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바마케어’는 폐기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연방하원이 ‘정부 폐쇄’와 ‘국가 부도’를 볼모로 잡고 무모한 인질극을 벌여도, 극우파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화장실도 못간 채 21시간 넘게, 한밤중 빈 의사당에서 때로는 혼자 횡설수설…마라톤 발언을 강행해도,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죽이지 못한다. 최소한 현재의 공화당으로는 역부족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하원은 지난 주말 2014 회계연도 잠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양당의 타협으로 정식 예산안이 마련될 때까지 10월1일부터 두달 반 동안 정부가 차질 없이 돌아가도록 하는 임시조치다. 그런데 예산안에서 오바마케어 관련지출을 통째로 빼버렸다. 인질범의 수법이다 - 정부 문 닫을래? 오바마케어 시행 중단할래?플랜 B도 있다. 10월 중순 올려주어야 하는 국가부채 상한선 조정이다. 의회가 증액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빚을 얻을 수 없게 되고, 돈이 없는 정부가 각종 경비를 제 때 지불 못하면 채무 불이행, 디폴트에 처하면서 국가 부도사태에 빠지게 된다. 하원의 증액안에도 오바마케어 연기조항이 포함될 것이다 - 국가 부도낼래? 오바마케어 포기할래?예산안도, 증액안도 공화당의 바람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대통령과 민주당에겐 포기 가능한 협상 이슈가 아니다. 오바마는 자신의 최대 업적이자 으뜸 유산으로 역사에 기록될 오바마케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에도 헬스케어개혁은 수십년 추진해온 역사적 과제였다. 의회 통과와 연방대법원의 합헌판결, 대통령선거의 유권자 심판을 차례로 통과한 ‘국법’이기도 하다.
공화당 내에서조차 부질없고 역효과만 난다는 지적이 속출해도 오바마케어 죽이기를 지상과제로 천명한 티파티 극우파의 집념은 보통 끈질긴 게 아니다. 지난 금요일의 잠정예산안 통과가 ‘죽이기’ 42번째 투표다. 그리고 월요일, 상원이 하원안을 받아들면서 공화당의 무모한 전략이 빚어낸 승패가 뻔한, 극히 소모적인 한 주간의 벼랑 끝 대치가 시작되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 “오바마케어가 현행법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부인하는 티파티 무정부주의자들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버락 오바바가 대통령이고, 내가 상원의 리더인 이상 오바마케어는 이 땅의 법으로 남아있을 것이다”수요일인 어제, 상원의 예산안 처리는 첫 관문을 가볍게 넘어섰다. 하원예산안을 심의할 절차투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이다. 지연작전을 강행하며 반대를 표시했던 크루즈까지 작전을 바꾼 듯 지지표를 던졌다.
앞으로 잠정예산안의 최종 표결까지는 몇 차례 투표가 더 남았다. 오늘 오바마케어를 복원시키는 리드의 수정안이 상정되어 심의를 시작한 후 28일 수정 예산안에 대한 토의 종결투표를 거쳐 (크루즈는 더 많은 국민이 지켜볼 금요일인 27일에 수정안 종결투표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야 반대표가 더 많아진다는 주장이다) 일요일인 29일 최종 표결을 거쳐 오바마케어 예산이 포함된 상원의 잠정예산안을 하원으로 보내게 된다.
10월1일 정부 폐쇄 데드라인을 눈앞에 둔 하원은 단 하루 만에 상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직면할 양자택일의 시간이다. 그 자신에게도, 공화당에게도, 국가에게도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협조하에 공화당 일부를 설득해 상원안을 통과시키든지, 상원안에 다시 오바마케어 죽이기 조항을 첨부하는 수정안을 만들어 상원으로 되돌려 보내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상원안을 포용하면 극우파가 강력 반발할 것이고, 수정안을 또 만들면 시간에 쫓겨 정부 폐쇄가 불가피해진다.
오바마케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번 가을의 ‘예산전쟁’에서 공화당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민주당 뿐 아니라 공화당 내 ‘지각 있는’ 인사들도 인정하는 불리한 전세요, 승산 없는 소모전이다. ‘판도라의 상자’를 열 듯 ‘재앙’을 불러올 국가부도 사태는 물론이고, 당장 국민들의 일상에 지장을 줄 정부 폐쇄가 공화당에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인지는 베이너 의장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동안 티파티 극우파에 휘둘려 온 베이너에겐 지금이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다. “오바마케어 이슈에선 우리가 졌다”고 현실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공화당의 중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예언도 참고할 만하다 : “정부폐쇄는 안할 것이다, 오바마케어 예산 전면삭감도 못할 것이다…불행하게도 우리에겐 그럴 수 있는 충분한 표가 없다”재깍, 재깍, 재깍…정부 폐쇄를 카운트다운 하는 시계는 계속 돌아가고 있다. 데드라인까진 이제 나흘 남았다. 리더십을 회복한 베이너가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카운트다운 시계는 멈출 것이다. 그 후엔 2013년의 워싱턴 정가에도 양극화 교착상태가 풀어지는 해빙기의 기적이 찾아올지 누가 알겠는가. 장기적 적자해소 방법을 진지하게 논의하며 ‘그랜드 바겐’, 대타협을 이끌어내는 성숙한 정치는 그때가 되어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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