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헌법은 입법, 행정, 사법 3부 중 입법부를 제일 앞에, 그 중에서도 하원을 먼저 두고 있다. 또 미 국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세입에 관한 법률은 하원에서 먼저 발의토록 하고 있다. 3부중 가장 수가 많고 2년마다 선거를 하는 하원이야말로 미국민들의 생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일어났다. 공화당이 40년 만에 연방 하원을 장악한 것이다. 40년 동안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번갈아 해먹고 상원도 다수당이 여러 번 바뀌었지만 하원만은 주구장창 민주당이었다.
그 이유는 하원의 경우 현직이 도전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유리했기 때문이다. 현직은 지명도도 높은데다 정부 돈으로 자기 업적을 얼마든지 선전할 수 있고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지역 개발 예산을 따 선심도 쓸 수 있다. 오죽하면 “연방 하원의 재선율은 소련 정치국원 재선율보다 높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이런 압도적인 우위에도 불구, 1994년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잃은 것은 민심을 얼마나 잃었었는지 보여준다. 그 해 선거를 앞두고 정부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의원들의 온갖 스캔들이 터진데다 92년 “희망”을 내걸고 불경기에 지친 미국민의 기대를 모으며 대통령이 된 클린턴은 취임하자마자 동성애자 군복무 같은 일반인들은 별 관심이 없는 이슈를 물고 늘어졌고 국민이 뽑지도 않은 힐러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전국민 의료 개혁으로 신망을 잃었다.
자기가 잘 해서라기보다 민주당의 악수로 상하 양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기고만장했다. 특히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클린턴을 제치고 워싱턴의 실세로 부상하며 누가 대통령인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라하게 작아진 클린턴이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I’m still relevant)라고 외친 일화는 유명하다.
클린턴을 살려준 것은 공화당의 오만이었다. 공화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연방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나왔고 클린턴이 이 예산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정부는 정말 문을 닫았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공화당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국민들은 정부 폐쇄를 공화당 탓으로 돌렸고 그 결과는 96년 대선에서 클린턴의 압승이었다.
그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연방 정부가 문을 닫으려 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연방 하원이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늦출 것을 요구하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경우 연방 정부를 폐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은 느긋한 모습이다. 20년 전 연방 정부를 폐쇄했다 공화당이 어떻게 됐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공화당은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었고 일사분란하게 단결돼 있었음에도 개망신을 당했는데 지금은 하원만 가지고 있는데다 그나마 지리멸렬해 지도부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미 국민의 지지율은 39%로 매우 낮다. 오바마케어와 함께 오바마의 인기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오바마케어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병원에 잘 가지 않는 젊은이들이 비싼 보험료를 내고 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할지는 미지수다. 젊은이 입장에서 보면 멀쩡할 때 미리 비싼 보험료를 낼 필요가 없다. 병력이 있거나 아픈 사람도 가입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병이 나면 그 때 들어도 늦지 않다.
거기다 5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는 전 직원에게 보험을 들어줘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중소기업이 직원 채용을 꺼리자 이 조항 적용을 1년 늦추는 등 부작용도 드러나고 있다. 가만 놔둬도 문제가 많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늦추겠다고 정부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오바마를 돕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적이 스스로 무너질 때는 절대 방해하지 말라”는 경구를 남겼다. 공화당은 어떻게 하는 게 현명한 처신인지 다시 한 번 돌아보기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