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울·사기 저하된 분위기 칭찬·친절·축하로 바꾸자 회사마다 새바람 운동 일어 직원 이직 줄이는데도 도움
동료 간 우애가 직장 내 생산성을 크게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냉랭하고 신랄한 분위기는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조성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직장에서는 ‘안녕’이라는 인사와 미소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근무 분위기가 밝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이를 인정하고 고쳐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할지 모르지만 가시 돋친 말투나 거친 대꾸 등의 무례한 행동들은 생산성이나 창조성, 재능성을 잃게 하는 독소적 존재라는 것이다. 자원이 부족한 부서일수록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무례한 행동들이 심하게 나타났다. 그래서 많은 회사들은 간부들에게 ‘칭찬과 친절’을 주문하기도 한다. 안티옥 대학의 엘리자베스 할로웨이 심리학 교수는 무례한 행동은 “바이러스 같아서 팀 전체에 금방 나쁜 영향으로 전파된다”고 말했다.
조지타운 대학이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6%가 무례한 행동을 경험했고 98%는 그같은 행동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1998년 발표된 한 보고서는 직장인 25%가 1주일에 한 번쯤 무례한 대접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고 2011년 별도의 보고서는 40%가 그렇다고 대답해 해가 갈수록 직장 내 근무환경이 험악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신문을 지적했다.
미국 정부 내 친밀한 분위기 유지에 앞장서는 국가정보국(NSA)의 한 정보분석관은 책상 위에 친절한 인사를 주고받는 동료의 이름을 적어 놓은 금속나무를 만들어 주변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또 어떤 부서 매니저들은 동료의 작은 도움에 고마움을 표하게 하거나 회의에 일찍 참석하도록 독려하기도 한다.
동료 간 무관심을 없애고 기다림의 짜증도 줄이겠다는 의도다. 예의바른 동료는 상패를 만들어주고 어떤 경우에는 휴식시간을 더 주는 등의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리자들도 있다고 NSA는 밝혔다.
최근 월스트릿 재정전문 웹사이트인 24/7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최악의 직장”으로 뽑은 ‘디시 네트웍’사가 요즘 친절, 예의를 강조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1년 이 회사 대표 자리에 오른 조셉 클래이튼은 덴버 본사의 분위기 쇄신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클래이튼에 따르면 직원과 가족을 위한 여름 콘서트를 개최하고 회사 행사 출석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의무화 정책을 완화시켰다. 또 직원들의 지문 스캔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며 매니저들에게 직원들이 자녀들을 유치원에 데려다 줄 수 있도록 시간을 내 주는 재량권을 주는 등의 사원 우호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클래이튼 CEO는 “직장이 좀 더 재미있는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모든 직장인들은 자신이 대접 받고 싶은 만큼 남도 대접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드러운 근무환경이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따듯하고 온기 넘치는 회사로 이름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직원이나 가족이 아프거나 애기가 태어나는 등의 가정사가 생길 때면 부서 전체가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엘렌 토버트 부회장은 “가족들은 잊었는 데도 옆 사람이 생일을 기억해 주는 훈훈한 곳”이라고 말했다.
침울한 분위기는 회사를 망친다조지타운 경영대학에서 무례함에 대해 공부하는 크리스틴 포라스는 침울하고 사기가 꺾여 있는 회사 분위기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 집중과 정보 취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동료나 상사로부터 모욕감과 무례를 당한 피해 직원의 능률은 크게 떨어지게 되고 뭔가 되받아 치려는 ‘까칠한’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회사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네트웍 장비회사인 ‘시스코 시스템’은 2007년 조직 내 무례함으로 인해 연간 830만달러 손실 을 본 것으로 평가했다. 이는 고객들의 거래 중단, 직원들의 회사일 동참 저하, 직원들이 향후 나쁜 행동을 할 것에 대한 우려로 회사가 낭비해야 하는 시간 등이 포함돼 있다.
상냥한 분위기 만들기어떤 회사는 친밀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일정한 규칙을 만들기도 한다.
루이지애나 ‘오쉬스너 헬스 시스템’은 직원들에게 일명 ‘10/5’ 규칙 준수를 요구했다. 누구든지 10피트 이내에 마주치면 눈을 맞추고 5피트 이내에 들어오면 인사를 하라는 것이다.
이 회사는 또 ‘분노 터뜨리지 않기’ 규칙도 만들었다.
재능관리 담당 카라 그리어 부회장은 간호사 차트를 잃어버려 화가 나거나 컴퓨터 다루기가 힘들어 짜증이 난 의사들은 간호-관리자 사무실과 같은 직원 전용 ‘안전지대’로 들어가 혼자 화를 풀어대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또 이 규칙을 잘 지키는지의 여부도 직원 평가에 들어간다.
기어 부회장은 신규채용 직원들을 교육할 때마다 규칙을 알려 준다면서 “수만금이 들어갈 필요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를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무례함은 이직의 주요 요인직장 내 무례함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것이 직장을 옮겨야겠다고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대외 홍보회사인 ‘웨버 샨드윅’사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26%가 직장 내 무례함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직장 내 관리자나 상사들이 ‘자본주의’와 ‘친밀함’은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헤지펀드 회사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웹사이트에 올려진 레이 달리오 창업주의 경영철학을 들여다보면 회사 정책에 잘 따르지 않는 사람은 즉각 해고하고 찬사보다도 더 가치 있는 신랄한 비판에 더 큰 칭찬을 보내도록 간부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달리오 창업주는 “매니저로서의 임무는 진실과 우수성을 만드는 것이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적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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