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들이 왜 그런 짓을 저질렀는지를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습니다. 아론은 이제 아무에게도 해코지를 할 수 없는 곳에 있습니다. 그 점을 나는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데 대해 피해자들의 가족들에게 정말로 죄송합니다. 나의 마음은 상처투성이일 뿐입니다.”이번 주 월요일 워싱턴DC에 소재한 해군기지에서 12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경찰에게 죽임을 당한 아론 알렉시스(34)의 어머니의 말이다. 보안이 가장 철통같아야할 직장에 출근했다가 비명횡사를 당한 피살자들의 가족들만이 아니라 미국 조야 전체가 이 비극의 근원을 발견하고자 할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많은 것이 알려지고 총기 규제의 소리도 들려질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총기 숭배의 광기가 근본적으로 사라지기 전에는 이 같은 참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작년 12월 중순 커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 훅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로 다섯 살, 여섯 살짜리 1학년 학생들 20명이 여섯 명의 교직원들과 더불어 어떤 경우에는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최후를 맞은 다음에 오바마 대통령 등이 연방정부 차원에서 총기 구입 희망자들에 대한 배경 조사를 강화시키려는 노력을 했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상원에서 마저 실패로 돌아간 것이 불과 몇 달 전이다.
어째서 그리 되었는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미국의 총 숭배문화의 기원을 생각해 보자. 13개 식민지들이 영국에 대한 독립전쟁을 전개했을 때의 민병대들의 역할 때문에 미 헌법 권리장전 제2조에는 “잘 규제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고로 시민들이 무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시민들의 무기 소유권이 민병대와 관련지어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 권리는 개인들의 권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간간히 있었지만 연방대법원은 무기 소유권이 시민들 개개인에게 있다고 해석을 해왔기에 거의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속한 것으로 주장하는 것이 미국 최대 최강의 압력단체인 전국총기연합회(NRA)와 보수파들의 입장이다.
이런 문화는 같은 영어권이고 영국 식민지였던 호주의 총기문화와 대조가 된다. 호주는 워낙 죄수들의 유형지로 출발했기 때문에 총 사용의 전통이 미국에 못지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1996년에 포트 아서라는 관광지에서 영국으로부터 이민 온 어떤 청년이 35명을 쏘아 죽이고 18명에게 중상을 입힌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 호주 조야의 반응은 극적이고 획기적이었다. 호주인들이 총체적으로 총에 관한한 ‘미국 방식’을 따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트 아서 참극이 일어난 지 불과 12일 만에 당시 보수당 출신 수상이던 존 하워드는 호주의 총기 관행을 확 바꾸어 놓는데 성공한다. 첫째로 호주의 각 주 정부들을 설복시켜 자동 및 반자동 무기를 금지시키도록 설복했다. 둘째로 연발 또는 다발이 가능한 공격 무기들을 정부가 사들이는 계획을 실천에 옮겨 호주 전체의 무기들 중 5분의1 가량을 없애는데 5억달러를 지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총기 등록과 면허 과정을 전국적으로 통일시켰다.
그 결과는 어떤가? 1996년 이전 10년 동안에는 5명 이상이 살해되는 대량 학살 사건이 11건이었지만 그 이래로는 한 건도 없었다. 한편 당시에 호주의 부수상이던 사람은 호주 사람들에게 미국에 가면 호주와 비교하여 총 맞아 죽을 확률이 15배되니까 미국 여행을 재고하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1996년의 총기 단속 대혁명은 총기로 인한 살인사건을 대폭 감소(59%) 시켰을 뿐 아니라 총기에 의한 자살도 65%나 줄였다는 연구조사가 있다.
호주 사람들은 경악할만한 대량학살을 경험한 후 보수와 노동당 등 당파를 초월한 거국, 거국민적 합의로 총기문화를 변화시킨데 대해 자긍심을 느낄만하다. 미국 양당의 지도자들과 시민들이 호주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미국의 심각한 병폐인 총기 숭배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일까 마는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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