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중독성과 폐해를 절실히 느낀 사건을 오래 전에 다루었던 경험이 있다. 소위 좋은 집안 출신의 젊은이었는데 부모들은 한국에 있는 때문이었던지 애틀랜틱시티를 옆집 드나들 듯이 하다 보니 이리저리 친척들에게 돈을 꾸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도박에 얼마나 미쳐 있던지 어느 날 저녁 때 코리안 코너 파킹장에서 NIH(국립보건연구소) 연구원으로 파견 나와 있던 여자 박사의 핸드백을 나꿔채 도망가다가 잡히게 된다. 영락없는 강도 죄목이었다. 그가 감옥행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마침 담당판사 자신의 아들이 심각한 마약사범으로 형기를 살고 있었던 때문에 아마도 비슷한 나이의 내 고객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만 하더라도 네바다 주 아니면 애틀랜틱시티에 가야만 도박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1980년대 말부터인지 뉴욕 등지의 인디안 자치구들이 도박 시설로 도박 전문회사들과 이익금을 나누어가지고는 일부를 주민들의 후생 복지에 쓰는 것을 본 주 정부들이 앞을 다투어 도박을 합법화했기 때문에 메릴랜드 주만도 도박장들이 여기저기에서 불로소득과 일확천금의 헛된 꿈을 꾸는 군상들을 유혹한다. 특히 복권 판매는 안 통하는 주가 없을 것이다.
마이클 거손이란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의 최근 한 칼럼은 지난 30여년 동안 왜 미국에 도박이 팽배하게 되었는가를 잘 설명한다. 미국의 많은 주들과 지방 정부들이 몇 십 년 동안 인기 영합주의를 따르느라고 재정을 망가트려 온 결과 채권자들과 공무원들에게 6조 달러 이상을 빚지고 있단다. 그래서 23개나 되는 주들에서는 수입원으로 도박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거손은 미국 가치관연구소의 한 보고서의 결론들을 언급하며 공공의 목적을 위해 인간들의 약점을 착취하는 것의 정치적, 사회적 위험성을 지적한다. 예전처럼 멀리 휴가를 가야 도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전략적으로 도박회사들이 중산층과 중하층의 취업 인구들을 도박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도시 주변에 자리를 잡는단다.
그리고 도박업계의 기술은 도박 중독을 유발시키게끔 절묘하게 발달되어 있다는 것이다. 도박장 수입의 주요 부분인 슬롯머신이 한 예로서 언급된다. 처음에는 도박자들이 적은 액수일망정 자꾸 이기게 되어 흥분이 고조되며 더 많은 액수를 베팅하다보면 가진 돈, 빌린 돈, 크레딧 카드의 한도액까지 다 날리게 마련이다.
위에 언급된 연구소에 의하면 슬롯머신 수입의 40% 내지 60%가 문제성 도박자들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거손은 “정부가 이 같은 방법으로 다른 장애 상태를 이용할 것인가? 정부가 성 중독자들을 만족시키는 사창굴로부터 수입을 올릴 것인가? 마약 중독자들로부터 돈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크랙(코케인) 사용처를 열 것인가?”를 질문한다.
그의 지적대로 정부와 도박 산업의 결탁은 심각한 문제다. 메릴랜드 주에서 작년에 도박장 설치를 합법화했을 때 주의원들의 선거 기금이 넘쳐나다시피 되었고 또 그것이 최종적으로 주민 투표에 붙여졌을 때 TV 방송국들과 신문들이 엄청난 액수의 광고 수입을 올린 바 있었다. 도박 산업에서 내는 세금으로 교육과 사회 복지에 투자한다는 허울 좋은 명목은 도박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 대부분이 그것을 감당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 앞에서 무색해진다. 도박으로 실직자들이 양산되면 사회 안전망이 그들에게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피장이 파장인 셈이다.
거손은 정부가 근면, 신중한 장래에의 계획 그리고 만족의 연기 등 민주주의의 주요 덕목을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지 않고 횡재하려는 허망한 꿈과 기만을 조장하는 것을 지탄한다. 현재 많은 주정부들이 공화, 민주 양당의 양보 없는 싸움으로 교착 상태이지만 카지노 지지에 관한한 초당적인 성공을 거둔다는 미국 가치관연구소의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그러나 도박장들이 아무리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도 우리 개개인들이 작심하고 눈길을 돌리지 않으면 우리는 도박의 비극적인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또 어른들이 복권 구입조차 삼가는 좋은 본을 세워야 자라는 아이들을 도박의 악영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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