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번타자도 강타자” 다저스 선발투수들 타격솜씨 화제
▶ 커쇼 MLB 투수 타점 1위·그렌키 타율 1위·류현진은‘베이브 류스’$배팅 연습 때 홈런 펑펑
다저스 선발투수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렌키 등 LA 다저스 선발투수들은 올해 수퍼맨’과 ‘배트맨’ 역할을 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운드에서만 아니라 타석에서도 ‘수퍼히어로’와 같은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지난 오프시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그렌키와 류현진을 잡아 커쇼의 뒤에 2, 3선발로 세우면서 이들의 타격을 ‘덤’으로 얻은 셈이다.
그렌키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 중 타율 1위(0.347), 커쇼가 타점 1위(10타점)의 방망이를 휘두를 것을 기대하고 만든 선발 로테이션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3루타까지 때리면서 2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류현진의 방망이도 기대이상이다.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릭키 놀라스코까지 합쳐 다저스의 ‘탑4’ 선발 투수들은 올해 타율 0.231에 (선발로테이션 합계 중)리그 최다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전업’ 타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러고 보면 ‘예고편’은 커쇼의 시즌 개막전 퍼포먼스였다. 커쇼는 그때 홈런까지 직접 때린 ‘북 치고 장구 친’ 활약으로 다저스의 승리를 책임졌다.
커쇼는 2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10-8로 꺾고 시즌 14승(8패)째를 올린 원정경기에서도 마운드에서는 5이닝 동안 11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을지언정 타석에서는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포함, 2타수 2안타로 스스로 도왔다.
투수들은 타자들처럼 타격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놀라운 현상이다. 다저스 투수들은 보통 홈구장에서나 경기 전 약 15분 동안 방망이를 휘둘러보는 게 전부다.
그렌키는 이에 대해 “타격에 많은 시간 투자하지 않는다. 많은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커쇼도 “그냥 가볍게, 재미있게, 즐길 뿐”이라며 웃는다.
하지만 그들의 타격 연습 장면을 보면 다 거짓말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배팅 연습은 번트로 시작하지만 곧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를 보면 전업 투수들이 치는 공이라고 믿기 어렵다. 이날에는 그렌키가 먼저 레프트필드 펜스를 넘기자 류현진이 더 큰 홈런으로 한 술 더 뜨는 장면이 연출됐다.
류현진의 타격 연습을 본 기자들은 하나같이 “류현진이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커쇼가 그 다음으로 배팅 케이지에 들어가는 순간 다저스의 릭 허니컷 피칭코치가 귀띔해 준다 - “그들만의 게임이 있다.
선발투수마다 500달러씩 내고 경쟁하는 중”이라고. 그렌키는 6년간 1억5,800만달러를 받기로 한 투수고, 커쇼는 곧 메이저리그 사상 첫 2억 달러 계약 투수가 될 전망이고, 또 류현진도 6년간 3,6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다저스에 입단한 점을 감안하면 금액에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얼마가 걸렸든 내기를 하면 이겨야하는 게 승부욕이 강한 선수들 아닌가. 이 게임의 정확한 채점 방식은 밝히지 않지만 배팅 연습 때 홈런에도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실전 안타, 볼넷, 타점 등으로 점수를 쌓고, 번트에 실패하거나 주자를 옮기지 못하면 감점하는 식으로 보인다.
허니컷 코치는 이 선의의 경쟁이 실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인정하는 반면 스윙이 점점 커지다가 다칠까봐 결국에는 “배팅 연습이 홈런 더비냐”라고 소리 지르는 식의 잔소리를 하게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투수여도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뛸 정도면 어렸을 때 4번 타자가 아니었던 선수는 거의 없다. 다만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다른 부분에 대한 연습량이 줄어들 뿐이다. 커쇼는 이에 대해 “우리는 타자들처럼 방망이를 많이 휘두르지 않는다. 하지만 재능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쓰도 외야수로 옮기기 전에는 투수였다. ‘삼진왕’ 월터 잔슨도 훌륭한 타자였고, 단 라슨은 1958년 뉴욕 양키스에서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할 정도의 타격 솜씨를 뽐냈다.
다저스 투수들 중에서도 단 뉴컴, 페르난도 발렌수엘라, 오럴 허샤이저 등이 타율 3할 시즌을 작성한 적이 있다. 하지만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생기면서 타격까지 좋은 투수들이 대폭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한편 다저스 타격코치 마크 맥과이어는 ‘투수 제자’들이 선전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곧은 공은 치고 구부러지거나 떨어지는 공은 건드리지 말라고”라고 설명했다. 여하튼 이쯤 되자 작년까지 다저스의 간판타자였던 맷 켐프는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다.
하지만 그렌키는 이제 아무리 공을 잘 던져도 안타를 못 치면 ‘오늘 부진했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웃었다. 올 시즌 그렌키의 타격이 어느 정도냐 하면 이미 대타로 기용돼 볼넷을 골라나갔을 정도다.
또 커쇼는 3경기 연속 타점을 올린 적도 있고, 류현진은 한 경기에 안타 3개를 때려 ‘베이브 류쓰’로 불린 적도 있다. 다저스는 9번 타자도 강타자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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