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에는 세 가지 중요한 선택이 있다. 첫째는 직업의 선택, 둘째는 배우자의 선택, 셋째는 인생관의 선택이다. 이 세 가지 선택에 따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이 가운데 가장 힘든 일이 직업의 선택일 것이다.
최근에 종영된 한국의 교육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 주인공으로 나온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 하나가 ‘제로니모의 환상모험’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미래에 내가 어떤 모습인지 살짝 보고 오면 꿈이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꿈에 대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는 장면이 나온다. ‘여왕의 교실’은 마녀 선생 마여진과 중학교 진학을 앞둔 6학년 3반 학생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이 드라마에서 마 선생은 25명의 학생들에게 스스로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비교육적인 방법까지 동원해가며 혹독한 교육을 시킨다. 진정으로 학생을 위하는 교사의 마음을 읽기까지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는 가운데 결국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찾는다. 어린 아들의 꿈과 상관없이 대를 이어서 의사를 시키려던 의사 아버지는 사회비리를 고발하는 기자가 되겠다는 아들의 뜻을 받아들이고 한 여학생은 마여진 선생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다. 남편과 딸에게 얽매여 살던 하나 엄마도 “엄마는 6학년 때 꿈이 뭐였냐”는 딸의 말에 자극을 받아 화장품 제품 품평단에 도전해 마침내 꿈을 이룬다.
지난 9월7일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열린 본보 주최 칼리지 엑스포 ‘2013 UC 및 명문 사립대학 박람회’ 적성검사 코너는 자녀들이 원하는 일을 찾아주려는 한인 학부모들의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가 적성검사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 자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주고 싶어 했다. 적성검사에 세 자녀를 동시에 등록시킨 학부모도 있었다. 자녀의 적성에 관계없이 의대, 법대 위주의 소위 ‘돈 되는 전공’ 선택을 은근히 강요하던 기존의 패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실 적성검사 하나로 자녀의 미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녀의 능력, 좋아하는 분야, 성격 등을 골고루 파악해야 정답이 나오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자녀가 원하는 꿈을 찾는 것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몫이다.
이민 1.5세대인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오늘은 사실 부모의 가치관 교육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브라운 대학을 거쳐 하버드 대학에서 의학박사와 인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 의대교수로 재직하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곳곳에서 결핵, 에이즈와 싸우는 등 봉사활동에도 힘썼다. 치과의사였던 아버지 김낙희 박사는 철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려던 아들에게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성공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선 의사가 된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철학박사였던 어머니 전옥숙씨도 킹 목사 연설을 읽어주며 “너는 누구인가”라고 묻고 “위대한 일에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그가 세계은행 총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실력 이상으로 부모의 교육으로 훌륭한 인격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962년 충주고 3학년 때 국제적십자사 비스타(VISTA) 프로그램의 한국 대표 4명 중 1명으로 선발돼 백악관에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그때 최고의 외교관이 될 꿈을 간직하게 됐고, 결국 외교관들이 가장 선망하는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고등학교 때 모의 상원의원 활동으로 워싱턴 DC를 방문했다가 당시 케네디 대통령과 악수한 것이 계기가 되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평소에 자녀의 재능에 관심을 갖고 과외활동이나 커뮤니티 서비스, 경시대회 출전 등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녀들이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꿈을 스스로 발견하게 유도할 필요가 있다. 설사 현재 꿈이 무엇인지 몰라도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내일의 꿈이 보일 것이다.
꿈을 가진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킬 원동력을 갖고 아무리 힘든 일을 해도 지치지 않으며 남을 도와주면서 살아가는 행복한 사람이다. 대학과 전공의 선택기준이 돈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자녀가 한 평생 살아가면서 스스로 이루고 싶은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고귀하고 소중한 유산일 것이다.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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