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1일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에서 한민족 지도자들 33인이 일제로부터 독립 선언을 한 요인 중 하나는 윌슨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언급한 민족자결이라는 항목이었다. 1914년에 시작된 세계제1차대전의 끝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윌슨은 14개 조항의 강화조약을 제창했는데 일제의 한일합병으로 나라를 잃은 조선 사람들에게 가장 호소력이 있는 표현은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장래를 결정한다는 즉 독립해야 한다는 개념이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33인들 중 3.1 운동으로 시작된 독립운동이 미국 정부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면 크나큰 오산이었다. 민족자결이란 이상주의가 구라파의 열강들과 미국, 일본 등의 침략으로 자기 자신들의 땅에서 외세의 지배와 차별을 받는 식민지 사람들을 크게 흥분시켰지만 실제적 결과는 그야말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격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윌슨이 뉴저지 지사 경력도 있지만 워낙은 프린스턴 대학의 정치학 교수 출신으로 예를 들면 한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의 지도교수였다는 사실이다. 교수답게 윌슨은 이상주의자였던 것 같다. 예를 들면 1차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미국이 내세운 슬로건은 “모든 전쟁들을 종식시킬 전쟁”이란 것이었다. 또 세계평화와 안전을 도모한다는 국제연맹을 제창한 것도 윌슨이지만 정작 1920년에 시작된 국제연맹에는 미국의 참여가 없었다. 연방상원을 설복시키지 못한 탓이다.
윌슨이 생각나는 이유는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의 우왕좌왕 때문이다. 그리고 윌슨처럼 정치학자는 아니지만 파트 타임일망정 오바마가 시카고 대학 법과대학의 헌법학 객원교수를 지냈다는 점이 상기된다. 대학교수들 그중 특히 법과대학 교수들은 양시양비(兩是兩非)론적인 교육 방법을 쓰는 경향이 있다. 고객이 누구냐에 따라 같은 법조문이나 판례들을 아전인수격으로 전개해야 하는 직종의 전문인들을 양성시키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지 2년 동안에 오늘날까지 사망된 수만도 10만이 넘고 피난민은 100만이 넘는 결과가 진행되는 동안 오바마의 즉 미국 정부의 입장은 애매모호한 모순 투성이였다는 비잔을 받기에 족했다. 처음에는 민주 기치를 내건 반정부군을 지지할 것 같은 인상을 주었던 것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에 대한 미국민들의 염증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은 최근 CIA의 무기 공급 때까지는 공염불이었을 뿐이었다. 독재자 아사드의 계속 집권은 용납할 수 없다던 것도 말뿐이었다. 특히 오바마 자신이 만약 아사드가 반군과 반군 지배 지역에 대해 화학물질로 된 무기를 사용하면 미국이 개입할 한계점(red line)이라는 언명을 여러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달에 정부군이 반군 지역에 화학 무기를 발사하여 400여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1,000여명이 고통스럽게 죽은 사건 이후의 오바마의 행적은 법과대학 교수 특유의 갈지 자 걸음 형국이었다.
예를 들면 대통령 권한으로 단기간의 공격은 할 수 있는 데도 자진해서 의회의 재가를 구한다는 성명이 있다. 만약 의회가 거부하면 오바마는 3년이 넘게 남은 임기 중 절름발이 오리 신세가 될 것이라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국민들에게 미국이 왜 시리라에 개입해야 될 것인가를 설명하는 TV 시간을 요청하고는 이번 화요일의 16분 연설에서도 교수 강의 같은 “한편으로는”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하는 식의 모순을 보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시간을 재보았던지 오바마가 처음 12분은 시리아를 공격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데 사용하고는 나머지 시간에는 군사 행동을 유보할 것이라는 뉴스를 전했다고 지적한다. 러시아의 푸틴이 시리아의 화학 무기를 국제기구의 관장 아래 파괴함으로써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이 가져올 것이라는 인근 지역의 전쟁 참화의 확대를 막아본다는 제안에 아사드의 동의를 얻었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폭격 계획을 중단시킬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날 오바마의 연설에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도 “모든 세상 사람들의 자유와 권위에 대한 우리의 신념” 때문에 시리아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라고 한 것은 결단을 못내리는 그의 우유부단함의 발로인가? 아니면 폭격의 예기치 않은 결과로 많은 무고한 피가 흘려지는 일을 방지하고자 하는 평화 숙원의 외침인가? 생사가 달린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오바마의 머리는 더 백발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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