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학교 내 시설 선택권을 인정해주는 일명 ‘트랜스젠더 학생 존중법’으로 시끄럽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서명까지 마친 이 법은 주민들의 반대 서명 청원이 없는 한 내년부터 가주내 킨더가든부터 고등학교까지(K-12) 모든 교육구에서 실시된다. 요즘 이 법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50만500명의 청원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법의 취지는 이렇다. 남자(또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자신을 여성(또는 남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학생이 남자(여자) 화장실을 쓰거나 남학생(여학생) 팀에서 운동을 하고 그들과 함께 샤워를 한다는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고 놀림감이 돼 자살을 시도하거나 학교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믿고 있는 성 정체성을 인정해줘 그 성에 맞는 화장실이나 샤워장을 이용하게 하고 운동팀을 선택해 활동할 수 있도록 보호한다는 내용이다. 워싱턴주, 콜라라도주, 매사추세츠주와 코네티컷주등 일부 주에서 이미 교육구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주법으로 만들어지기는 캘리포니아가 처음이다.
이 법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일부 종교단체들은 특정성별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을 다른 성별의 학생이 이용하면 학생들의 사생활과 권리를 침해하고 성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트랜스젠더 남학생이 여성 팀에 들어가 운동을 한다면 매우 불공평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교계를 중심으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교인들은 남녀가 뒤섞여 화장실을 쓰고 샤워를 한다는 자체가 끔찍한 사건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한가지 빠진 것이 있다. 이 법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앞뒤 문장 빼고 ‘모든 학생들이 남녀 화장실과 샤워장을 공동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트랜스젠더는 게이나 레즈비언과는 다른 성 소수계 중에서도 소수계다. 그들은 한눈에 봐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성전환 수술을 받고 남자에서 여자로 다시 태어난 하리수라는 한국 연예인이 그들이다. 스스로 게이라고 선언한 홍석천과는 다르다. 이 법은 트랜스젠더들에게만 적용된다.
목소리와 행동이 영락없이 여자였던 고교 급우가 있었다. ‘호모’라고 놀려댈 때마다 교실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울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부끄럽다. 통계상 트랜스젠더의 41%(둘 중 하나 꼴)가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친구들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해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만의 피난처를 찾으려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그들은 벼랑으로 내몰려 왔다.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자’와 ‘낙태’에 자비를 촉구하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비난만 할 일은 아니다. 교회가 사람을 골라서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동성애와 낙태에 대한 심판은 ‘하느님(하나님)의 몫’이고 교회는 심령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보듬어 천국으로 인도해야 하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라는 주장이다. 교회가 예수의 조건 없이 끝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천국 피난처의 역할을 하고 있는 지 되돌아 봐야 한다.
한인 교회는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혼모의 딸이 교회에서 “이혼한 집 애하고는 놀지 말라”는 친구 엄마의 말을 들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 마약이나 폭력에 연루된 교우 청소년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해 달라는 부모의 항의 등등은 수없이 많다. 우리 교회가 정상적이고 훌륭한 사람들만의 ‘자기 과시용’ 공간이 되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문제 청소년이나 성소수자를 보듬고 계도하며 선도할 전문 전도사나 심리상담가를 고용하는 교회가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성소수자는 미국 인구의 2.8%가 넘는다는 최근의 통계자료도 있다. 100명중 3명꼴이라는 것인데 어느 교회이든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교회가 앞장서서 손가락질하고 걷어찬다면 이들이 교회에 나와 의지하고 통곡하며 기도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선택은 자유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했다. “죄 없는 자부터 돌을 던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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