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맥다넬 버지니아 주지사와 그 부인이 연루된 선물 스캔들이 점입가경이다. 딸 결혼식 피로연에 소요된 경비 1만5,000 달러를 어느 기업체 사장이 부담한 것에 관한 언론보도로 시작된 것이 그 후 주지사 부인의 옷 샤핑(1만5,000 달러), 주지사의 롤렉스시계(6,500 달러)선물, 또 다른 딸의 약혼선물(1만 달러)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12만 달러나 되는 큰 액수의 개인융자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선물과 융자를 제공받았던 기간 동안 주지사와 그 부인은 선물과 융자를 제공한 사람의 기업체를 홍보하는데 나섰다. 그리고 이러한 홍보행위가 문제되자 이에 대해 맥다넬 주지사는 줄곧 이는 주지사로서 당연히 버지니아 주 기업을 홍보한 것 그 이상은 아니라고 했다. 즉, 선물과 융자 때문에 홍보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던 것이 최근 보도에 의하면 이러한 홍보행위가 이루어질 무렵 주지사 부인이 해당 기업체의 주식을 구입했다고 한다. 결국, 그 기업체의 성공 여부가 주지사 가족들의 이익에 직접적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이번 스캔들 전까지 공무수행에 높은 평가를 받아 왔던 맥다넬 주지사는 형사적 처벌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참담한 모습으로 정치생활을 마감할 듯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계속된 언론 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다시 생각난 부분이 있다. 즉,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이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주지사와 그 부인의 변호사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얼핏 부부가 따로 변호사를 선임할 이유가 있나 하는 물음이 생길 수 있겠지만 이 경우에 변호사가 따로 있어야 되는 것은 당연하다. 부부지만 서로 이해가 상충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예를 들어, 주지사는 부인이 한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부인은 그렇지 않다거나 적어도 부분적으로나마 주지사와 상의 끝에 이루어진 일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할 때 한 명의 변호사가 양쪽을 동시에 변호할 수 없는 것이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변호사는 자신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고객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상충이 있을 가능성은 미리 피해야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렇기에 이번 스캔들에서 선물과 융자를 제공했던 기업인과 그의 회사가 각각 따로 변호사를 선임한 것이다. 기업의 대주주나 회장, 사장이라고 해서 그의 개인적 이해와 기업의 이해가 꼭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변호사로 일 해 온지 이제 거의 30년이 되어간다. 그런데 그 동안 종종 질문을 받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변호사 비용을 조금이라도 절약하거나 때로는 따로 변호사를 선임함으로 인해 있을 수 있는 번거로움을 줄이자는 의도로 사업체 매매나 이혼 사건 때 한 변호사가 모든 일을 처리해 주기를 원하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사업체 매매의 경우 한 변호사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할 수 없다. 판매자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가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구매자에게 불리함으로 돌아 갈 수 있다.
만약에 한 변호사가 양쪽 모두에게 선임되었다면 그러한 상황 때 변호사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어정쩡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인데 이는 변호사 윤리 강령 상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사업체 매매 때 모든 당사자들이 꼭 변호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변호사 도움 없이 매매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변호사가 양쪽 모두의 변호사 역할을 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러할 경우 해당 변호사는 한쪽의 변호사로 자신을 선임한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한다. 결코 양쪽 모두의 변호사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혼 사건 때 한 변호사가 남편과 부인 둘 모두의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없는 것과 어느 한 형사 사건에 피고인들이 여럿 있을 때 각 피고인이 나름대로 다른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것에도 적용된다.
변호사가 응당 피해야 하는 이해 상충은 맥다넬 주지사 경우와 마찬가지로 가족 사이에서 일어 날 수도 있고 동업자들 사이, 채권-채무자, 건물주-임차인 사이에서 일어 날 수 있다. 변호사가 이해 상충 가능성 때문에 양쪽 모두의 변호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의사 표시를 할 때 그 것이 어느 한 쪽이 싫다거나, 괜히 변호사들 사이에서 변호사 비용을 더 불리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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