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중요한 국사 현안을 다루는 것이 일상 업무인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이번 화요일에 다룬 본드 대 미 합중국 사건의 변호사들 공방전은 삼각관계의 섹스와 복수를 저변에 깔고 있어 이채로웠다. 캐롤 본드란 여인은 카리비안의 한 섬나라에서 온 이민으로 불임증 때문에 아이가 없이 펜실베니아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던 중 자기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남편과 불륜을 저질러 회임한 것을 발견하고 심한 배신감과 복수심에 불타게 되었던 모양이다.
미생물학 기사인 본드 여인은 그렇다고 그 못된 친구를 죽일 생각은 없이 혼내줄 심산으로 갖가지 화학 물질을 구입해 헤인스란 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저 획책했다. 본드는 손수 배합한 화학 용액을 헤인스의 손닿는 곳, 즉 자동차 문, 집 문 손잡이 그리고 우편한 손잡이 등에 무려 24번이나 뿌려 놓는다. 만지면 손가락에 불이 붙는 느낌이지만 물로 씻으면 없어지는 데도 기분이 찜찔할 것은 물론이라 헤인스는 경찰에 신고한다. 주 검찰은 더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연방 정부쪽으로 연락해보라고 제안한다. 그 결과 우체국 조사관들이 비밀 카메라 장치로 본드가 가해자라는 물적 증거가 입수되자 연방 검찰은 그를 기소했는데 해당 법조문이 기기묘묘하다. 1993년에 화학 무기의 생산, 제조, 보관 및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채택되어 네 나라를 빼놓고는 유엔 가입국들이 모두 인준했었던 것이 배경이다.
미국 의회는 그 조약의 시행법을 1998년에 통과시켰던바 본드는 바로 그 법을 위반했다고 연방 법원에 피고로 서게 된 것이었다. 사실은 테러범들이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염두에 둔 법이 사사로운 보복행위를 했을 따름인 개인에게 적용된 것이다. 본드는 결정적 증거 때문인지 유죄를 자인하여 6년 형을 선고 받으면서 연방 헌법 개정 제10조를 근거로 상고할 수 있는 권리를 살려 놓았었다. “헌법에 의해 미합중국에 위임되지 않았었거나 헌법이 각 주들에게 금지하지 않은 권한들은 각 주나 시민들에게 유보되어 있다”는 개정 제10조를 근거로 상고한 본드는 연방법원을 수차 드나들게 되었다. 2001년에는 연방대법원에서 개정 제10조에 의한 권리주장은 주 정부에만 국한 시켜야 된다는 연방 정부의 주장이 일축되고 일반 시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만장일치의 승리를 거둔 것도 부분적이었을 뿐 그의 사건은 하급 법원으로 환송되었다. 하급 법원에서는 연방 의회가 조약을 시행하는 입법을 통해 연방 정부의 권한을 확대시킬 수 없다는 본드의 주장이 먹혀들어가지 않았기에 패소한 것이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 사건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이미 본드는 형기를 마치고 자유의 몸이 되었고 남편과도 재결합을 했다는 것이지만 대법원의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연방 정부의 권한 확대에 대한 보수와 진보 세력의 반대 입장 때문이다. 본드의 대법원 판사가 부시 대통령 시절 법무성 (대법원 담당) 법무차관보였다는 사실은 두 번이나 대법원 사건을 치르는데 들었을 막대한 변호사 비용을 대주는 보수 성향 단체들이 있거나 그의 변호사들이 보수적 견해의 진전을 위한 무료 변론을 자청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본드 쪽 주장을 요약하자면 국제조약을 인준할 수 있는 연방 정부의 권한이 연방의회에 일반적인 경찰(소추)권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며 (조약) 시행 입법의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권 또는 공권력이 연방 범죄를 제외하고는 주 정부에 있는 것이 역사적으로 시민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기에 연방 정부의 형사법 상의 권한 확대는 법원의 심각한 숙고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들어있다. 연방 정부의 주장은 헌법 개정의 처음 8조에 의해 금지된 것만이 조약을 시행할 때 정부의 권한을 제한할 뿐 그밖의 사안들에 있어서는 정부의 권한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몇 달 후면 있게 될 판결이 주목된다.
연방 형법에는 4,450 이상의 범죄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연방 검찰의 기소장에는 특정 범죄의 열거에 더해 우편물로 주 경계를 넘어 범법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인 변호사들 두 엇과 부동산업자 그리고 융자업자들 몇이 관련되어 실형을 선고받은 불법 융자사기 사건들에도 분명히 우편물에 의한 사기 금지 조항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 사건들은 또한 거짓 선서의 위험성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세금 보고서나 이민국 등 정부 기관들에 제출해야 되는 서류에 모든 내용이 진실이며 사실이 아닌 경우 위증죄로 처벌을 받는다는 문장에 서명을 하게 되는데 그것이 실마리가 되어 감옥엘 가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본드의 경우 아마도 피해자의 부상(?)이 경미했던 탓인지 주 지방 검찰이 손을 안대기로 결정한 데에 연방 검찰이 뛰어들어 그가 옥고를 치른 것은 아무래도 지나쳤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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