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3일 플로리다 주 샌포드 시 법정에서 내려진 재판은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 적지 아니한 파장을 불러왔다. 히스패닉계 자경단원인 28세의 조지 짐머만이 작년 2월26일 17세의 흑인인 트레이본 마틴을 권총으로 살해했고,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짐머만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그 후 얼마동안 반대시위와 찬반논쟁으로 미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금은 논란이 사그러지고 있지만 미 사회의 주류를 이르고 있는 기독교계에서는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을 수 있을까하는 미래 지향적인 분석과 토론이 계속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사회정의의 대립(Conflict of Justice)과 권리의 대립(Conflict of Rights)에 관한 문제이다. 즉 짐머만이 갖고 있는 정당방위(Self Defense)라는 사회정의적 권리(Justice Right)와 마틴이 보호받아야 하는 인종 비차별의 인권보호(Human Right Protection)라는 다른 사회 정의적 권리가 상호 상충되고 충돌하게 된 것이 문제를 꼬이게 만들고 혼란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정의의 구현은 인간이 어느 공동체에서나, 어느 때에나 반드시 추구하고 노력하여야 하는 최고의 가치, 최상의 윤리일 것이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면 정의는 절대자이신 하나님의 성품인 ‘거룩’(Holiness)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나님의 모양대로 창조된 인간은 하나님의 성품인 거룩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거룩을 이루어 나아가며 세상의 삶속에서 실행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어찌 보면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이룬다고 할 수 있겠다. 거룩을 근간으로 하는 정의란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고 할 것 같으면 인간사회에 있어서 인간관계에 올바른 질서를 마련하기 위하여 설정해 놓은 그에 합당한 권리와 의무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룩-정의’에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핵심적인 권리는 인간존엄(Human Dignity)을 대우받는 권리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인간은 인간다운 존엄의 대접을 받을 권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부여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인간존엄 권리들이 어떠한 상황에 따라 상호 대치되었을 경우에 어느 권리가 우선적이냐, 어느 권리를 보호해야 하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짐머만 사건의 경우 짐머만의 정당방위권리와 마틴의 인종 비차별 권리가 맞부딪치게 되어 과연 누구의 권리가 보호를 받는 것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냐 하는 논란에 빠지게 된다. 정의에 합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행사하게 될 때에 자기가 간직하고 있는 권리에 집착하여 권리의 주장과 행사만을 강조하게 되면 냉담과 공포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짐머만은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 마틴을 대하였을 때에 ‘대치’상황에 몰입하여 정당방위 권리행사로서 방아쇠를 잡아당긴 것이다. 마틴의 입장에서 관찰해보면 억울하게 인종 비차별의 인권보호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시위로 혼란을 야기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면 어찌하여 정의에 합당한 권리행사가 대치나 혼란이라는 옳지 않은, 아니 거룩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인지? 여기에 기독교윤리의 진리 핵심을 강조해야 함이 요청된다. 기독교윤리의 핵심은 정의실현을 위한 권리행사에 있어서 반드시 사랑이 동반되고야 하고, 사랑을 근간으로 하는 정의로운 권리행사가 올바르고 거룩한 결과를 드러낸다는 것이 그 요체이다. 짐머만이 정당방위 권리행사에 있어서 마틴을 조금이라고 배려하는 사랑의 마음이 있었다고 하면 총을 쏘지 않고 그 긴박한 상황을 ‘분산’ ‘산포’(Defuse)하여 풀고 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틴의 인종 비차별의 인권보호를 부르짖으며 시위하는 군중들도 마틴과 같은 소수인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면, 마틴이 생명을 잃어버리기 전, 평시에 인권보호 권리주장을 끈질기게 했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정의롭다고 할지라도 권리의 행사에는 반드시 사랑이 깃들여야 하고,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거룩을 우리의 삶속에서 이루어 나아가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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