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들만 둘이 있다. 큰 애는대학을 졸업한지 3년이 되었고 작은 애는올 봄에 졸업을 했다. 큰 애는 대학 졸업후 쭉 집에서 머물면서 직장생활을 했었다. 작은 애는 대학을 다니면서 일년에 몇번씩 집에 들렀고 방학 동안에는 그래도제법 오랜 기간 동안 집에 머물렀었다. 그런데 지난 주 두 녀석들 모두 집을 떠났다. 큰 애는 일단 6개월 예정으로 인도로출발했다. 그 후에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단다.
그리고 작은 애는 대학원 공부를 위해중부의 한 주로 이사를 갔다. 한 6년 정도예정으로 말이다. 이제 작은 애는 물론 큰애도 앞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생각하니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애들과 떨어져 있는 연습은 사실 오래 전부터 해왔다. 애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여름에 몇 주씩 캠프에 가 있었기때문이다. 그런데 작은 애가 9학년을 마치고 음악 캠프로 6주간 집에 없었을 때 처음으로 몹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큰애가 그 전에 그 보다 더 오랜 기간을 여름 캠프로 가 있었을 때도 그렇지 않았는데 아마 둘째는 막내로서 집에서 항상 어린애처럼 있다가 안 보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나에게는 둘째가 집을 떠나 있었던그 6주가 내 생애에 가장 길고 지루했던6주처럼 느껴졌었다.
두 애들이 세 살 차이였기 때문에 대학 때문에 두 아이가 모두 떠나 있는 기간은 1년뿐이었다. 그리고 모두 떠나 있었을 때에도 추수감사절 휴일과 방학 기간동안에는 잠깐이라도 집에 돌아오기에참고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작은 애 말로는 올해의 추수감사절 때는 기대하지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흘간의 휴일 기간 동안 평소에도 차로 12시간씩 운전해야 올 수 있는 거리를 휴일의 교통체증과씨름하면서 다녀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이제는 대학원생으로 그렇게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여유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했다. 둘째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그 애가 대학에 입학해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던때가 생각났다. 헤어지기가 못내 아쉬워서 가능하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에 좀 더 오래 참석하는 척 하면서 시간을 끌었는데 참다 못해 둘째가 이제 제발자기를 대학에 가도록 놔 줄 수 없겠냐는불평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더 이상 있다가는 서로 감정 상할 일만 벌어질 것같아 바로 차를 몰고 7시간을 운전해 집으로 돌아왔었다. 이번에 대학원으로 이사 나가는 것을 도와주러 다녀오면서 그때의 경험을 기억해 좀 더 냉정함을 잃지않은 척 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같은 마음이었다. 둘째도 나의 마음을 읽었던지예전처럼 밀어내지 않고 나 스스로 자연스럽게 포기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인내를 보여주어 감사했다.
이렇게 애들을 떠나보내면서 마음속에아쉬움으로 찾아오는 것은 그 애들과 같이 있었을 때 함께 보내는 시간을 좀 더많이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고 했지만 후회되는 부분이 많다. 특히 같이 시간을 보낼 때도 주로 내가 좋아하거나 할 수 있는 활동에중점을 두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두 애들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나도좀 배워서 같이 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손동작이 느리다는 핑계와 사실 그다지 재미도 없어 보여 애들과 그런 게임 한 번제대로 같이 안 해 본게 몹시 후회된다.
애들이 좋아하는 활동에 중점을 맞추었다면 좀 더 많이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낼수 있었을 것이다.
애들은 떠났다. 이제 나의 마음속의 빈공간을 메꾸는 일을 찾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엄두를 못냈던 책들부터 붙들어야겠다. 잡념이 찾아들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래야겠다. 우선 박경리 선생님이 25년간에 걸쳐 집필을 하셨다는 21권으로 된 대하 소설 ‘토지’부터 시작하련다. 이제 겨우 제3권에들어갔는데 새 학년이 되어 다시 바빠지기 전에 끝내고 싶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후에는 대학교 때 부분적으로 대충 읽었던 성 어거스틴의 ‘City ofGod (신국론)’을 다시 읽어 보아야겠다. 또한, 재작년에 읽기 시작했다 포기한 존 롤스의 ‘Theory of Justice (정의론)’에 재도전해 보고 싶다. 그 후에는 고등학교 때읽을 기회를 놓치고 영화 보는 것으로 대신했던 제인 오스틴의 ‘Pride and Prejudice(오만과 편견)’을 챙겨야겠다. 그래도만약에 시간이 남으면 집 앞 뜰 잔디에물 좀 제 때 맞추어 주어야겠다. 그리고차고와 지하 창고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 버릴 것은 버려야 하겠다. 오랫동안 입지 않던 옷이나 더 이상 신지 않는 신발들도 정리해야 겠다.
이번 가을에 처음 대학으로 자녀들을떠나보내는 여러 부모님들에게 축하와 더불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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