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가족의 죽음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을 가져온다. 부모님과의 사별이 그러하고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는 것도 그러하겠지만 가장 가슴이 메어지는 것은 자식을 먼저 보내는 참척일 것이다. 게다가 자신 탓으로 아이가 죽은 부모는 더 더욱 그럴 것이다.
지난 주 초 포토맥 어느 집에서 일어난 사고도 그럴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계로 짐작되는 그 집 여주인은 지난 21일 저녁 9시경 식료품점엘 가기로 했는데 열 네 살짜리 딸과 일곱 살짜리 딸은 집에 있겠다고 해서 혼자 떠났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보니 집 드라이브웨이에 작은 딸이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었고 구급차와 경찰을 불렀지만 딸은 회생이 불가능했단다. 아마도 아이가 마음이 변해 엄마와 같이 가려고 나오다가 엄마가 후진하는 차에 치어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를 후진할 때 아무리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자세히 살펴도 차체 바로 뒤는 안 보이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발생된 비극일 것이다. 아빠는 본국에서 기러기 아빠로 있으면서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가족을 미국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참변을 당했으니 부모 특히 엄마의 가슴은 메어질 것이다.
그런데 2008년에 통과되고 서명된 한 연방법이 실천에 옮겨졌었다면 이 가정의 비극은 방지될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더욱 안타깝다. 얼마 전 워싱턴 포스트에 기고한 그렉 걸브랜센이란 소아과 의사의 글에서 배운 내용이다.
2002년 어느 날 밤 걸브랜센은 차고에 세워둔 SUV를 드라이브 웨이로 후진시켰다. 물론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엄밀히 보았지만 자동차 바로 뒤에 아들 카메론이 잠옷 바람으로 나와 서 있는 것은 안보였다. 카메론이 아빠의 SUV에 치었는데 걸브랜센은 처음 그것이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비극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곧 그는 미국의 어린 아이들 몇십명이 매주 후진하는 운전자들에 의해 죽거나 크게 다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연방 교통부의 추산에 의하면 매년 200여명이 목숨을 잃고 1만8,000여명이 부상을 당한다는 것이다. 걸브랜센이 사는 뉴욕 지구의 피터 킹 하원의원은 카메론의 비명횡사와 비슷한 사례들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새 자동차들이 카메라나 다른 방법으로 자동차의 뒷부분이 보이도록 하는 장치를 부착하도록 하는 법을 제안하게 된다. 카메론의 이름이 붙은 그 법은 하원에서 쉽게 통과되었고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된 다음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것이 2008년 2월이었다.
걸브랜센은 보통 사람들처럼 그 법이 존재하게 되는 때부터 자동차 후진의 안전조치가 발효되는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많은 법률들의 예처럼 그 법은 주무당국인 교통부에 3년 이내에 안전장치의 표준을 정하는 규정을 발표하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에 더해 교통부가 3년 이내에 규정 발표를 할 수 없는 경우 마감일의 연기를 요청하도록 하는 조항마저 있었다는 것이다.
2011년 11월 교통부는 규정의 최종안을 백악관의 담당부서로 보냈지만 백악관은 120일 이상 걸려서는 안 된다는 검토기간이 훌쩍 넘은 금년 6월에야 그것도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토를 달아 교통부로 반송했다. 교통부는 카메라 등 자동차 후진 안전장치에 관한 규정을 2015년에나 완결하겠다고 의회의 문의에 응답했다니 자동차 안전과 소비자 보호 유관단체들이 오바마 행정부의 늑장에 흥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걸브랜센의 글을 직접 인용해본다. “보통은 연방의회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고 비난 받는다. 그러나 이 이슈에 있어서는 의회가 신속히 움직였고 그같은 비극들을 예방하기 위한 분명한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 그리고 아마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로비스트들이 의회의 뜻과 시민들의 안전을 방해하고 있다.”걸브랜센은 최근 연방법원에 교통부로 하여금 자동차 뒷부분의 가시도에 대한 규정을 발표하도록 명령해 달라는 고소사건을 제기했다. 그같은 연방법의 실시가 의회의 의도대로 2011년부터 이루어졌던들 지난 주 중국인 가정의 비극은 없었을 수도 있었기에 걸브랜센의 승소가 자못 기대된다. 그리고 내가 새 차를 산다면 현재는 옵션으로만 제공되는 후방 카메라(rear view camera)를 꼭 넣을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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