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의 운전을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며칠 전 여성들도 운전할 수 있게 하라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여성 지도자들은 사우디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시대착오이자 여성들에 대한 모독이며 사우디 정부가 여성들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국제인권단체들도 여성 운전 금지는 성차별이자 여성들의 의사결정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우디에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성문법은 따로 없지만 이슬람의 전통적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서 지금까지 여성 운전이 금기로 되어 있다. 여성들이 운전을 하면 남성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져 이슬람의 도덕적 가치가 붕괴되고, 이혼, 매춘, 간통, 성인영화, 동성애 등이 만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운전은 여성에게 신체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쳐 임신과 출산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지금도 사우디에서 여성들이 운전을 하면 경찰에 연행되고 태형을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사우디 여성들은 남성친척들의 차를 얻어 타거나 돈을 들여 운전사를 고용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우디에도 여성 록그룹이 생기고, 정부는 처음으로 남녀공학 대학설치를 허용하고 또 여성차관이 임명되는 등 여권신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여성운전 허용 캠페인도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들을 때 우리는 사우디 같은 나라는 아직도 남녀 간의 불평등이 심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경제포럼이라는 기구가 매년 집계하는 국가별 성(性) 격차지수(Gender Gap Index)의 금년도 순위가 얼마 전 발표되었는데, 사우디는 짐작대로 조사대상 136개 국가 중 127위에 머물렀다. 주변의 같은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레이트(109위),·바레인(112위) 등도 하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이번 발표에서 한국의 성 평등 순위가 111위로 세계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미국에도 없는 여성 대통령까지 뽑은 한국인데, 그리고 많은 여성들이 국회의원, 장관, 교수, 박사, 의사, 변호사 등 정부와 사회의 지도자로 진출하고 있는 한국인데 136개 국가 중 111위이라니? 한국의 양성(불)평등 상태가 중동 이슬람 국가들 수준이라니, 뭐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번 조사의 내역을 보면 한국여성들이 특히 경제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들의 경제 참여도는 136개국 중 118위, 남녀 임금평등 순위는 120위에 그쳤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의 순위는 2006년 92위였는데 이후 2007년 97위, 2010년 104위, 2012년 108위, 그리고 2013년 111위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여성 대통령까지 뽑은 한국이지만 실속으로는 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한국사회의 양성불평등을 얘기하자면 한국에서는 아직도 구시대적인 남성본위, 남성우월, 아울러 여성비하의 풍조가 남아있고, 남자와 여자에게서 기대되는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게 된다. 미국 같은 사회에서도 아직 양성을 대하는 구시대적 관념과 행태가 남아있지만 한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남아있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만연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도 우려가 된다. 여성이라는 성 자체를 지나치게 미적인 관점에서 평가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여자라면 우선 예뻐야 한다, 아니 무조건 예뻐야 한다”는 식의 여성에 대한 외모지상주의가 퍼져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내지는 압력 때문에 여성들의 짙은 화장, 과감한(?) 복장은 물론이고 신체 전 부위에 걸쳐 미용성형수술이 성행하고 있다.
게다가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 성희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각계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여비서, 여기자, 여승무원, 여직원, 여학생 등에게 저지르는 망언과 비행이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들도 박자를 맞춰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을 비하하는 표현들을 마구 쓰고 있다. “딱풀녀, 된장녀, 덮녀, 군삼녀, 발길질녀, 떨녀, 뚱녀, 엘프녀…” 무슨 말인지 그 뜻과 내막은 모르겠지만, 한국사회가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에 아직도 장애물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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