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 환자 진료를 둘러싸고 의사들과 임상 간호사(nurse practitioner)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라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현재 미국 내 5개 주에서 임상 간호사들이 의사의 감독 없이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 중이며 이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지난달 일부 임상간호사들의 독립 진료를 인정하는 법안이 하원 소위원회에 상정됐으나 환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반발하는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부결됐다고 신문을 덧붙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임상 간호사뿐만이 아니다.
내년 전 국민 건강보험법(Affordable CareAct)이 본격 시행되면 1차 진료를 담당하게 될의사 부족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의료계의 다양한 전문 인력들은 자신들의 업무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많은 교육과 임상실습을 요구하는 임상 간호사인NP들은 자신들이 1차 진료 인력부족 현상을메울 수 있는 전문 인력이라며 독립 진료를 강력 주장하고 있다.
의사의 감독 하에서만 진료가 허용되는 진료보조원(physician assistant)과는 달리 NP는 1차보건진료소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할 수 있다.
NP는 RN으로 불리는 공인 간호사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간호사로 대학원 과정을 마쳐야한다.
NP는 검사와 진단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을받아 미국 내 50개 주에서 급·만성질환을 관리하고 규제약품을 포함한 처방전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NP가 이들 진료나 처방전 등의 의료행의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어느 정도까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지는 주별로 다르다.
미국 내 17개 주와 워싱턴 DC는 NP의 독자적 진료행위를 인정해 주고 있으며 12개 주는정도에 따라 의사나 기타 보건 당국의 감독을 받도록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21개 주는 의사와의‘ 공동적’ (Collaborative)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협의는 환자 의료기록 차트를 의사가 몇 %까지 점검할 것인가에서부터 NP가 어떤 검사를 지시할 수 있을 것인가 등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미국 임상간호사협회의 태이 코파노스 부회장은 현 상황을 운전면허로 비유하면서 “일부주에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면허지만 어떤주에서는 누군가가 가는 길을 정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는 부결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지난 5월 NP의 독자진료를 보장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은 그러나 하원 소위원회에서 논의하다가 의사들의로비 공세에 막혀 부결되고 말았다.
법안 옹호자들은 현재 58개 카운티 중에서1차 진료의가 충분한 곳은 16곳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 NP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주장했다. 그러나 3만7,000명 회원의 캘리포니아 의학협회는 의사 감독 없이 NP의 독립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결국 환자를 해치고 진료의질을 낮추는 행위”라고 반대하면서 법안 저지를 위해 100만달러 이상을 썼다.
가주 하원소위원회는 지난 8월13일 상원에서 통과된 독립인정 법안을 수정해 NP가 병원이나 의료 진료소에서만 독립적으로 진료할 수있도록 하는 독자 법안을 심의키로 합의했으나같은 달 30일 이를 전면 파기시켜 버렸다.
▲뉴저지는 독립성 인정
펜실베니아와 미시간, 매서추세츠주에서는현재 NP의 독자 진료권을 인정할 지의 여부를둘러싸고 의회에서 찬반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뉴저지 의회는 의사 또는 상급 NP와의 공동협의 진료과정을 2년간거친 후 NP의 독자 진료권을 인정하는 법안을통과시켜 NP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전국 주지사협회와 의학연구소는2025년까지 1차 진료의 6만5,800명이 부족할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 의회에 NP의 진료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사실 최근 많은 의사들이 비 의사인력 팀을자체적으로 꾸려 이들에게 환자의 진료를 맡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의학협회 등 의사 권익단체들은 의사들의 이런 진료 팀 운영이 자칫 치명적일 결과를 가져올 수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가정주치의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NP는 평균 5~7년의 교육과 임상훈련 5,350시간을 거치는 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11년 교육과 2만1,700시간 임상훈련을 거친다.
이에 따라 학회는 “NP를 의사에 대체하는것은 대답이 될 수 없으며 미국인들을 위한 질적 진료를 놓고 타협해서는 결코 안 되며 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 낙후지역 진료 기능
이에 대해 NP 옹호단체들은 NP도 MD와 같은 안전하고 높은 수준의 진료를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보고서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코파노스는 임상간호사협회 부회장은 의사의 감독 하에 NP가 환자를 보도록 하는 주에서 환자들이 더욱 안전하다는 기록은 찾아볼수가 없다면서 NP에게 독자 진료권을 더욱 자유롭게 인정하는 주에서는 더 많은 NP들이 시골과 의료 낙후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의학협회의 주장을 반박했다.
2,053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실시해 6월 발행된 건강문제 학회지에 발표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1차의료 진료소에서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의사를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기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임상 간호사나 진료 보조원에게 진료를 받겠다고 답한 응답자가60%에 육박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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