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요일 워싱턴포스트 사설란의 만평(漫評)은 ‘스칼리아 교리’라는 제목을 달았다. 대법원 건물에 쓰여진 ‘법 아래서의 평등한 정의’(Equal Justice under Law)가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부자들에 의한 부자들의 정부’라는 현판이 붙은 정문 계단에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원 판사가 “그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면서 서있는 장면이다. 그 것은 포스트지의 칼럼니스트 ‘대나 밀뱅크’가 ‘뉴욕’이란 잡지에 실린 스칼리아의 회견 기사에서 인용한 내용 중 하나를 잘 설명하는 배경이 될 만하다. 스칼리아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날카로울 정도로 진보적이기 때문에 그 두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대신 월스트리트 저널과 통일교의 문선명 씨가 창간했던 워싱턴타임스를 구독한다는 것이 놀랍다. 왜냐하면 미국을 움직이는 워싱턴의 요인들은 물론 주변 인사들까지도 스칼리아가 피한다는 두 신문은 거의 필독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 만평을 촉발시킨 것은 10월7일로 새 회기를 맞은 연방대법원이 바로 그 다음날 오전중에 다룬 사건 때문이었다. 그것은 부자들이 연방(의회)선거에 있어서 후보자들이나 정당들에게 직접 후원금을 주는 것에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숀 맥컷친이라는 앨라배마의 부자와 공화당 전당위원회는 정치 또는 선거 헌금 상한선이 헌법에서 보호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연방선거위원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 대법원에까지 올라온 것이다.
현재의 법규에 의하면 하원의원 선거가 있는 매 2년마다 후보자들에게 줄 수 있는 정치헌금의 상한선이 4만8천600달러이고 정당들이나 위원회들에게 주는 돈의 상한선은 7만4천600달러이다. 그러나 개인 부자들이나 대기업들 또는 노동조합 등이 정당이나 후보자들과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선거 이슈들에 대해 지지나 반대 광고를 하는데 대한 제한은 2010년의 대법원 판결로 철폐되다시피 된 상황에서 오늘날 우리가 선거철마다 볼 수 있는 정치 광고의 범람을 초래했다. 그 결과 연방선거의 2년 주기마다 부자 하나가 줄 수 있는 돈이 350만 달러 정도라는데 스칼리아는 이번 화요일의 심리에서 “나는 350만 달러가 별로 많은 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서 연방(대법원 담당) 법무차관 제랄드 베릴리 씨와 가벼운 설전(舌戰)이 전개된 모양이다.
베릴리는 한 사람당 350만 달러씩 거두어들이면 정당이 450명으로부터 받는 돈으로 연방의회 선거를 전국적으로 치룰 수 있다면서 이렇게 부언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500명도 못되는 숫자의 사람들이 선거 전체비용을 댈 수 있다면 정부가 그 500명을 위해 그들에 의해 그들로서 운영될 것”이라는 위험성과 아울러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 할 위험성이 있다.”
밀뱅크는 그의 최근 칼럼에서 현재 워싱턴을 마비시킨 정계의 역기능을 초래한 많은 책임을 대법원에 돌린다. 우선 여러 주 의회들이 선거구를 재조정하는데 있어서 집권당에 유리하게 그어놓은 것(제리맨더링, Gerrymendering)을 대법원에서 추인한 것을 비판한다. 그래서 연방하원이 타협불능의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란다. 그리고 부시 대 고어(2000년)의 사건 등을 다룸에 있어서 정치적인 결정을 했기 때문에 미국인들을 더 정치적으로 냉소주의자들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밀뱅크에 의하면 대법원에서 미국 정치에 가장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는 몇 판례로 굳혀진 현행 선거모금제도라는 것이다. 그 제도가 민주, 공화 양당의 타협을 모르는 지도자들을 만들어 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이 개인 후보들이나 정당에 내는 정치헌금 액수를 제한하는 법은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후보자와 정당과 상의를 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선거때 쓸 수 있는 돈에는 제한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정치활동위원회들이 우후죽순처럼 자라났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면 보수주의 부호들이 ‘성장을 위한 클럽’(Club For Growth)이나 보수적 헤리티지 재단에서 출발한 헤리티지 앤션(Heritage Action)같은 단체들에게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10월1일부터 하원의 티파티 동료의원들 40여명 때문에 연방정부가 문 닫다시피 된 상태가 계속되는 이유도 공화당 의원들 중 중도 성향을 보이는 의원들의 예선에 그 같은 보수단체들이 도전자들을 내세우겠다는 위협이 먹혀들어가기 때문이란다. 즉 제리맨더링 때문에 본선은 걱정 할 필요가 없는 안정 선거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예선 뿐이기 때문에 그런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은 보수적 억만장자들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밀뱅크의 결론이다. “몇 안 되는 억만장자들이 굽힐 줄 모르는 과격론자들이 가득 찬 의회를 사들였고 대법원이 그 것을 합법화 했다.” 미국의 장래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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