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 전 바둑교실 두 군데를 다녀왔다. 버지니아 주 훼어팩스 카운티 내 웨이크필드 포레스트 초등학교의 바둑 수업과 마샬 고등학교의 방과 후 특별 활동 클럽이 바로 그 것이었다. 웨이크필드 포레스트 초등학교에서는 오래 전에 바둑교실이 있었다고 했다.
이 학교 5-6 학년 학생들은 일 주일에 한 시간짜리 선택과목을 매 분기에 하나씩 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바둑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해 동안 가르칠 선생님이 없었으나 이번 해에 예전에 가르치던 분이 다시 자원봉사 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 분은 백인인데 자녀들이 그 학교에 다니던 때부터 시작해 10년 이상 가르쳤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자녀들이 다 장성해 그 학교에 더 이상 특별히 관련이 있지 않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버클리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1970년대에 바둑을 처음 접했다고 하는 이 분의 바둑 실력은 한국 급수로 치면 4-5급 정도 되는 듯 했다. 아직 은퇴 전이라 시간 제약이 있지만 일 주일에 하루 정도 자신의 근무 시간을 조정해 시간을 낸다고 했다. 참 고마운 분이다.
마샬 고등학교는 한 선생님의 책임 하에 방과 후 특별활동으로 바둑클럽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8월 초 어떤 행사장에서 이 선생님이 나에게 직접 찾아와 바둑클럽 활동을 소개하면서 한 번 초청하겠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는 일 주일에 두 번씩 바둑클럽이 모인다. 수요일 오후에는 바둑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 그리고 목요일에는 경험자들 중심인데 관심있는 학생들은 어느 날에 와도 상관 없다고 했다. 나는 목요일에 방문했는데 재밌는 건 그 클럽 최고수가 지도 선생님이 아닌 아시아계 학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실력은 미국바둑협회 급수로 4급이라고 했다. 나와 한 판 두게 되었는데 클럽 학생들은 클럽의 최고수가 여러 점 놓고 두는 접바둑을 처음 보게 되었다며 신기해 했다.
내가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바둑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여러 달 전이다. 당시 지역 한인사회에서 열렸던 바둑대회에 들릴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 바둑협회 담당자들로부터 바둑보급에 대한 건의를 받았다. 바둑은 학생들의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 알리기에도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둑은 서양 체스에 비해 훨씬 고도의 수 읽기를 필요한다. 변화도 훨씬 다양하다.
그러기에 치밀한 준비, 계획과 인내성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바둑이 일본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릴 필요도 있다. 미국에서의 바둑 보급이 일본을 통해 이루어져 모든 용어가 일본어로 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사실 현재 세계 바둑의 실력 판도를 놓고 볼 때 일본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이 최고 실력을 지니고 있음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으로 이민 오기 전까지 바둑을 제법 좋아 했던 나는 그 날 받은 건의가 가능한 대로 이루어 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평소 잘 아는 프로스트 중학교 교장 선생님에게 연락해 바둑을 소개했다. 그리고 프로스트 중학교 인근의 웨이크필드 포레스트 초등학교와 캔터베리 우즈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을 만나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런데 문제는 장비와 가르칠 자원봉사자 확보이다. 장비는 강의용 대형 자석 바둑판 구입이 쉽지 않으나 그것은 그래도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바둑을 가르칠 수 있는 자원봉사자 확보는 정말 어렵다.
우선 방과 후 활동 시간에 맞출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교습과 의사소통을 영어로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특별활동 지도에 보수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전적으로 자원봉사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바둑 실력은 과히 높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한 10급 정도면 충분하다.
아직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바둑이 학생들에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을 찾는다. 고등학생들도 가능하다. 프로스트 중학교나 캔터베리 우즈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게 될 때 고등학생들도 보조 지도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이는 고등학생들에게 자원봉사의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지도력 개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IMoon@fcps.edu로 관심 있는 분들의 이메일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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