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그린커(조지 워싱턴 대학 인류학과 교수)
(지난주에 이어 계속) "미안합니다. 집안이 너무 지저분해서요. 오늘 아침엔 치울 시간이 없었네요"라며 어느 날 아침 승미는 남편이 친구들과 골프 치러 떠난 후 설명을 시작했다. 아침식사 후 쿠킹 오일 향기가 여전히 공기 중에 남아있었다. 여느 여름 아침처럼 승미는 수영을 특수 아동을 위한 보육원인 천사의 집에 데려다 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수영은 남편이 자산 분석가로 많은 시간을 일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받지 못하는 도움을 보육원 사람들에게 받을 수 있었다.
승미는 "저는 수영과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곤 했어요. 저는 아무도 수영을 보길 원치 않았습니다. 결국엔 저는 고립으로부터 빠져나와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저는 여전히 숨어있고 싶어 하는 많은 엄마들을 알고 있어요. 천사의 집에선 사람들이 제가 죄책감을 느끼거나 당황스럽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을 걸지요."
승미는 스스로를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교회도 종종 나간다. "제가 교회에 나가거나 가끔 교회 활동에 참석하면 엄마들이 수영을 돌봐주러 달려듭니다. 그럼 저는 좀 쉴 수 있는 틈이 생기고 어른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항상 수영을 돌보지 않아도 됩니다. 교회에 가는 일은 마치 제 자신의 가족들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사람들은 수영을 마치 신으로부터의 은총으로 봐요."
승미가 말하길 최근까지 어떤 의사도 아무런 의약 치료를 권장하지 않았고 승미도 그런 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는 자폐증엔 치료방법이 없다고 계속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기대하지 않았지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어떤 웹사이트를 클릭하면서 승미는 자폐증 전체를 완치하는 방법은 없을 지언정 반복적 행위, 수면 장애, 우울증 같은 자폐증 증세에 관해선 많은 치료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또한 약물치료가 언제나 부작용을 동반하는 것이 아니며 만약 그럴 경우엔 약물치료를 즉시 중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승미가 알게 된 가장 중요한 교훈은 진단의 가치이다. 일단 진단을 받게 되면 승미는 수영의 문제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따라서 수영에게 필요한 의학 치료와 서비스의 제공을 시도해볼 수 있게 됐다. 승미는 가장 최신 연구를 공부하고 루머와 실제 과학적 증거를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승미가 자신의 우울증이 딸이 겪는 어려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길 멈추게 됐다는 것이다. 승미는 "만약 진단을 받지 않으면 뭘 해야할지 모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오늘날 수영은 학교에서 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시험 때 추가로 시간을 갖고 또한 수영이 다른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이해하는 스태프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바르게 성장하고 있다. 저녁엔 영어를 배우러 학원에 가기도 한다.
여러 나라를 돌고 연구하면서 필자는 부모들과 자폐증을 가진 성인들이 자폐증은 운명의 굴레가 아님을 빠르게 깨달을 수 있으며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도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고 행복하며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인도에서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 갇혀 있었을 아이들이 성자 또는 신으로 비유되기도 하며 남아프리카에선 전혀 교육을 못 받은 채 마법에 걸렸거나 마녀의 저주에 희생당한 것으로 간주됐을 아이들이 더 이상 숨어 지내지 않고 일류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필자는 현재 대학생인 바로 나의 딸 이사벨로부터 자폐증에 대해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이사벨이 4세였을 때 필자는 그녀가 결코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10세가 되던 때 필자는 이사벨이 결코 일반 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사벨이 막상 고등학교를 졸업할 땐 워싱턴 DC에 모인 3,000명의 관중 앞에서 졸업 연사로 나서게 됐다. 이사벨은 느리지만 확실히 성장하면서 이뤄낸 이와 같은 큰 성취 사이에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승리가 있었다. 졸업 연설 비디오는 링크(www.facebook.com/video/video.php?v=10150681699070257)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수영과 이사벨은 특이하지도 않고 ‘비정상’도 아니다. 정신적 측면에서 그들은 오히려 평범함의 본보기와 같다. 그들은 불완전하고 가끔씩 고통 받는, 동일함에 대한 잘못된 환상이 아닌 차이점으로써 정의되는 우리 모두를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이사벨이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만큼 성취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연설을 끝마쳤을 때 필자는 그녀의 경험을 넘어서는 더욱 깊은 진실의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연설 속에 필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났던 비관을 낙관으로 바꿔낸 수많은 어머니들의 목소리, 수영의 영혼이 남들보다 더욱 순수하며 신의 경지에 가깝다는 교회의 확신 속에서 평온함을 찾은 승미의 목소리, 그리고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어떤 바람직하지 못한 근원 속에서도 훼손되지 않은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예상치 못하게 아름답게 필 수 있다는 점을 필자에게 가르쳐 준 딸 이사벨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있는 아니 ‘평범한‘ 무엇인가가 아닌 찬란한 빛 또는 만개하고자 투쟁하는 내적 진실이 있는 우리 모두의 내적 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문의: 202-994-6984 ▲원문 번역=변성희 한국자폐인사랑협회 국제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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