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아껴야 한다. 비관적 태도는 금물이다. 무엇보다도 우유부단해서는 안 된다.”고민하는 햄릿의 모습 같다고 할까. 그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우파로부터의 쏟아지는 공격이다. 전시(戰時)의 대통령이 지녀야 할 자질과 덕목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그런 모습이 오바마에게서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이다.
진보 측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시리아는 미국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린 나라가 아니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부시의 유산’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중동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 마당에 미국의 국가 이해와 무관한 시리아에 개입하지 말라는 거다.
온 관심은 시리아에, 또 오바마의 행보에 쏠려 있다. 그 가운데 새삼 관심이 끌리는 뉴스가 간간히 전해진다. 북한 관련 보도들이다.
그 하나가 뉴욕타임스 보도다. 시리아에서 보다도 훨씬 더 많은 주민들이 자국 정부의 테러에 희생됐다. 북한이다. 국제사회는 그 북한의 참상에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둘은 워싱턴포스트지의 사설이다. 역시 북한의 인권참상을 고발했다. 임산부들은 낳은 아기를 죽이도록 강요받는다. 인체실험을 목적으로 수감자들에게 독극물이 투입되고, 또 온 가족이 가스실에서 처형된다. 그 인권참상의 현장으로 제 22호 수용소를 지목했다.
그 22호 수용소시설이 최근 들어 상당부분 폐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 설명이 그런데 꽤나 섬뜩하게 들린다. 식량부족으로 수 만 명이 화장장의 재가 돼 허공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2004년 4월에 발생한 북한 용천역 대폭발을 기억하는가. 김정일이 탄 열차가 지나간 지 얼마 안 돼 폭발사건이 벌어졌다. 때문에 당초의 추측은 김정일 암살기도가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나중에 알려진 것은 상당한 양의 미사일과 미사일부품이 사고열차에 적재돼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미사일의 행선지는 시리아였다. 그 열차에는 10여명의 시리아 기술자들이 타고 있었고 대폭발로 모두 숨졌다는 것이다.
“2007년 9월6일.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시리아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진 원자로를 기습적으로 공격, 파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리아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항의 성명은 정작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북한이다. 현장에 파견된 북한의 핵 기술자 10명이 사망한 것이다.” 계속되는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산발적으로 나온 보도들이다. 그러나 그 가리키는 것은 한 가지로 보인다. 자국민에 대한 테러를 서슴지 않는 체제. 그 체제에 내재된 악(惡)의 속성이다.
관련해 새삼 한 가지 의혹이 높아가고 있다. 400여명의 어린아이를 포함한 1400여명이 숨진 화학무기에 의한 학살극에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상당부문 관여했을 가능성이다.
2010년 5월 이스라엘 외상이 일본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그가 지적한 것은 새로운 ‘악의 축’의 출현이다. 북한, 시리아, 이란이 바로 그 축으로, 이 세 나라는 대량살상무기제조 기술을 상호 교환하고 또 테러그룹에게 확산시키고 있다는 폭로를 하고 나섰던 것이다.
북한과 시리아의 군사적 협력관계는 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의 시리아 커넥션의 주 인물은 천안함 사태를 일으킨 김격식으로, 평양과 다마스쿠스의 군사협력관계는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외교소식통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북한전문가 클라우디아 로제트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북한은 시리아에 화학무기제조 기술과 시설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로 화학무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행정부도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과 시리아가 화학무기 관련 정보에 대해 논의하거나 공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 발언이 그것이다.
“시리아는 미국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린 국가가 아니다. 그러니…” 시리아 공격 의회표결을 앞두고 계속 제기되는 주장이다. 맞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그러나 더 이상 정답이 아니다. 화학무기를 사용해 주민을 학살했다. 그럼으로써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미국의 권위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화학무기 사용 이후의 시리아’는 이제 미국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린 지역이 된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경우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인권에 바탕을 둔 미국의, 서방의 가치체계도 무너진다. 아사드 정권에 대한 단호한 무력 응징만이 그러므로 미국의 이해는 물론, 도덕적 권위를 되세우는 길이다.
시리아 사태는 대한민국의 이해와도 직결된 것이 아닐까.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이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다. 그리고 그 북한이 시리아에서 벌어진 그 반인륜범죄의 공모자일 가능성이 점차 높아가고 있어서다.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다마스쿠스가, 테헤란이, 또 평양이 특히 숨죽이며 워싱턴을 바라보고 있다. 고민은 이제 그만,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