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삼성, 구글 등 3개 회사가 짭짤한 재미를 보는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고전해온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일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을 72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 인수에는 노키아가 가지고 있는 특허와 지도 관련 서비스도 포함된다.
MS의 깜짝 인수발표로 인해 모바일 시대의 강자 3인방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2011년 8월 검색 및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구글이 적자에 허덕이던 휴대폰 메이커 모토롤라를 125억달러라는 거금을 주고 인수해 낯선 영역인 하드웨어 사업에까지 진출한데 이어 MS마저 같은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딜은 한때 휴대폰으로 전 세계를 호령했으나 스마트폰 시대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어온 노키아와 컴퓨터 운영체계인 윈도우스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묶음인 오피스의 성공에 안주하다 역시 모바일 시대 흐름에 뒤처진 MS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MS는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폰 운영체제 윈도우스 8 모바일이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밀려 5% 미만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몇달 전 요란한 미디어 행사를 갖고 발표한 회사 최초의 태블릿 PC ‘서피스’ 마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 13년간 집권해온 스티브 발머 CEO가 지난달 말 ‘1년 내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발머가 은퇴를 선언한 날 MS 주식이 7% 이상 급등한 것을 보면 그가 성공한 경영자인지, 실패한 경영자인지 답이 나온다.
MS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보유한 애플과 구글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따라하는 방식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려고 계산한 것 같다. MS의 노키아 인수결정으로 애플, 구글, MS 등 미국을 대표하는 3대 IT 공룡들은 자체 모바일 및 PC 운영체제, 인터넷 브라우저, 앱 생태계, 스마트폰 제조 사업까지 모두 보유하게 됐다.
삼성의 고민은 운영체제 부재와 직결돼 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을 들고 나와 모바일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애플을 특기라고 할만한 ‘발빠른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맹추격해 애플을 제치고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왕 타이틀을 거머쥔 삼성은 막강한 생산시설을 무기로 저가부터 고가까지 수십여종에 달하는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 경쟁사들을 압도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하드웨어 전문회사로 커왔기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모바일 기기의 영혼이라 불리는 운영체제에 있어서는 아직 국제무대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3분의2는 모바일 사업부에서 나올 정도로 삼성 내부에서 스마트폰 사업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삼성의 모바일 사업 성공은 구글이 무료로 하드웨어 제조사들에 배포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구글이 모토롤라를 인수한 뒤 은근슬쩍 삼성 같은 하드웨어 기업들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으며 MS마저 스마트폰 제조에 뛰어들었으니 삼성의 심기는 불편하기만 하다. 구글이 모토롤라 인수 이후 처음 독자적으로 출시한 차세대 스마트폰 ‘모토 X’는 구글의 속셈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당장은 공짜이지만 구글이 언제까지 경쟁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할지 알 수 없다. 애플의 운영체제는 애플 로고가 부착된 기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며 MS 윈도우스는 다른 회사들이 돈을 주고 사서 써야 한다.
하드웨어로 세계를 제패한 삼성의 숙원은 애플, 구글, MS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운영체제를 보유하는 것이다. 이를 목표로 삼성이 인텔 등과 손잡고 새로운 운영체제인 ‘타이젠’(TIZEN)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타이젠을 둘러싼 부정적인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관련 제품 출시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타이젠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이미 100만개에 육박하는 앱을 보유한 애플과 구글의 콘텐츠 생태계를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PC 운영체제로 소프트웨어 제왕에 오른 MS도 하지 못한 일을 소프트웨어 초보자인 삼성이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인수는 애플과 힘겨운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에겐 분명 악재이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기회로 반전시켜 기적 같은 성장을 이룬 삼성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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