도로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폭넓은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칼더는 사실 라크마와 중요한 인연을 맺었던 작가다. 라크마 캠퍼스의 윌셔 쪽 정원 연못에서 여러개의 장난감 같은 둥근 패널이 물바람을 맞으며 돌아가는 모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칼더의 작품(‘Three Quintains-Hello Girls’)으로, 1964년 개관한 라크마가 위촉해 제작한 것이다.
당시 미 서부지역에 장소 특수적(site specific)인 조각품이 세워진 것은 처음이었으며, 칼더로서도 분수에 조각품을 설치한 작품은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진다.
펜실베니아 출신으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조각가이고 어머니가 화가인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생활 속에서 미술을 접하며 자란 칼더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소질을 보였지만 공대에서 공학을 전공한 후 조각가로 전향,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예술적 천재성을 발휘한 작가다.
스티븐슨 공대 졸업 후 잠시 기술계통에 종사했으나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Art Students League)에 입학하며 예술가의 길로 들어섰고, 한때 삽화가로 일하면서 역동적인 서커스에 매료돼 움직임에 관한 다양한 스케치와 특히 동물들의 동작을 섬세한 드로잉으로 많이 남겼다.
1930년대 칼더는 당시 세계 최신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머물면서 몬드리안과 미로, 마르셸 뒤샹, 칸딘스키, 레제, 자코메티, 아르프 등 파리 미술계를 이끌던 작가들과 교류하며 아방가르드와 추상미술, 초현실주의 등을 흡수했다.
그는 특별히 피에 몬드리안의 추상과 미로의 초현실주의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는데 32세때 몬드리안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의 경험을 ‘충격’이라고 표현하고, 그때 처음 들은 ‘추상’(abstract)이란 단어는 자신의 눈을 뜨게 하고 예술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준 기폭제였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그의 조각에서 보여지는 생물적 형태는 호앙 미로에게서 찾은 것으로 1928년 만난 후 아주 가깝게 지냈던 두사람의 예술에 대해 칼더는 “훗날 고고학자들이 칼더에게서 약간의 미로를, 미로에게서 약간의 칼더를 찾아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칼더를 대표하는 작품 ‘모빌’과 ‘스태빌’은 그의 예술과 현대미술의 영향, 공학적 지식이 조화를 이루어 탄생한 혁신적 조각이다. ‘모빌’이란 단어는 1931년 뒤샹이 칼더의 집을 방문하여 크랭크와 모터를 사용해 움직이는 작품을 처음 보고 지어준 단어이고, ‘스태빌’은 바로 다음해 동료작가 장 아르프가 서있는 철판조각을 보고 약간은 냉소적 느낌으로 명명한 단어다.
그는 1940년대 이후 모빌과 스태빌이 혼합된 형태의 우아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으며 나중에는 두꺼운 철판을 이용한 공공 조각물을 많이 남겼다. 1940~50년대 전성기를 맞아 역동적이며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 칼더는 1943년 최연소 작가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열만큼 성공을 거두었고 1952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조각대상 수상했다.
이후 칼더는 자신의 공학기술을 이용해 공공장소와 잘 어우러지는 대형조각을 다수 제작했다. 1960년대 일어난 공공조각 붐과 함께 파리 유네스코, 몬트리올 박람회, 이탈리아 스폴레토 시, 미시간 주 그랜드 래피즈 등지에 기념비적 조각을 선사했다. 대형 철판을 잘라 볼트로 조립한 그의 공공조각은 세계 곳곳의 미술관, 공원, 광장에 설치돼있으며 지금도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번 라크마 전시의 디스플레이는 디즈니콘서트홀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맡아 디자인했는데, 눈부시게 밝은 백색의 벽면을 곡선과 직선으로 분할하면서 부서질 듯 섬세한 칼더의 작품을 깨끗하게 돋보이도록 설치한 점이 아름답다. 게리는 지난해 켄 프라이스(Ken Price) 전시에서도 그의 특별한 통찰력과 감각을 발휘, 인상적인 디스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뉴욕의 칼더 재단의 협력으로 기획됐으며 라크마 전시가 끝나면 매서추세츠 주 세일럼의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으로 옮겨가 2015년초까지 전시된다.
특별기획전인 칼더 전은 입장료가 20달러, 현재 열리고 있는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 회고전’(James Turrell: A Retrospective)의 입장료는 25달러인데, 터렐 전 티켓을 사면 칼더 전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칼더 티켓을 사면 터렐 전은 볼 수 없으므로 당연히 터렐 티켓을 구입해 다 돌아볼 것을 추천한다. 단 터렐 전은 미리 전시 날짜와 시간을 예약해야 하므로 사전에 충분한 관람시간을 염두에 둔 계획을 세우시도록.
LACMA 5909 Wilshire Blvd. LA, CA 90036 (323)857-6000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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