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근본적 특징은 스스로 드러낸다는 데 있다’-. 권력을 지근(至近)거리에서 관찰한 한 대통령 전기(傳記)작가가 일찍이 한 말이다. 권력의 최정상에 올라가기까지는 스스로의 속성을 교묘히 은폐한다. 그러나 정점에 도달하면 그 본색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달라질 수가…’- 13억 중국의 1인자 시진핑을 두고 나오는 말인 모양이다.
딱딱하다. 격식에만 얽매여 있는 것 같다. 전 국가주석 후진타오의 모습이었다. 반면에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유연하고 공식석상에서도 유머를 잘 구사한다. 거기다가 개혁파의 기수로 불린 중국공산당 8대 원로 시중쉰의 아들이다.
전임자와 여러모로 대조되는 시진핑. 그가 1인자로 등극하면서 상당한 기대가 따랐었다. 혹시 중국의 고르바초프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그 기대의 하나였다.
그 기대는 벌써부터 무너지고 있다. 그러면서 새삼 나오는 질문은 시진핑은 어떤 형의 권력자 로 굳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반(反)부패를 선언했다. 공직자의 형식주의, 관료주의, 향락주의, 사치풍조를 척결한다는 4반운동과 함께. 또 ‘호랑이와 파리를 모두 때려잡겠다’고 호언했다.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부패 공직자를 처벌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한 때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 된 전 충칭 시 서기 보시라이가 뇌물수수 등 혐의 유죄판결과 함께 종신형을 받았다.
그 부패척결의 칼끝은 막강한 ‘석유방’(石油幇)도 겨누고 있다. 석유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정치거물들이 숙청되면서 그 석유방의 보스이자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었던 저우융캉의 입지도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시진핑의 표정도 달라졌다. ‘근엄일색’(謹嚴一色)이라고 할까. 친근하던 모습은 간데없다. 항상 엄숙한 표정에, 때론 성난 권력자의 얼굴만 내보일 뿐이다.
‘자아비판’ ‘대중노선’- 요즘 중국 언론에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근엄 일색으로 모드가 바뀌면서 반세기 전 문화혁명기의 일상용어가 되살아난 것이다.
‘외국의 영향, 특히 서방의 영향은 어떤 것이든 나쁜 것이다. 인권이니, 입헌민주주의 체제니 등등’-. 한 편으로 새삼 이데올로기 전쟁이 전개되면서 인권운동가들이 줄줄이 연행된다. 대대적인 인권탄압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혼선을 일으키는 보도가 나왔다. 남방도시보란 중국의 한 신문이 ‘모택동 어록’이 반세기 만에 다시 발간된다고 보도했다. 그 보도를 관영매체는 사실무근으로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보도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1964년과 마찬가지로 인민해방군이 그 작업을 맡았고 발간시기를 모택동의 120회 생일이 들어 있는 12월로 밝힌 점 등. 그런 점에서 신문 보도에 더 신뢰가 간다. 그런데 왜 관영매체는 부인하고 있을까.
모든 것이 음습한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중난하이(中南海- 중국의 권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때문에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다만 한 가지 추측은 권부 깊숙한 곳에서 엄청난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등소평 이후 중국의 권력은 집단지도체제가 이끌어왔다. 그 프레임이 깨어질지도 모른다는 게 한쪽에서의 우려다. 모택동이 대중노선 통해 ‘스트롱 맨’으로 부상한 것 같이 시진핑이 권력구조를 1인 체제로 굳히기 위해 반부패운동을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모택동 어록 재발간 보도는 일종의 분위기 파악용 애드벌룬의 성격이 짙고, ‘중국은 또 다시 문화 혁명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원자바오의 경고가 괜한 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다 큰 그림으로 보면 ‘모택동 어록’으로 상징되는 과거로의 회귀는 불안감의 반영에 다름이 아니지 않을까. “중국의 집권세력은 외부적으로는 완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와 반비례해 내부적으로는 심한 불안증세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지적이다.
중국식 경제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 그 가운데 내부모순은 깊어만 간다. 돌파구를 어디서 찾나. 점진적인 민주화, 개혁이다. 한 쪽에서의 주장이다. 그 주장은 묵살됐다. 결국 선택한 것은 결속과 탄압이다. 대중노선을 통해 당내 결속을 다진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대대적 탄압을 통해 체제를 유지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이, 모택동 식 방식을 답습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관적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 사회에 만연한 분노가 폭발할 수도 있다.” 시진핑과 같은 태자당 출신의 한 중국 내 관측통의 지적이다.
“대중노선 채택에, 모택동 어록 재발간 등의 시도는 단순한 노스탤지어에서가 아니다. 과거 중국 공산당의 영광에 의존하려는 것으로 이는 경직된 권위주의 체제가 임종직전에 보이는 공통점이다.” 한 중국 운동인동가의 비판이다. 맞는 진단인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