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하원의 금년회기가 며칠 남지 않았다. 11월 중순의 8일과 12월 초순의 8일, 합해서 16일뿐이다. 평소 ‘아무 것도 안 하는 의회(Do-Nothing Congress)’로선 밀렸던 일들을 대충 마무리 짓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러나 너무 오래, 너무 마음 졸이며 기다려온 이민개혁안에겐 생사가 걸린 중요한 기간이다.
요즘 이민개혁안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6월말 상원에서 포괄적 개혁법안이 통과된 이후 사실상 유보상태다. 몇 달간 하원 언저리에서 하루는 낙관론에, 다음 날은 비관론에 떠밀리는 줄타기를 거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움직이지도 않는” 상태로 진단했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리기 전에 잡힐 듯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이는 도깨비불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여름휴회를 마치고 돌아온 초가을 의회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 추수감사절 전까지는 통과시키겠다던 이민개혁안은 정부폐쇄와 오바마케어의 시행 ‘재난’, 국가안전국의 도청스캔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뉴스의 조명 밖으로 밀려났다. 다행히 정부폐쇄가 타결된 다음날 아침 오바마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재천명하면서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중이다.
백악관의 두통거리인 헬스케어 개혁 못지않게 복잡하고 방대하며 논란 투성이인 것이 곳곳이 망가진 이민제도의 개혁이다. 넉 달 전 상원이 초당적으로 통과시킨 이민개혁안은 완벽하진 못해도 필요한 기능을 되살리려는 포괄적 법안이다. 고학력 기술직부터 저학력 단순직 근로자 모두에게 문을 열어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고, 국경수비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이미 미국에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1,100만명 불법체류자에게 양지로 나와 경제와 사회발전에 동참할 수 있도록 신분합법화의 길을 열어주는 내용 등을 담았다.
원외의 지지도 초당적이다. 평소엔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업계와 노조, 보수교계와 진보진영, 치안당국자들까지 각계가 한 목소리로 조속한 성사를 촉구하고 있다. 초당적 상원통과, 초당적 여론지지로 달려온 포괄적 이민개혁안의 마지막 관문 앞엔 그러나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하원 공화당이다.
하원의 이민개혁안 방침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 첫째, 하원에선 상원안을 다루지 않겠다. 둘째, 방대한 포괄안보다는 사안별로 쪼갠 소규모 개별법안처리가 바람직하다…그러나 아직 어떤 개별법안도 본회의 표결에 회부되지 않았다.
하원공화당 지도부는 다음 몇 주안에 이민개혁안의 처리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상원안과의 절충을 예상하면서 개별법안들을 표결에 부칠지, 아니면 이민개혁 이슈 자체를 침몰시켜버릴지에 대한 선택이다.
현재 5개의 개별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한 후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불법이민을 ‘범죄자’로 규정하고 지역경찰에 이민법 시행권한을 허용하는 ‘세이프 액트’, 드림법안의 물타기 버전인 ‘키즈 액트’, 농장노동자 보호는 배려하지 않은 초청노동자법안 등이다. 공화당 차세대 주자의 하나로 꼽히는 폴 라이언이 앞장 서 기존불체자의 신분합법화 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
상원안에 비해 반이민성향이 강하지만 일단 하원안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만 되면 상원과의 협상을 통해 무난한 절충안이 탄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민주당은 양원 절충과정에 희망을 걸고, 공화당 티파티는 ‘사면’을 입법화하려는 ‘함정’이라고 경계한다.
내분 심한 요즘의 공화당은 이민개혁 측면에서도 세 그룹으로 갈려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민개혁을 지지하는 전통적 주류, 어떤 표결도 절대 안 된다는 티파티 중심의 강경파, 지도부보다는 티파티의 낙선운동 경고가 두려워 반대편에 서있는 나머지…이들 나머지의 경선 표밭에 대한 공포는 과장이나 상상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한다. 한때 ‘티파티의 황태자’로 불리다가 상원안 작성의 8인방으로 활약한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의 지난 주 ‘변심’이 그 증거다. 일부 보수파들로부터 ‘배신자’로 매도당하기도 했던 루비오는 하원에게 상원안 아닌 개별법안 처리방식을 권고하며 우파 달래기에 나섰다.
하원의 표결 없이 금년을 넘긴다 해도 이민개혁안이 당장 죽는 것은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현 회기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 시간이 있다. 그러나 사실상으로는 사망선고다. 내년 초엔 다시 예산전쟁을 치러야하며 곧 이어 중간선거 양당의 경선이 시작되는데 선거모드에 돌입하면 뜨거운 논쟁이슈인 이민개혁 입법화는 발붙일 곳이 없어진다.
개별법안이든 포괄법안이든 본회의 표결을 결정하는 것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다. 지금쯤 이민표밭과의 관계개선이 극우 핵심표밭의 분노를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바닥에 떨어진 공화당 지지도가 이민개혁 실현으로 회복될 수 있는지…다각도로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정치적 계산만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포괄적 이민개혁은 ‘이민의 나라’ 미국의 경제적·사회적·도덕적·인도적·국가안보적 측면 모두에서 너무 오래 지체되어온, 시급하게 필요한 기본정책”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민개혁은 쉽사리 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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