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개 무의미한 말보다는 의미 있는 말, 진리를 담은 말에 관심을 보인다. 이런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살찌우고 인격을 높이며 세상을 따듯하고 아름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혀 이치에 맞지 않아 허유(許由)처럼 흘려보내도 될 망언에도 관심을 두어야 할 때가 있다. 장자에 은자(隱者) 허유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그는 요 임금이 자신을 임금으로 세우겠다는 소리를 듣고는 들어서는 안 될 더러운 말을 들었다하여 흐르는 계곡 물에 자신의 귀를 씻었다고 한다. 허유에게 이 말을 들은 친구 소부(巢父)는 더러운 소리를 들은 귀를 씻은 물을 자신의 소에게 먹일 수 없다하여 허유가 있던 자리에서 더 위로 올라가 자신의 소에게 물을 먹였다고 한다.
그러나 비록 듣고 싶지 않은 후안무치의 말에도 흘려보내지 않고 귀를 세워 듣고 관심을 두어야 할 말이 있다. 해마다 8월, 광복절 무렵이면 듣게 되는 우경화를 부추기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그것이다. 이번에도 일본 내각의 신사참배 강행과 망언을 통하여 주변국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일본의 망언은 망언이라 하여 외면해서도 안 되며 안들은 척 무시해서도 안 될 말이다. 그동안 아베 내각은 일본군의 위안부로 끌려가 일본군의 노리개 대우를 받고 처절하게 산 한국의 여러 분들에 대하여, 일본의 침략 전쟁의 주역이었던 전범의 범죄에 대하여, 최근 일본 자위대의 권한 등에 대하여 가해 국가로서 반성과 책임을 회피하고 오히려 명백한 과거의 군국주의적 침략의 역사를 합리화 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우리는 이를 망언(absurd remarks)이라 한다. 망언이란 이치에 맞지 않으며 왜곡되고 허황된 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 침략 전쟁을 부인하거나, 한국을 비롯하여 피해를 준 국가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대신 과거사를 합리화 하려는 말은 모두 망언에 해당된다.
망언을 들으면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중국 고사에 나오는 허유처럼 못들을 소리를 들은 냥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가 제일 많을지 싶다. 또 다른 반응은 망언에 대하여 진의를 파악하고 똑같은 망언이 반복하여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 사람의 발언을 깨우쳐 주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수고가 필요 하며, 때로 서로 간에 미묘한 상황이 발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미래지향적이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에도 일본의 한 내각 각료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내각각료들의 참배에 대하여 “중국과 한국이 반응하고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의 반응은 듣지 못했다”며 일본의 망언에 대하여 문제를 삼는 한국과 중국을 비난했다고 한다. 망언은 관심을 갖고 들어야 하며, 문제 삼아야 한다. 국가 간의 망언은 더더욱 그러하다. 비록 동서고금의 진리를 담은 금언이 아닐지라도, 듣기에 민망하고 대꾸할 가치나 어이가 없을 지라도 국가 간의 망언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그 하나는 망언은 말하는 사람의 본심과 세상의 이치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어의 본질에 대하여 깊은 통찰을 한 철학자 하이데거의 언어에 대한 사유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는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한다. 언어는 단순히 언어가 아니다. 말하는 사람의 정체성과 품격과 사상과 역사이해를 담고 있다. 심지어 언어는 인간의 내면이며 영혼이기도 하다. 우리가 망언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이유는, 망언 곧 드러난 언어를 통하여 그 사람의 마음과 역사이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망언임을 알려 주고, 깨우쳐 주어 망언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망언에서 벗어나는 일이 일본을 일본의 조어(造語)대로 국격 있게 하는 일이며, 동북아의 평화로 나아가는 길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본의 망언이 사라질 때, 한국을 비롯하여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비로소 과거사를 정리하고,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함께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공동의 주역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망언이 아니라, 금언과 진리의 말씀에만 관심을 두며 사는 세상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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