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인 마셔봤어요?”요즘 와인과 관련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 와인’이란 나파 밸리의 다나 에스테이트(Dana Estate) 와인을 말한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2005년 동아원그룹 이희상 회장이 설립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사위인 전재만(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이 실제주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와이너리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한데다, 매입자금의 출처와 소유주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 그리고 여기서 나온 와인이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두 번이나 100점 만점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끊임없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와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RP 100점을 받은 이후 다나 에스테이트는 바로 컬트와인으로 등극했다. 그리고 나파의 컬트와인들이 모두 그렇듯 카버네 소비뇽 레드와인만 만들고, 생산량이 극도로 적으며, 이메일을 통해 등록된 고객들에게만 판매하는데, 출시되기도 전에 전량 매진된다. 두 번째 RP 100점을 받은 2010년산(로터스 빈야드) 와인은 내달 출시되는데 오래전에 솔드아웃 됐으며 시장에 나올 때 예상가격이 병당 1,000달러를 호가한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나파 밸리에서도 노른자위 지역인 러더포드(Rutherford)의 마야카마스 산기슭에 위치해있으며 부지 132에이커, 시가 1억2,000만달러를 호가하는 와이너리다.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3마일밖에 떨어져있지 않지만 중심도로인 하이웨이 29에서 산기슭 쪽으로 살짝 들어가 있는데다 입구에 표지판이 없고, 홈페이지에도 주소가 나와있지 않아서 초대받지 않은 사람은 이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곳은 2005년 이희상 회장이 리빙스톤 모펫 와이너리를 인수하여 다 뜯어고치고 최고 수준의 양조팀을 데려다 최고급 와인만 생산하는 포도원으로 만들었다. 초기 설립비용 770억원이 100% 현금으로 투입됐으며 현재 경영은 전재만이 상주하며 도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한국서도 알아주는 ‘와인전도사’로서 1996년부터 나라식품을 통해 와인수입을 시작한 이후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관계자들과 본격적으로 친분을 쌓으면서 양조업에 뛰어들었다고 전해진다. 전재만 역시 나파 밸리 명사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와이너리 운영에 대해서도 평가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와이너리 만찬에는 늘 와인업계 명사들이 참석하고 있으며, 한국 재벌가 인사들과 유명 정치인들이 주로 찾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나파 밸리라는 동네가 돈이 아무리 많다 해도 아무에게나 와이너리를 사고 팔고 어울리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회장과 전재만이 얼마나 공들여 인맥을 관리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와이너리의 주택, 양조시설, 게스트하우스, 지하 카브 등은 유명 건축가 하워드 배켄(Howard Backen)이 지었고 인테리어는 업계 최고의 디자이너 줄리 호킨스가 꾸몄는데, 배켄은 월스트릿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은 대부분의 고객들과 달리 비용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100% 자유를 갖고 건축할 수 있었다고 자랑한바 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또 최첨단 양조시설을 갖추고 업계 최고의 와인메이커들인 필립 멜카와 캐머론 보터, 포도밭 관리 전문가 피트 리치몬드를 영입, 최상급 와인을 양조하는데 정성을 쏟았으며 그 결과 파커로부터 꿈의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렇게 무제한 돈을 쏟아부으며 세계 최고들만 고용했는데 그렇게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 아닌가.
이 회장은 RP 100점을 받았을 때 “세계 수준의 양조기술과 한국인 특유의 장인정신이 결합해 이뤄낸 쾌거”라고 말했다는데, 그건 한국인의 기량으로 이룬게 아니라 ‘한국서 나온 돈으로 산 것’이라 해야 맞을 것이다. 그리고 이 와이너리가 전두환 비자금 사용처로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바로 그 돈 때문이다.
나파 밸리 현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전재만이 소유주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의 명함에도 소유주(Proprietor)로 돼있으며, 홈페이지에 올라있는 사진에도 이 회장과 함께 소유주로 명기돼있다. 이에 대해 동아원은 최근 발표한 해명자료에서 전적으로 동아원 자금으로 취득한 것이며, 전재만은 소유주가 아니라 현지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고 사실 여부는 한국 검찰이 밝혀줄 것이다.
한편 다나 에스테이트 와인은 나도 마셔본 적이 없지만 아직까지 맛을 본 사람이 극소수일 것으로 추측된다. 원래 소량 생산하는데다 이런 최상급 레드와인은 몇년 숙성해야 제 맛을 내는데 다나 에스테이트는 아직 코르크를 딸만큼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해서 온라인 샵들을 두드려보니 빈티지와 빈야드에 따라 300~600달러 정도에 나온 것들이 몇개 눈에 띈다. 한번 마셔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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