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두 주 전 워싱턴 포스트 1면에 난 기사 하나가 나를 화들짝 놀라게 했다.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예산에 관한 것이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 6월 30일로 끝난 작년 회계연도의 잉여재정에 대한 설명이 독자들을 혼동시킬 수 있게 보도되어 있었다. 버지니아 주에서는 법적으로 교육재정의 적자운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회계연도 말에는 항상 어느 정도 덜 쓴 예산이 남아 있게 된다. 그리고 남은 예산은 대부분 그 다음해로 이월된다. 훼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1년 평균 이월 액수가 3천만불 정도였다. 사실 이것은 1년 교육 예산의 1%를 약간 초과한 액수에 불과하고 게다가 매년 별도로 적립되어 비축되는 예산도 아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이를 보도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매해 3천만불 가량씩 모두 3억불 상당의 잉여예산이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일반 독자들은 1년에 3천만불씩 10년이면 3억불이 되는 것은 당연한 계산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해에 3천만불이 남아 다음해로 이월했다고 하자. 그리고 둘째 해에도 3천만 불이 남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두 해 동안 합쳐서 6천만불이 남았을까? 그렇지 않다. 둘째 해 말에 남아 있는 예산은 그대로 3천만불에 불과하다. 그 전해로부터의 이월금을 합쳐 해당 회계연도의 예산을 집행한 후 또 다시 3천만불이 남은 것이다. 따라서 그렇게 10년을 반복해도 남아 있는 돈은 3천만불이지 3억불이 아니다. 여러 해 동안 긴축재정을 운영해오던 카운티 교육청은 이러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사에 당연히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그 보도가 나간 날 아침 어느 한 라디오 방송은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인용해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이 재정흑자로 3억불을 예비비로 비축해 두고 있다고 보도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교육청 홍보실이 방송국에 연락해 계속 그렇게 보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해당 기사 내용에 이월된 잉여예산으로 다음 해의 재정부족을 메꾸기도 한다는 언급이 포함되었으니 오보는 아니라고 주장하며 정정기사를 낼 의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사 내용에 10년간 3억불이 되는 도표까지 포함되었던 것을 볼 때 설득력이 없었다. 단지 편집인의 자존심 고수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반론서한을 편집인에게 보내 신문에 실었다. 그러나 반론에 할애된 지면은 원래 기사에 비해 훨씬 작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교육청은 교직원 모두에게 일단 이메일로 오보를 알렸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다.
언론은 사회의 기둥 역할을 한다. 그러기에 이에 따른 책임 또한 막중하다. 그래서 보도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고 모든 보도 내용에 진실성을 뒷받침 할 만한 충분한 조사와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이것은 모든 언론사에게 요구되는 것이지만 워싱턴 포스트의 경우 그 위상을 놓고 볼 때 더욱 그러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고 그 영향력은 워싱턴 지역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미 전역과 전 세계로 퍼지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 인용은 워싱턴 지역의 다른 언론사뿐만 아니라 한국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또한 동포사회 언론들이 그대로 기사를 번역해 옮기는 경우도 적잖다. 그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워싱턴 포스트가 오보를 낼 경우 그 파장은 엄청날 수 있다.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에서는 홍보실 담당자가 언론 보도를 검토한다. 오보를 지적하기도 하고 반론을 제시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보도 기자에게 직접 얘기를 하기도 하고 담당 편집인을 만나 의논이나 항의를 하기도 한다. 학군에 중요한 결정이 있을 경우 사전 보도자료를 준비해 담당기자가 해당 이슈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기사를 쓰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기사의 정확성에 대한 의견 대립이 해소되지 않은 채 지나갈 수 밖에 없는 때도 있다.
언론이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기사 하나하나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정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이고 마감 시간에 쫒기다 보면 의도치 않은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수가 있었을 때 이를 바로 잡는데에도 진정한 노력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해당 언론이 더욱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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