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일룡 / 변호사,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내가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있는 버지니아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군의 애난데일 피라밋에서 지난 주 수요일 백투스쿨 리소스 페어(Resource Fair)가 열렸다.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 체제에서 피라밋이라 함은 한 고등학교를 정점으로 그 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모든 하위 학교들을 포함해 부르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해당 고등학교와 중학교 2-3개, 그리고 초등학교 6-8개 정도로 구성된다. 고등학교를 맨 위, 그리고 초등학교들을 맨 아래에 놓고 볼 때 그 모습이 꼭 피라밋과 같다고 해 그렇게 부른다. 같은 피라밋 소속 학교들은 평소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동 관심사에 대한 정보 교환이나 교과과정 의논, 교직원 공동 교육을 갖기도 한다. 이 번에 열렸던 행사는 다음 주 화요일의 개학을 앞두고 애난데일 피라밋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었다. 훼어팩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카운티의 하나로 꼽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간 가구수입이 1위를 차지했었고 지금도 연수입 10만5천불 이상으로 미국 전체에서 계속 2-3위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부유하게 알려진 훼어팩스 카운티도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빈곤층 주민들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카운티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26% 정도가 빈곤층으로 구분되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이다. 여기서 말하는 빈곤층은 가구수입이 연방정부 가이드라인 185% 이하에 해당되는 가정으로 관련 규정에 따라 훼어팩스 카운티 공립학교에서 급식비 보조를 받을 수 있는 가정을 가리킨다. 연방정부 가이드라인 보다 높은 액수를 기준하는 이유는 훼어팩스 지역의 생활비가 미국 평균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는 4인 가구의 경우 연 가구수입 4만3천불 정도를 뜻한다.
그런데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며 한인 사업체도 많이 위치한 애난데일 지역의 학교들, 즉 이번 리소스 페어가 열렸던 애난데일 피라밋 학생들 가운데 빈곤층 비율은 53% 정도로 카운티 전체 평균의 두 배나 된다. 그러므로 다른 지역에 비해 주위로부터 도움의 손길도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이번에 처음으로 열렸던 행사의 의미는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수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해 7시까지 계속된 이 행사에 1시 이전부터 행사장인 애난데일 고교 문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운 날씨에 밖에서 많은 이들을 그대로 세워둘 수 없어 모두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고 한다. 나는 오후 늦은 시간에 행사장을 찾아갔기에 실제로 목격할 수 없었으나 행사 시간 시작 1시간 내에 약 천 명 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날 도움 받은 학생들 숫자는 모두 3천 명이 넘었다고 했다.
이 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모두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소정의 학용품을 선물로 받아갔다. 그리고 필요한 학생들에게 1천2백개의 책가방이 건네졌다고 한다. 15명의 미용사들이 자원봉사로 학생들의 머리를 다듬어 주고 나중에 사용할 수 있는 무료 이발권을 무려 천장이나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의사들도 동참해 무료건강검진을 했다. 옷과 싱싱한 채소들을 나누어 주었고 스낵거리도 제공했다고 한다. 40개 정도의 지역사회 봉사단체에서 대표자들이 나와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각종 정보도 제공했다. 한인복지센터에서도 찾아오는 한인들은 많지 않았지만 행사 내내 자리를 지켜주었다. 우리 한인 사회가 한인들 사이에만 도움을 주고받는 때는 이미 오래 전에 지났다고 생각하나 항상 그러한 모습을 실제적으로 보여주진 못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복지센타 관계자들을 보았을 때 더욱 감사했다. 이날 행사에서 도움으로 나누어 준 물건들과 서비스의 가치는 30만불을 상회했다고 한다. 적잖은 액수이다.
이 날의 행사를 통해 나는 평소에 알고 있던 두 가지 점을 재확인 할 수 있었다. 우선 위에서 언급한대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알려진 훼어팩스 카운티 내에서도 우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손길도 이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단지, 이러한 도움 행사가 일 년에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평소에도 항상 우리 이웃과 나누는 마음을 갖고 또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이 따라 주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이 곳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즉, 우리 한인 사회를 포함한 모두의-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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