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지난 화요일 버지니아주에 선거가 있었다. 우선 큰표차로 3선에 성공한 마크 김 하원의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이번 선거도 한 표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헌던 지역의 하원의원 선거가 겨우 50여 표 차이로 결정되고 전체 투표수 220만 이상의 법무부장관 선거는 어제까지 겨우 수백표 차이로 검표 중이니 말이다. 선거철이면 후보자들이 교회들을 방문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중에는 당연히 한인 교회들도 포함되어 있다. 나도 여러 번 선거를 치루면서 그 때마다 교회들을 방문하곤 했었다. 물론 모든 후보자들이 그러는 것이나 모든 교회들을 다 찾아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교회마다 후보자들을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 아주 우호적인 교회부터 시작해 방문 자체를 아예 허용하지 않는 배타적인 곳도 있다. 예배 중 후보자들이 간단하게나마 자기소개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곳도 있고, 다른 일반 방문객과 다름 없이 그냥 이름만 소개하고 마는 교회도 있다. 예배 후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바로 교회를 떠나주기를 원하는 교회도 있다. 이런 것에 대해 어떤 교회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으로 교회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것도 옳지 않다. 그냥 교회마다 다른 것일 뿐이다. 후보자들의 방문을 꺼리는 교회에는 이유가 있다. 교회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반감 혹은 정치와 종교의 철저한 분리 원칙이나 교회의 면세혜택에 대한 제재조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유일 수도 있다. 또한 어딘가 깨끗해 보이지 않는 느낌을 주는 정치로 인한 교인들의 오염이나 편 가름이 염려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은 이러한 이유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로 인해 교회들이 취하는 입장과 반응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 나의 경험으로는 흑인 교회들이 이런 부분에 가장 열린 모습과 익숙함을 지닌 것 같다. 꼭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교회 행사에 정치인들을 종종 초대하곤 한다. 정치인들이 커뮤니티에서 일정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때 그들을 초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들에게 교회를 소개하고 활동을 알리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흑인 교회들은 오랜 세월동안 흑인사회의 구심점이 되어왔었다. 흑인들이 인종차별 등의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며 정신적 인도자가 되고 민권 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래서 흑인 교회들은 정치나 정치인들을 접하는 것에 어색해 하지 않는다. 반면 한인 교회는 흑인 교회들이 겪었던 그러한 역사적 경험이 없다. 그래서 같은 역할을 기대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한인 교회들을 과거의 흑인 교회들과 비교해 흡사한 점 하나를 꼽으라면 한인 교회들이 한인사회에서 갖고 있는 위상이다. 한인 교회들은 한인 사회의 중심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위치에 서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아직은 스스로 주류 정치인들이나 주류 정치를 접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한인들을 대신해 한인 교회들이 그 부분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내가 모든 한인 교회들을 방문해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워싱턴 지역의 대표적 대형 교회인 중앙장로교회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원로목사인 이원상 목사님이 계실 때부터 이 교회는 모든 방문객에게 개방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리고 후보자들에게 교회가 선호하는 방문 날짜들을 제시하고 소속 정당에 따라 안내 담당 책임자가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체계가 잡혀있다. 예배 때 어느 선거에 출마한 후보라고 정확하게 소개하며 예배가 끝난 후 목사님 옆에 서서 예배를 마치고 나가는 교인들에게 인사를 나누는 것도 허용한다. 친교실에서 교인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눈다. 그러므로 교인들은 자신들의 관심사나 정책에 대한 질문도 하고 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목사님은 예배 전에 목사님 사무실에서 방문한 정치인들과 후보자들에게 덕담과 당부의 말씀을 건네기도 하셨다. 자연스럽게 한인사회의 관심사를 전하신 것이다. 방문자들이 이 교회의 따듯한 영접에 감사한 마음을 품으며 깊은 인상을 갖고 돌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번 선거 때에도 소속 정당을 가리지 않고 선거 후보자들의 방문을 허락한 모든 교회들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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