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태리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의 실제인물을 밝히기 위해 무덤을 파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그 신비한 미소의 주인공은 피렌체 부유한 상인의 부인이었던 리자 게라르디로 알려져 있다. 헌데 성 우르술라 수도원 묘지에서 그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한 유명한 그림의 모델이 되었다고 무덤까지 파혜쳐지는 일은 과연 옳은 것일까? 혹 무수한 미래의 인류를 위한 의학적 희생도 아니고, 실제인물의 DNA를 조사해 그 얼굴을 컴퓨터로 그려보려는 인간들의 그 불필요한 호기심. 과연 모델의 주인공은 자신의 무덤을 파헤쳐 확인하는 것을, 한 개인의 죽음 후의 평화와 존엄성을 무시하는 이런 행위를 용납할 수 있을까? 신문에 이 기사를 본 나는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이 시대에 무엇이든 풀어헤쳐 보여주는 행위에 착잡한 심정이다. 고대 그리스에는 희극도 비극처럼 많이 공연되었다. 헌데 지금은 희극은 다 없어지고 오직 비극만이 남아있다. 왜 그럴까? 비극이 아직도 남아 지속되는 이유는 비극은 사람들에게 많은 여운을 남기며 인간으로 하여금 끝없이 생각하고 몽상할 수 있는 초월적 이미지의 힘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비극은 비참과는 세계가 다르다. 비극은 인간이 자신이 불행해질 것을 알면서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해 삶의 운명을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비극을 공연할 때도 끔찍한 장면을 연기할 때는 무대 위 관객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대 커튼 뒤에서 소리로만 듣게 했다. 그래도 물론 관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대 뒤에 일을 다 알고 있다. 이렇게 인간의 감정을 세심하게 배려했던 것이다. 모나리자의 미소는 많은 작가들에게 재창조의 길을 열어주었으며, 그 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감탄하며 영혼의 기쁨을 느끼면 되었지 과연 무덤까지 파헤쳐 신비를 없애야 하는 것인지...
신비스러움, 은유적인 것, 은은함 이런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고 고고하며 숭고하고 때로는 경건하기까지 한 비밀스런 세계다. 이 비밀스러운 세계가 인간을 몽상하게 하며 초월적 사고를 갖게 해주고 또 시인에겐 시를 쓰게 하는 힘도 된다. 나는 가끔 소파에 누워 우리집 현관에 걸려 있는 커다란 샹들리에를 보며 몽상하는 버릇이 있다. 얼어붙은 영원한 얼음, 이 수정의 샹들리에는 고고하고 차갑고 또 우아하며 황홀하다. 마치 신비롭고 차디찬 여왕, 그러나 그 아름다운 매력과 자태에 보는 이가 시선을 응고시켜 버릴 수밖에 없는 존재 같은-----. 수직으로 천장을 향해 솟구치듯 솟아있는 은은한 불빛은 나에게 수없이 많은 현실감각을 해방시키며 깊은 겨울이 깃드는 곳으로 나를 인도한다. "수직의 몽상은 몽상가들을 가장 자유스러운 거대한 곳으로 인도한다"고 한 철학자는 말했다. 하늘을 향해 아주 느리고 느리게 내 의식이 비상할 수 있는 것. 수직이 주는 커다란 몽상의 선물이다. 샹들리에 촛대는 위를 향해 은은히 불을 밝힌다.
그것은 하늘과 연결된 세계다. 허나 일부는 대지를 향해 찬란한 물방울이 떨어질 듯 투명한 여러 조각으로 머물러 있다. 이 위로 향하며 또 아래로 떨어지려는 이 두 세계는 현실과 비현실사이에 걸쳐진 세계, 또 존재와 비존재의 끝없는 공존, 비상과 추락의 두 세계를 생각하게 한다. 이 부드럽고 은은한 아름다움은 안개가 퍼지듯 서서히 무시간 속으로 내 의식을 강물처럼 이동시킨다. 또 보름이 되어 샹들리에가 창에 비친 보름달빛에 닿으면 그 날카롭고 차가운 빛은 눈덮인 북극산을 비추던 순결한 빛처럼 느껴져 내 영혼을 정화시키기도 한다. 어떤 때 샹들리에는 유혹이고 또 어떤 때는 회상이기도 하다. 아주 추웠던 겨울 처음으로 고드름을 만졌던 내 여리고 여린 작은 손끝에 짜릿함과 신비함은 극적이었고 또 놀라움이었다. 그 아름다움과 차가움의 공존이 아직도 내 손끝에 생생히 살아있어 나를 떨리게도 한다. 65세의 내 깊은 의식 속에 4세의 내가 아직도 생생히 살아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개인적 상징이며 사물 속에 살아있는 나의 일부다. 몽상에 또 다른 몽상으로 계속 이어지는 샹들리에의 이 신비는 나를 고요한 세계로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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