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미국의 역사 드라마이자 이를 침묵으로 지켜보는 백악관의 흑인 버틀러 유진 알렌의 삶을 사실과 허구를 섞어 만든‘리 대니얼스의 버틀러’(Lee Daniels’ The Butler)에서 알렌으로 나와 조용한 연기를 보여준 오스카 주연상(‘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을 받은 포레스트 위타커(52)와의 인터뷰가 12일 베벌리힐스의 포시즌스 호텔서 있었다. 안경을 끼고 더운 날씨에도 조끼에 정장 차림을 한 거구의 위타커는‘젠틀 자이언트’라는 별명답게 미소를 지으며 겸손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다. 착한 아저씨 같은 친근감이 가는 사람으로 활발한 제스처를 쓰면서 아주 낮은 음성으로 차분하고 진지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질문에 답했는데 그 내용이 깊이가 있고 지적이었다. 인간적인 감동을 주는 사람이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영화의 충격적인 내용 중 하나는 당신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들이 당신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도록 ‘투명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매우 재능 있고 바쁜 당신도 이런 경험을 하거나 또 누군가로부터 ‘투명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은 없다. 난 영화를 위해 40여년 간 버틀러를 지낸 사람으로부터 코치를 받았는데 그는 내게 버틀러는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를 모르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이는 역사적으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으로 자라진 않았다.
*버틀러 코치란 무엇이며 버틀러가 되기 위해선 얼마 동안이나 수련을 받아야 하는가.
-코치는 나와 함께 LA에서 몇 주간 살다가 뉴올리언스에서 영화를 찍을 때도 같이 있었다. 그로부터 서브하는 방법과 식탁 차리는 방법 그리고 서브의 철학 등을 자세하게 배웠다. 서브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결코 물건을 훔쳐서는 안 되며 사람마다 다르지만 서브는 공평히 해야 한다는 것 등을 배웠다. 그런 상세한 서브 방법에 혹시라도 의문을 갖는다는 것은 내 역 자체에 의문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가르쳐준 서브의 철학을 철저히 이해하고 또 그에 따르려고 진력했다.
*유진 알렌의 얘기를 얼마나 알고 있었나. 2008년에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글을 읽었는가.
-읽었고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대통령에게 서브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고 매력을 느꼈었다. 처음에는 그같은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했었지만 후에 역을 위해 알렌의 아들과 다른 버틀러들 그리고 백악관에서 일한 사람들과 당시의 사람들을 만나본 뒤에야 영화의 역사적 의미를 진실로 깨닫고 역사 공부에 전념했다. 내가 역사적 인물을 표현하기 때문에 그 역사가 내게 미칠 영향을 상당히 충실히 공부했다. 영화에서 난 말을 별로 하지 않기 때문에 내 안에 생각과 의견들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어야 했다.
*영화를 찍기 전에 당신 아내로 나온 오프라 윈프리와 함께 연습을 많이 했는가.
-별로 하지 않았다. 그저 인간적인 유대를 공고히 했을 뿐이다. 때로 오프라가 내 트레일러에 와서 우린 함께 얘기하고 오프라는 내 등을 어루만지면서 나를 격려하고 또 어떤 때는 세트와 트레일러 사이를 손을 잡고 함께 오가면서 서로를 연결 지으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진짜로 연기를 할 때 우리는 실제 함께 오래 산 부부라고 느꼈다.
*당신이 경험한 인종차별에 대해 말해 달라.
-어렸을 때 많이 겪었고 커서도 어떤 형태로든 경험을 했다. 어렸을 때 집(텍사스주 롱뷰 태생) 근처 들판을 걸을 때면 헬리콥터가 따라오곤 했다. 사람들은 늘 스스로를 어떤 특정한 집단으로 구분 지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인종의 차이라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한 부족에 귀속돼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프로그램 되고 있다. 이런 것은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난 흑백 차별을 없애기 위해 흑인 학생들을 버스에 태워 백인 학교로 보낼 때 버스로 통학을 했다. 그래서 인종차별 경험이 여러 차례 있다. 영화는 민권운동과 인종차별 그리고 인권과 사람이 완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미국은 건국 초기에 개인의 자유와 행복 추구권을 약속한 독립선언과 헌법이 있었다. 미국은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해 왔고 지금도 실천 중이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뤘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있다. 과거로부터 매우 달라진 곳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갈 곳이 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이를 성취하는 길은 각자가 다를 것이다.
*당신은 돈 씀씀이가 큰 편인가.
-난 억만장자가 아니다. 난 검소하게 사는 편이다. 난 샤핑도 잘 안 가는데 셔츠가 필요하면 셔츠가게에 가는 정도다. 난 책과 소지품들을 백팩에 넣어가지고 다닌다. 검소는 아버지가 내가 어렸을 때 가르쳐 주신대로 행하는 것이다. 한 번도 그것을 어겨본 적이 없다.
*차는 무엇을 모는가.
-연료 절약형이다. 사실 지금 난 그 차를 내 딸에게 줘 새 것을 사야 한다.
*당신은 최근에 체중을 줄였는데 그 이유가 무언가 .
-역을 위해 줄였는데 영화를 찍으면서 계속해 운동을 했다. 그 뒤로 건강도 생각하고 또 오래 살고 싶어서 체중에 신경을 쓴다.
*당신은 우리가 모두 타고난 인종차별 주의자들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태어난 환경 탓인데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포를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민권운동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이 영화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가정에 아무리 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당신의 바탕으로 사랑한다면 가족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또 어떤 불의를 경험했을 때라도 그것을 자신의 현명한 방법으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공정하고 평등하며 또 버젓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백악관에 들어가 본 적이 있으며 대통령을 만났는가.
-처음 만난 대통령은 빌 클린턴이다. 그는 매우 매력적이고 또 똑똑했다. 난 그의 업적을 치하하고 지금도 그가 하는 일을 지지한다. 난 오바마의 백악관도 가본 적이 있는데 난 그를 위해 2년간 선거운동을 했었다.
*연기란 당신에게 어떤 기쁨을 주는가.
-한없는 기쁨을 얻는다. 내 자신이 성장하고 배우며 또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연기를 하는 것은 인생의 영원한 학생이 되는 일이다. 계속해 재생한다. 그리고 이 직업은 참으로 운이 좋은 직업이다.
*당신은 전기영화에 많이 나왔는데 그것이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인가.
-역만 좋다면 장르와 관계없다. 각본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보고 작품을 선정한다. 전기영화는 내용의 실제 주인공과 그의 가족에 대한 책임이 막중해 하기가 어렵다.
*흑백문제를 풀 수 있는 무슨 묘안이라도 있는가.
-우선 우리 모두가 잘못된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 끝에 연민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절차를 거쳐 우리는 사랑과 용서를 찾게 된다. 이것이 문제 해결의 열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차근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에 대해 공언하며 또 대화를 나눔으로써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 사람들도 이를 알고 있다. 확실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나는 목사와 선생의 가정에서 자랐는데 가족은 일요일마다 교회엘 갔다. 그런데 난 어렸을 때부터 할 일이 많아 어머니에게 왜 내가 어머니와 함께 꼭 교회엘 가야하고 또 당신이 믿는 것을 믿어야 하느냐고 따졌다. 이에 어머니는 내게 넌 내가 믿는 것을 믿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일어나서 무엇인가를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내겐 큰 교훈으로 커서도 그것을 통해 배우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나의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세 직업을 뛰셨는데 항상 피곤해 하셨고 난 아버지를 주말에나 잠깐 볼 수 있었다. 난 그 때만해도 아버지의 희생을 잘 몰랐다. 가족의 안녕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난 내 어렸을 때 경험 때문에 내 아이들과 가급적 많이 함께 있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우리는 모두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누군가를 뚜렷하게 보면 난 그에게서 날 본다. 난 우리는 모두 하나라고 믿는다. 우리는 하나의 유기체다. 어떤 의미로선 우리가 분리된 것은 환상이라고 본다. 그래서 난 내 일과 내가 접촉하는 사람들을 통해 그 연결을 재창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내가 믿는 것이다.
*당신은 영화에서 대통령의 구두를 닦는데 당신의 구두는 누가 닦는가.
-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구두를 닦아 지금도 잘 닦을 줄 안다. 어려울 것 하나도 없다. 내 구두는 내가 닦는데 요즘은 그냥 헝겊으로 쓱 한 번 문지르고 만다.
*알렌의 아들은 실제로 하나이고 월남전에 나갔다가 무사 귀국하는데 왜 영화에선 아들이 둘이고 또 둘째가 월남전에서 전사하게 만들었는가.
-아들을 둘로 만든 것은 감독이 영화에 극적 너비와 깊이를 주기 위해서라고 본다. 둘째를 전사하게 만든 것은 당시 많은 아들들을 전쟁에서 잃고 슬픔과 고통에 빠졌던 부모들의 상실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체험토록 하기 위해서다. 사실영화에 허구를 섞은 것은 이 영화를 통해 미국의 격변하는 역사를 다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