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 탑승 늘어나는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들
▶ ‘정신건강 상 필요’ 의사확인 받아야, 앨러지 있는 승객, 승무원은‘괴로워’
작가인 지지 그리피스(29)는 정서적 도우미 루나와 함께 비행기 여행을 한다.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정서적 안정을 위해 애완동물을 데리고 탑승하는 케이스들이 늘고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작가인 지지 그리피스는 4살짜리 애완견 루나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가 없는 사이이다. 둘은 푸에르토 발라타 인근의 멕시칸 카페에서 같이 식사를 했고, 파리 메트로를 같이 타고 다녔으며 알프스의 마터호른 산기슭을 같이 하이킹했다. 거의 어디든지 붙어 다니는데 하다못해 비행기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루나는 그리피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애완동물로 인증 받은 반려동물이다. 그래서 보통 애완동물들은 기내에 같이 탑승한다 해도 좌석 밑 우리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하지만 루나는 다르다. 원한다면 주인의 무릎 위에 당당히 앉아서 여행할 수가 있다.
게다가 여객기들이 거의 꽉꽉 찬 상태로 비행하면서 땅콩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추가 비용을 내게 하는 이때에 루나는 공짜로 여행을 한다.
애완동물을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분류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연방 차별금지법을 통해 오래 전부터 승인되어 왔다.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은 동물 출입이 금지된 식당이나 상점 혹은 주거용 건물들에도 마음대로 데리고 들어갈 수가 있다. 애완동물이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인은 정신건강 전문의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정서적 도우미 동물들이 늘어나고 이들이 기내에 점점 많이 들어가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승무원이나 동물 앨러지가 있는 승객들,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봉사견을 가진 사람들이 특히 불만이다. 동물들을 우리 안에 가두지도 않은 채 기내로 들여보내서 비행기 안이 너무 번잡하다는 불평들이다.
연방 교통국은 항공사들이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 관련 자료를 기록하도록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를 기록하는 젯블루에 의하면 올 한해 비행기에 탑승한 정서적 도움용 동물과 봉사용 동물들은 2만 마리를 넘는다.
그래서 점점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국제 도우미견 주간을 창설한 마르시 데이비스는 말한다. 사람들이 무작정 애완동물들을 데려와서는 정서적 도움용이라거나 봉사견이라며 탑승시키려 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맞지가 않은 일이며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건강 관련 컨설턴트로 윌체어를 타는 데이비스는 봉사견을 데리고 한달에 한번 정도씩 비행기 여행을 한다. 봉사견들은 훈련을 잘 받아서 공공장소에서 짖지 않고 다른 개나 사람들에게 냄새를 맡으려고 다가가는 일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정서적 도우미견들은 이런 훈련을 받지 않는다.
정서적 안정감을 위한 반려견의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의 태도는 단순하다. 봉사견을 데리고 타는 그를 보며 “당신은 개를 데리고 타는 데 나는 왜 안돼?” 하는 식으로 막무가내로 애완동물을 태우려 든다는 것이다.
비행기 승무원들도 데이비스와 의견이 비슷하다.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어메리칸 항공사의 한 승무원은 익명을 전제로 말한다.
30년 근무 경력의 이 베테랑 승무원은 한 승객이 엄청 커다란 개를 데리고 탔던 경우를 기억한다. 말처럼 안장을 놓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네발과 꼬리가 양쪽 팔걸이 아래까지 축 처지며 좌석 구간 전체를 다 차지했다.
애완동물이 비행기 좌석 밑 우리 안에 들어가기에 너무 크다면 정서적 도움용이나 봉사용으로 지정되지 않은 이상 화물칸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당시 그 개는 그 상태로 전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 승객에게 개를 기내에서 내보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정서적 도움용이라는 승인만 받으면 고양이든 원숭이든 소형 말이든 하다못해 배뚱뚱이 돼지라도 승객과 함께 기내에 들어올 수가 있는 것이다. 비행기 접근법은 정서적 안정용 동물이 주인과 함께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등 봉사용 동물들을 공공장소에 허용한 미국 장애인법을 더 확대한 것이다.
항공기 직원들은 보통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을 데리고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질문을 하기를 꺼린다. 혹시라도 관련법을 위반할 지도 모르고 괜한 갈등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난 주 US 에어웨이스 여객기에 탔던 시각 장애인과 안내견은 탑승을 거부당했다. 비행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동안 안내견을 감금하는 문제로 논쟁이 벌어진 때문이었다. 그 승객이 승무원에게 너무 폭력적이어서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했다고 항공사 측은 밝혔다.
정서적 도움을 위해 애완동물을 기르는 승객들은 대부분 애완동물 없이 비행하는 것을 상상도 못한다. 관련 주제로 블로그에 글을 올린 그리피스는 루나가 있어서 항울제 약을 끊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루나 덕분에 비행기 타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그는 루나의 경우 기내에서 우리 안에 있는 걸 더 편안해 한다고 말한다.
“루나가 같이 있으면 일정 수준의 평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독일에 가건 멕시코에 가건 여행 중에 나는 안전하다”고 그는 말한다.
동물 관련 규정들은 항공사 웹사이트에 자세히 나와 있다. 전형적으로 좌석 밑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대략 18인치 12인치 8인치)의 운반용기에 들어가는 고양이와 개는 기내 반입이 허용된다. 델타는 토끼, 기니아 피그, 햄스터, 새와 마못도 허용한다. 이에 대한 요금이 부과되는 데 편도 당 사우스웨스트의 75달러에서부터 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의 125달러까지 다양하다.
한편 정서적 도움용으로 인정된 애완동물에 대해서는 추가 요금이 없다. 공짜이다. 크기와 종류에 대한 제한규정도 각 항공사가 정하기 나름이다. 이들 동물은 비행 중 우리 안에 반드시 가둬야 된다는 규정도 없다. 이들 동물의 임무는 주인에게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이 늘어나면서 확인증을 제공하는 등 관련 광고를 하는 의사와 웹사이트들이 등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마리나 델 레이의 정신요법 전문가인 칼라 블랙은 정서적 도움용 애완동물 확인증 요청이 많아지자 올해부터 자신의 웹사이트에 이에 대한 광고를 시작했다. 전화나 스카이프를 통해 한 시간 면담하고, 임상적 분석을 내려 1년간 유효한 확인증을 제공하는 비용으로 99달러를 받고 있다.
확인증을 발급하기 전에 그 주인이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 등의 정신건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기내에 탑승하는 동물들이 늘어나자 가장 괴로운 것은 동물 앨러지가 있는 승객들이다. 이런 경우 보통 좌석을 바꿔주는 등의 편의가 제공된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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