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커피·패션·와인·향수·벽화까지 점령, 스페인 여류화가, 매니아 팬 거느린 스타 작가
▶ “호기심에서 영감 받아 한국인의 사랑이 큰 힘”
한국이 사랑에 빠진 스페인 작가 에바 알머슨.
에바 알머슨의 작품들. 왼쪽부터‘너를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한 날’ ‘꽃다발’ .
윌셔와 세인트앤드류스 코너의 건물 서쪽 외벽에 한 소녀가 그네 타는 모습이 그려진 것을 본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스페인의 일러스트 화가 에바 알머슨(Eva Armisenㆍ44)의 그림인데, 미주 한인들은 잘 모르지만 한국에선 스타 반열에 오른 작가다.
화가로서, 더구나 외국인 여성 화가로서 매니아 팬들을 거느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에바는 어느 한국인 화가도 누려보지 못한 대중적 인기 속에 다양한 작업들로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화장품, 커피, 패션, 책과 앨범 커버, 운동화, 와인, 향수, 벽화를 비롯해 온갖 팬시상품들이 에바의 그림 이미지로 도배를 하고 있으며, TV 드라마의 배경과 소품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등 마치 대한민국 전체가 그와 사랑에 빠진 듯하다.
에바 알머슨이 이렇게 한국서 환영을 받게 된 데는 메이 정 앤드류샤이어 갤러리 관장의 공이 크다. 메이 정 관장은 2007년 이곳서 에바 초대전을 열고 미주 한인들에게 첫 선을 보였으며, 전시가 호응을 얻자 2008년 한국의 아트페어에 그녀의 작품을 들고나갔다.
그때부터 폭발적 인기를 얻기 시작한 에바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에서 열린 수많은 전시회에서 작품이 전량 매진됐으며, 그녀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상품들은 품절사태를 빚고 있고,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려드는 등 지금은 완전 연예인처럼 유명 인사가 됐다고 정 관장은 전한다.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스킨푸드’는 알머슨 그림이 들어간 리미티드 에디션 화장품을 내놓았는데 즉시 품절돼 추가 생산에 들어갔고,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는 알머슨의 그림을 매장 인테리어와 종이컵, 포스터 등에 사용하자 매출이 2.5배 늘었으며, 패션에 알머슨의 작품을 활용한 SK 네트웍스의 ‘오즈세컨’ 역시 한정판 제품들도 나오자마자 동이 났다. 그녀는 한국서 책(‘러빙 유’) 표지도 그렸고, 자신의 책(‘행복한 그림 이야기’)도 냈으며, 스페인에서는 그녀 이름의 와인 레이블도 출시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이런 이례적 에바 열풍을 “유별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힐링’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유통업체들이 잔잔한 일상 속 사랑과 행복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을 선택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쩌면 그녀가 그린 사람들의 모습이 서구적이 아니라 한국인들처럼 머리가 크고 눈이 작고 코가 낮아서 편안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어쩌면 갈수록 어려워져가는 현대미술의 반작용일지도.
그녀의 그림은 보는 사람 모두에게 똑같은 감정 ‘행복’을 느끼게 한다. 일상의 작은 순간들, 평범한 일들을 특별한 순간으로 탈바꿈시킨 그녀의 그림들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매일은 모두 좋은 일과 축하할 일들로 가득 찬 것처럼 행복해진다.
사소한 일상의 면면을 따스한 눈으로 표현하는 그녀의 작품들은 만화 같기도 하고, 동화책 삽화 같기도 하고, 어릴 때 그린 그림일기를 다시 보는 듯해서 슬그머니 미소가 나온다. 아이가 그린 것처럼 서툰 형태와 가벼운 터치로 인체비례나 입체구도는 아예 무시한 그림이지만 한 점 한 점이 너무나 귀엽고 다정하고 친근해 누구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풍가는 아이, 춤추거나 사랑하는 남녀, 엄마 손잡고 나들이 가는 아이, 꽃을 들고 드레스를 입고 하이힐 신은 여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행복하게 만드는 그림, 웃게 만드는 그림, 갖고 싶고, 가까이 걸어두고 싶은 그림이다.
에바의 홈페이지(www.evaarmisen.com)는 ‘안녕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앤드류샤이어 갤러리‘에바 알머슨 초대전’
-일시: 11월16일~12월19일
**작가가 참석하는 오프닝 리셉션은 16일 오후 6~8시.
-주소: AndrewShire Gallery 3850 Wilshire Blvd. LA, CA 90010-문의: (213)389-2601
■ 에바 알머슨 인터뷰
앤드류샤이어 갤러리는 11월16일부터 12월19일까지 에바 알머슨 초대전을 연다.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마련한 세 번째 작품전으로 ‘완벽한 날’(perfect day)이란 제목으로 유화, 드로잉, 에칭작업을 선보인다. 16일 오프닝을 앞두고 LA를 방문한 에바 알머슨을 짧게 인터뷰했다.
-LA에서의 세 번째 전시회다. 이번엔 어떤 작품을 보여주나
▲최근에 작업한 회화, 드로잉, 에칭들이다. 전시회 제목 ‘완벽한 날’은 루 리드(Lou Reed)의 노래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우리 주변에 있는 단순한 것들을 즐기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즐기고 축하하기 위해서 특별한 이벤트나 대화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인들은 왜 당신의 작품을 그렇게 좋아할까
▲나도 잘 모르겠다. 내 그림이 웃게 만들고, 사랑을 느끼게 해서일까, 아무튼 사람들이 감동받는 것 같다.
-한국서 스타처럼 유명한데 그게 작가로서 도움 되나
▲나는 한국에서 살지 않아서 방문할 때면 무척 기쁘고 편안하다. 한국인들은 나를 너무나 환영해 주는 최고의 호스트들이다. 그들이 주는 에너지와 열광이 스튜디오로 돌아와 일할 때 큰 힘이 된다. 내 스튜디오는 도시에서 떨어진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그 대조가 재미있기도 하다.
-사람들, 일상, 행복한 순간들에 관한 작품을 주로 한다. 그 외 작가로서 흥미를 가진 것들이 있나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는다. 단순성과 진리에 관하여 흥미를 갖고 작품에 반영하려 하지만 무엇이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피하고 있다. 나의 그림은 서술적이고, 매번 작품 속에 나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구성의 아이디어와 그림에 영향을 준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있는데 나는 그런 소음을 뛰어넘어 집중하려고 애쓴다. 그림을 그릴 때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이 즐겁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다음 달에 부산의 소울 아트 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이 있고 곧 2014년 캘린더가 삼성에서 나온다. 또 동대문의 두타 타워에 설치작업을 하고 있으며 리스본에서도 개인전, 홍콩 아트페어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LA 관람객들에게 인사라도 한마디
▲LA에서 새로운 작품을 다시 전시하게 돼 굉장히 기쁘다. LA는 생동감 넘치는 도시여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앤젤리노들과 내 작품을 공유하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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