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일보가 지하혁명조직 RO (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 녹취록을 단독 입수, 지난 달 30일 지면을 통해 공개한 요약본을 읽고 녹취록의 진위, 내란음모, 혐의적용의 타당성에 대해 많은 의아심을 가졌다. 우선 이 요약본으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에 그 내용이 턱 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녹취록 요약은 현재 체포 수감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지휘 책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진 RO 회원들이 지난 5월 1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가진 회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지난 2,3일자 10, 11면(미주판 4일자 C4, C5면)에 이 의원의 강연과 질의응답에 이어 토론내용의 녹취본 전체를 공개함으로써 RO조직 활동을 전체적으로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국정원은 이 녹취록 분석을 통해 알려진 RO의 전쟁준비, 무장, 국가 기간시설 타격 등에 관한 논의를 근거로 해서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 수사를 진행했으며 법무부는 같은 혐의로 이석기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 국회의 동의를 거쳐 구속 수감했다. 녹취록을 자세히 읽어보면 삼척동자라도 RO가 국가전복을 목적으로 한 내란음모 모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이 혐의에 대해 “녹취록에 총기탈취, 시설파괴 언급은 있지만 이는 농담에 불과한 것이며…. 민주주의에서 토론이 자유로워야….”라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놨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보장하는 토론의 자유가 국가전복 모의까지 포함한다는 말인가? 국회에서 수사관들이 형 집행을 진행하는 과정을 취재하는 보도진 앞에서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 두 손을 머리에 얹고 사랑의 표시인 하트 모양을 그리는 이 의원의 모습을 보면서 정신 나간 사람이 아니고는 이렇게 국민을 우롱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를 사랑한단 말인가? 그가 우러러보는 북한의 수령님을 그토록 사랑한다는 말인가? 국정원 직원들에 의해 호송되어 끌려 나갈 때 주먹을 불끈 쥐고서 “야, 이 도둑놈들아”라고 세 번 씩이나 외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증오보다는 차라리 측은한 감이 들었다. 딱한 것은 이석기 의원이 인생의 성공을 잘 못 짚고 살아왔다는 것이다. 첫째, 이 의원은 수령님과 그의 집단만이 잘 살기 위해 인민을 노예로 착취하는 세습 독재체재를 목숨을 걸고 지키는 혁명을 인생의 성공으로 본 것이다. 혁명에는 그 대상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그는 그 대상을 잘못 골랐다. 현 한국정부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혁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정부는 헌법에 따라 합법적이고 민주절차에 따라 세워졌기 때문이다. 혁명의 대상은 북쪽에 있다. 이 의원은 RO에 퍼부은 그 정력으로 북한혁명에 올인을 해왔으면 정말 참다운 성공의 길을 밟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인생의 참다운 성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정 안에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의원은 잊고 살아왔다. 1962년생인 그는 지금 51세로 인생의 황금기를 누릴 수 있는 나이다. 한 가정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두 자녀의 아빠로 그리고 아들과 동생으로 얼마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사람인가? 그러나 그는 혁명의 목표를 잘못 짚은 바람에 이런 행복들을 다 떨쳐 버렸다. 1990년 한 여대생 규수와 결혼한 그는 귀여운 아들과 딸을 얻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진실한 의미에서의 ‘가정’은 없었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이른바 운동권에 몰두했던 그는 민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수배 및 감옥생활이 전부였기 때문에 이 가정에는 가장이 없었다. 아내는 아들, 딸을 데리고 혼자 가정을 꾸려나가야 했다. 2002년 부부는 헤어졌으며 아내는 자녀를 데리고 이민 길에 올랐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었던 누나도 동생을 도피시킨 혐의로 직장을 잃었다. 그는 누나와 어머니를 병고로 잃었다. 이제 이 의원의 운명은 재판부에 넘겨졌다. 나는 이번 기회에 이 의원이 그의 인생길을 차근차근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생의 참된 성공이 어디 있는지 재고하기 바란다. 51세면 지금도 늦지 않았다. 다시 출발할 수 있다. 인생의 성공은 결코 방향에 있지 속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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