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낳은 첫 번째 문호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새뮤얼 클레멘스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이름은 그가 미시시피 강에서 파일럿으로 일할 때 배가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강의 깊이인 ‘2 패덤’(12 피트)을 재는 일을 했는데 ‘2 패덤’이 확인되면 “마크 트웨인!”(2 패덤이 됐다는 뜻)이라고 외친 데서 따온 것이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으로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그는 문학적 명성과 부를 동시에 쥔 인물이다. 그는 기자부터 광산업, 뱃사공에 이르기까지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게 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인 포크너는 그를 “미국 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렀고 헤밍웨이는 “미국 문학은 ‘허클베리 핀’과 함께 시작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마크 트웨인은 또 여러 작품이 연달아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책을 팔아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다. 평생 안락한 생활을 즐기며 글을 쓸 수 있었음에도 투자에 잘못 손을 댔다 전 재산을 날리고 파산을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다시 열심히 글을 써 파산으로 면책돼 갚지 않아도 되는 돈까지 모두 갚았다. 그리고는 “핼리 혜성과 함께 태어난 나는 혜성이 다시 돌아오는 날 죽을 것”이라는 평소 그의 말대로 핼리 혜성이 돌아온 1910년 4월 21일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크 트웨인 정도의 통찰력을 가진 인간도 투자에 잘못 손을 대면 패가망신 할 수 있다는 점은 시사적이다.
그는 “역사는 반복되지는 않지만 각운을 맞추기는 한다”(History doesn’t repeat itself, but it rhymes)는 명언을 남겼다. 아주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은 다시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의 경구는 지난 100년 간 미국 경제와 주식 시장의 패턴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올해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RB)가 탄생한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이 제도는 1907년 금융 시장의 패닉으로 미국 경제가 마비될 뻔한 위기에 빠지자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미국 지도층의 궁리 끝에 나온 것이다. 경기가 과열되면 돈줄을 죄고 금리를 올려 식히고 경기가 수그러들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주 임무이자 탄생 이유였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의 역사는 이것이 꼭 성공적이지만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1920년 FRB가 생긴 후 첫 불경기가 닥치자 중앙은행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췄다. 과연 경기는 살아났지만 풀린 돈을 투기 자금으로 변해 월가로 몰려들었고 이는 주식 버블을 키웠다. 1929년 10월주가 폭락은 30년대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휩쓴 대공황의 도화선이 됐다.
이같은 패턴은 60년대와 70년대, 80년대와 90년대 그대로 반복되다 2000년대 들어 제대로 터졌다. 2000년 하이텍 버블이 터지면서 미국 증시와 경제가 급속히 추락하자 FRB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1%까지 내리며 마구 돈을 풀었다. 이렇게 풀린 돈은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어 주택 광풍을 일으켰고 2007년 이것이 터지면서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가 일어났다. 그러자 FRB는 이번에는 금리를 0%까지 떨어뜨리고 사실상 무제한 돈을 풀었다. 그 바람에 주식시장은 금융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부동산 경기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주식 투자가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들어 주식이 평균 2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2009년 초 바닥부터 따지면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이들이 기뻐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다우존스 산업 지수는 2007년 10월 1만4,000이었다. 6년이 지난 지금 1만5,000대니까 그 때를 기준으로 보면 10% 정도 올랐다. 연율로 1.5%, 인플레를 감안하면 거의 오르지 않은 셈이다. 거기다 증시를 떠받쳐온 FRB의 무제한 통화 팽창 정책은 끝나가고 있다. 그래도 증시가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마크 트웨인의 경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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