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 워싱턴 지역의 제 8회 한미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아침 식사를 먼저하고 기도회로 모였는데 이날 말씀은 아시아인 중 최초로 미국연합감리교회 버지니아주 감독이 되어 약 1천2백개의 주내 연합감리교회들을 치리하는 조영진 감독이 맡아 하셨다.
그런데 조 감독의 메시지에 우스개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된 한인이 미국식당을 찾아 갔다고 한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를 보고 있는데 웨이츠레스가 왔다. 웨이츠레스는 메뉴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이 사람에게 혹시 “vegetarian (채식주의자)”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참 머뭇거리며 생각하다 나온 대답이, “No, I am a Korean”이었단다. 그 후 이 사람이 하루는 밤에 운전하고 가다가 차 앞으로 뛰어 들어온 사슴을 치고 말았다. 사슴은 다쳤는데 절룩거리며 사라졌다. 그러나 차는 많이 망가져 길가에 세워 놓을 수밖에 없었다. 지나던 경찰이 와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사슴의 영어 단어가 별안간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루돌프”를 쳤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경찰이 빙긋 웃더니만 혹시 싼타 할아버지는 안 다쳤냐고 되묻더라는 것이었다. 이 우스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박장대소 했지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에 와서 영어를 배우며 살아가다 보면 정말 별 일이 다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얼마 전 누가 나한테 물어 보던게 생각났다. 나는 당시 박경리 씨가 쓴 대하소설 ‘토지’를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내가 토지를 읽고 있다고 하자 읽는 것을 다 이해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 소설에 사투리뿐만 아니라 어려운 어휘가 많이 나오는데 한국에서 겨우 고등학교 다니다 왔고 미국에 온지도 오래된 나의 미천한 한국어 실력으로 그런 어휘들을 다 이해하고 읽느냐는 물음이었다. 그와 같은 질문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받는 것 같았다. 한국 사람이 한글로 쓰여져 있는 소설을 읽는데 과연 이해를 하느냐는 질문이 귀에 어색했다. 그래서 잠깐 당황했다. 그러나 그 질문이야말로 참 예리했다. 사실 아직도 읽고 있는 그 소설에는 앞뒤 문맥을 통해 의미를 추측하며 넘어가거나 사전에서 찾아보지 않으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어휘가 제법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어려운 사자성어도 꽤 된다. 그래서 잘 모르는 어휘는 사전을 찾아가며 읽고 있다. 미국에 와서 한글로 써져 있는 글을 읽으며 사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약 4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처음에는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주위의 어른들이 고등학생이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단지 어른들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것 뿐이었다.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 될수록 내가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려면 부단한 노력뿐 아니라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하겠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한번도 본적이 없거나 오래 전에 배웠는데 뜻이 확실히 기억나지 않는 영어 단어들이 무수히 많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사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 미국인도 영어를 완전히 정복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나 같은 이민자가 알고 있는 단어들 중 토박이 미국인이 잘 모르는 것도 많이 있다. 그래서 결국 언어는 모국어, 외국어 상관 없이 노력해서 공부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영어나 한국어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처럼 고등학교 때 미국에 온 경우 더 어렸을 때 왔으면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사용하고 배울 수 있는 영어 어휘나 표현에 약하다. 동, 식물 이름들도 그러하다. 사실 그 부분은 나는 한국어로도 약하다. 그러기에 그런 약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사전을 뒤지고 새로 배운 단어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직접 사용해 보는 노력히 절실히 요구된다.
‘토지’에서 나온 어휘 중 내가 몰랐던 것들 몇 개 소개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다 알까 자못 궁금해진다. 모르는 것은 인터넷 사전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선불 맞다, 생광스럽다, 미욱하다, 우세스럽다, 갖바치, 새경, 버마재비, 솟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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