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CMA 한국미술 큐레이터 부임 버지니아 문씨
만 3년 동안 비어있던 LA카운티 미술관 한국미술 큐레이터로 부임한 버지니아 문(42?문선정)씨는 지난 4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한인사회에 첫인사를 보냈다. 여유있는 화술과 친화력, 프로페셔널리즘이 돋보이는 문 큐레이터는 교수(UC리버사이드)로 가르쳤던 경력 때문인지 달변에 세련된 프리젠테이션으로 기자회견장을 압도하며 그동안 침체됐던 한국미술갤러리의 위상을 단번에 올려놓겠다는 듯 의욕 넘치는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물론 많은 프로젝트가 그가 부임하기 전에 고안되고 추진된 것이지만 마침 한국미술실이 산뜻하게 재단장을 끝낸 시점에 출근을 시작한 문 큐레이터는 이미 불고 있는 순풍에 올라타 더 쉽고 더 빠르게, 더 큰 날갯짓으로 탄력있는 업무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프로젝트는 내년 6월 있을 ‘조선미술대전’입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과의 교환전시로 LA와 필라델피아, 휴스턴에서 순회전시가 이루어지게 되죠. 그동안 한번도 해외에서 전시된 적이 없는 중요한 미술품들이 선보이는 메이저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가 큽니다. 라크마는 국립중앙박물관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앞으로 한국미술전시는 새로운 수준으로 올라설 것입니다”조선미술대전은 올해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미국미술 300년전’(Art Across America)의 교환전으로 열리는 것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120~150여점의 회화, 서예, 도예, 가구, 칠공예, 조각품, 텍스타일 등 조선시대 500년을 꽃피운 예술과 문화, 종교의 유물을 총체적으로 선보이게 된다.
그 다음 중요한 프로젝트로 문 큐레이터는 2016년 설치미술가 서도호 기획전을 꼽았다. 이에 관해서는 아직 발표할 단계가 아니지만 굉장히 큰 전시가 될 것이라 흥분된다는 그는 이것이 한국미술 갤러리가 추진해온 서도호 플랜과는 관계없는 별도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라크마는 2009년 한국미술실을 재개관하기 전부터 특별 테크놀러지를 사용해 조선시대 궁궐을 갤러리 안에 복원하는 서도호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바 있는데 지금까지 예산부족으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는 무관한 서도호 전시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것을 문 큐레이터는 맡게 된다는 것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앞으로 한국미술 큐레이터가 현대미술까지 관할하게 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문 큐레이터의 의지가 많이 작용한 듯하다.
그동안 라크마 중국한국미술부는 전통미술만을 관여해왔으며, 과거 김현정 큐레이터도 2009년 ‘당신의 밝은 미래: 한국현대작가 12인전’ 때 중요한 역할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관할부서와 큐레이터는 현대미술부의 린 젤레반스키(현 카네기미술관 관장)였다.
“라크마는 앞으로 좀더 많은 한국 현대미술 컬렉션에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대미술에만 치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통에서 현대까지 여러 시대의 한국미술을 균형있게 조명할 수 있도록 컬렉션의 내용을 폭넓게 확장하고 싶다는 뜻이에요”라크마는 한국의 전통미술 컬렉션은 많이 갖춘 반면 근대와 현대미술품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 문 큐레이터는 “한국의 현대미술이 시작된 20세기초부터 일제식민시대와 전쟁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 자료가 많이 없어졌다”면서 국제미술계에서 위상이 높아진 지금이야말로 한국의 현대미술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그 전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조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말도 구사하지만 영어가 훨씬 편한 버지니아 문 큐레이터는 버지니아에서 태어난 2세로, 예일대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던 시절 한국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본미술이나 중국미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히 다른 한국미술을 더 알고 싶었으나 20년전에는 이에 관한 정보가 전무했다는 그는 그때부터 자신이 한국미술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광범위하게 공부했다고 전했다. 뮤지엄 경력은 없지만 오랫동안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그가 라크마에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한인사회의 관심이 지대하다.
문 큐레이터는 “미국내 한국 갤러리가 있는 미술관은 여러 곳이지만 6개의 전시실을 갖춘 곳은 라크마가 유일하다”며 “이는 이곳에 가장 큰 한인 커뮤니티가 있기 때문이며 한인커뮤니티의 관심과 참여가 없으면 라크마 컬렉션도 더 풍요로워질 수가 없다”며 함께 일하자고 강조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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