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
▶ Thoughts in Solitude / 홀로 생각
My Lord God, I have no idea where I am going. I do not see the road ahead of me.
주(主) 하느님. 제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제 앞에 놓여 있는 길을 보지도 못합니다.
토마스 머튼 신부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 천재성, 그 영민함, 그 인문학적 감수성, 그리고 그 어이없는 죽음. 1968년 12월, 방콕 호텔방에서 선풍기에 연결된 전선에 감전되어 느닷없이 세상을 떠난 머튼 신부. 영성과 인성이 고루 한참 무르익는 53세에 아깝게 타계하신 토마스 머튼[Thomas Merton]. 그럼에도,그분의 글은 여전히 형형한 빛을 발하며 여러 영혼들을 두루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우연히 머튼 신부의 시 한 편이 다가옵니다. Thoughts in Solitude, 고독(孤獨) 중에 든 생각들. 가만히 홀로있음에 떠오른 사념의 편린들을 담담히 한 편의 시로 읊고 있습니다. 영국 켐브리지와 미국 콜럼비아에서 인문학에 심취했던 사람의 시(詩), 쉽고 자명(自明)합니다. 진솔한 속내를 꾸밈없이 적다보니 마냥 쉽게 씌어진 시입니다.
My Lord God! 나의 주님, 하느님! 오직 하느님만이 나의 주인이심을 세 마디로 고백합니다. I have no idea where I am going. 저는 모릅니다.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그저 모를 뿐입니다, 제가 지금 어디로 가는 중인지를. I do not see the road ahead of me. 제 앞에 놓인 길이 보이지도 않습니다. 제 앞길이 캄캄하지만, 그래도 저는 압니다, 하느님이 바로 저의 주님이란 걸.
Nor do I really know myself, and the fact that I think I am following your will does not mean that I am actually doing so.
저는 제 자신 또한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당신의 뜻을 따른다고 해서 그게 실제로 당신의 뜻을 따르는 건지도 저는 모릅니다.
저는 제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주님의 뜻을 따른다며 살지만,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사는 게 실제로 주님의 뜻을 제대로 따르고 사는 건지에 대한 확신도 없습니다. 저의 무지를 절절하게 호소하며 고백하는 바입니다. 제가 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앎이 되겠습니까? 혹여 제가 안다고 하는 모든 것들은 다만 제 소견일 뿐, 주님의 뜻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인정합니다, 저는 다만 모를 뿐임을. [Only Don’t Know!]
But I believe that the desire to please you does, in fact, please you.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제가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욕망이 실제로 당신을 기쁘게 한다는 걸.
저의 행동은 주님의 뜻에 걸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저에게도 믿는 구석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저의 열망, 제가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그 열망, 바로 그 열망만큼은 실제로 [in fact] 주님을 기쁘게 해드린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비록 제 열망의 결실은 보잘것 없더라도, 저의 진실된 열망 그 자체는 주님을 반드시 기쁘게 하리란 걸 저는 굳게 믿는 바입니다. [중략]
Therefore, I will trust you always though I may seem to be lost and in the shadow of death.
그러므로 저는 언제나 주님을 믿을 것입니다. 설혹 제가 길을 잃고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는 듯해도 말입니다.
저는 모르지만 믿습니다. 저의 무지(無知)는 힘없고 나약한 무지가 아닙니다. 신념과 자신감에 찬 그런 무지입니다. 저의 무지 안에 굳건한 주님 신앙이 들어 있습니다. 모를수록 주님에 대한 의지와 사랑은 날로 깊어갑니다.
I will not fear, for you are ever with me, and you will never leave me to face my perils alone.
저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께서 늘 저와 함께 계시며, 저 혼자 위험을 홀로 당하도록 절대로 내버려 두시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모르지만 자신 있습니다. 겁내지 않습니다. 모르지만 철저히 무유공포(無有恐怖)입니다. 원리전도몽상(遠離轉度夢想)했기 때문입니다.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 오직 주님만을 올곧게 믿게 때문입니다. 제가 어디를 향하여 가고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겁내지 않습니다. 제 안에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고자 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방콕 호텔방에서 어이없이 타계하신 머튼 신부님. 틀림없이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선종하셨으리라 믿습니다. 틀림없이 ‘홀로’가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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