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오와는 타임머신을 타고 2년 후로 날아간 듯했다. NBC뉴스는 2013년 8월이 아닌 2015년 8월 같아 보였다고 전했다. 차기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여 들었고 진보여성단체 에밀리 리스트가 주최한 ‘마담 프레지던트 타운홀’의 사회자는 “오늘 미팅이 힐러리 클린턴의 첫 아이오와 캠페인지지요?”라는 인사로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미 대선의 민주·공화 양당 첫 경선 주인 아이오와의 상징적 의미는 크다. 지미 카터, 버락 오바마, 릭 샌토럼…무명의 후보가 거물 선두주자를 누르는 이변으로 판세를 뒤집는 돌풍을 일으켜 온 것이 아이오와의 ‘매직’이었다. 아직도 대선출마를 꿈꾸고 있는 존 바이든 부통령이 내달 아이오와 방문일정을 엊그제 공표했듯이 민주당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보수지역인 아이오와에 바짝 안테나를 뻗치고 있는 건 역시 공화당 쪽이다.
지난 연말부터 마르코 루비오, 랜드 폴, 크리스 크리스티, 폴 라이언, 테드 크루즈, 바비 진달, 젭 부시 등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군에 거론되는 인사들이 거의 다 다녀갔거나 곧 들를 예정이다. 어떤 정치가도 아이오와에 우연히, 그저 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누가 얼마나 자주 아이오와를 방문하는 가에 따라 2016년 대선 판세는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지난 주말 아이오와 공화당의 인기를 독차지한 새로운 스타는 텍사스 주 42세 초선 연방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였다. 보수단체가 주최한 ‘리더십 서밋’에 연사로 초청받은 샌토럼도 따뜻한 환영을 받았고, 스스로 후보 포스를 과시하는 도널드 트럼프도 “강적 힐러리에 맞설 완벽한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았지만, 보수 유권자들의 기대와 흥분과 열광이 뜨겁게 쏟아진 대상은 크루즈였다.
루비오처럼 쿠바 망명자의 아들인 크루즈는 티파티의 지성으로 통한다. 프린스턴 대학 재학 중 전국 토론경연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하버드 법대시절 ‘하버드 로 리뷰’의 편집장을 역임했고 33세 때 텍사스 주 검찰차장에 임명되었다. 미 전국에서 사상 최연소 주 검찰차장이었다. 거침없는 언변과 명석한 두뇌로 극우보수신념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그는 상원입성 불과 8개월 만에 이미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민개혁을 반대하고 오바마케어 폐기를 위해 정부폐쇄도 불사하자는 그가 보수표밭의 영웅이 될지, 공화당 승리의 장애가 될 지는 당내 전략가들의 전망도 갈리고 있다.
금년 봄만 해도 2016년 후보군에 거론조차 되지 않았지만 지난 한 두 달 사이 예비주자 상위권으로 뛰어 올랐다. 이번 주엔 이민자 아버지와 미 시민권자 어머니 사이, 캐나다에서 출생한 크루즈가 대통령에 출마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기성정치에 실망한 대중 유권자들은 달변의 극단주의자에게 열광하지만 대선승리로 백악관 탈환을 목표하는 당 지도부와 자금줄의 시각은 다르다. 지난 6월초 유타 주에서 열린 큰손 기부가들의 파티에 초대된 예비후보들 중 유일하게 기립박수를 받은 사람은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뿐이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소수계를 끌어안고 무소속을 공략하며 표밭을 넓혀가는 ‘빅 텐트’ 정당과 사회이슈엔 합리적으로, 재정이슈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다. 그리고 현재의 예비후보군 중 가장 근사치의 인물이 크리스티(50)다.
지난달 퀴니피액대학 여론조사에서 ‘가장 매력있는 정치인’으로 등극한 크리스티는 후보군에서 젭 부시를 제외하곤 ‘초당적 합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중도보수로 금년 11월 주지사 재선에서 예상대로 승리하고 나면 아마도 대선을 향한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압도하고 있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의 2016년 대선전은 활짝 열린 오픈 필드다. 경력과 자금 및 조직 등을 근거로 ‘순서에 따라’ 정해져 왔던 공화당의 대선후보 지명 전통은 이번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현재 거론되는 이름만으로도 2016년 공화후보군은 2012년보다 훨씬 막강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이름에 대한 피로감도 많이 가셨으니 본인이 적극 나서면 최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젭 부시만 60세이고 나머지 선두권 주자들은 모두 젊다. 금년 초에 확 떴던 연방상원의원 마르코 루비오가 42세, 자유주의론자로 기성정계의 아웃사이더이지만 날이 갈수록 대선 후보답게 보이고 있는 안과의사 출신의 연방상원의원 랜드 폴이 50세, 지난 대선에서 미트 롬니의 러닝메이트로 이름을 알린 후 논란을 피해가며 조용히 물밑 작업 중인 연방하원 예산위원장 폴 라이언은 43세…공화당의 세대교체 준비는 완료된 셈이다.
아직 2014년 중간선거도 치르지 않았는데 3년도 더 남은 2016년 대선캠페인 이라니!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도 29개월이나 남았는데. 그동안 정치환경이 어떻게 바뀔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도 후보군의 여론조사 결과는 매달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변화무쌍하고 긴 캠페인 중 어느 유망주가 곤두박질로 추락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손 놓고 세월 가기만 기다리기엔 2016년 대선은 공화당에겐 너무 중요하다. 2번 연달아 대선에서 득표율이 48%를 넘지 못했고 지난 6번 대선 중 전체 득표수에서 뒤진 것이 5번이나 된다. 2016년엔 공화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있기는 하다. 이 워싱턴 불신의 시대, 8년 집권 민주당에 싫증난 민심이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의 기대에 걸 맞는 새로운 얼굴 - 경선의 공화당 표밭이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보수이면서 본선의 무소속 중도표밭이 지지할 수 있는 합리적 리더인 대선후보를 가능한 한 빨리 찾아야 하는 공화당에겐 앞으로 남은 3년도 결코 넉넉한 시간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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