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종류는 모두 사람들에게 좋은 공기를 준다고 하는데, 유독 그 가운데 편백나무가 제일이라고 해서 전라북도 장성군에 가면 편백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 있어서 암이나 여러가지 병에 걸린 사람들이 그곳을 자주 찾고, 그 숲속에서 걷기도 하고 캠핑도 한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들은 적이 있다. 편백나무는 특별히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나와 항암 작용에 뛰어나다는 것이다. 내가 사는 이 라스모어라는 곳에도 유난히 소나무 종류가 많은데, 어떤 나무가 편백나무인지를 몰라서 나는 그 나무를 찾기 위해 오랫동안 헤메고 다녔다. 그러다가 얼마전 우연히 친구를 통해 그 나무를 찾게 되었고, 그때 마치 나는 무슨 큰 보물을 찾은 양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편백나무는 잎사귀가 넓적하고 소나무 특유의 가시가 없어서 만져보니 무척 부드러웠고, 잎이 마치 손바닥을 펴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조금 잘라 맛을 보니 은은한 향기가 났다. 내가 그때 느꼈던 감정은 거의 매일처럼 걸어다니는 길가에 그 편백나무 숲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몰라 엉뚱한 곳에 가서 그 나무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었다.
옛날 옛적에 본 ‘파랑새’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두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하루종일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만 찾지를 못하고 지쳐 집에 돌아와 보니, 자신들의 집 처마 끝에 그 파랑새가 앉아있더라는 얘기가 생각났다. 인간들은 어리석어서 자신들이 현재 갖고 있는 행복은 보지 못하고, 다른데서 더 멀리 떨어진 엉뚱한데서 행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불행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우연히 찾은 편백나무를 보고 왜 보통때는 그냥 지나친 것들이 사실은 보석처럼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내 주위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 자신의 남편이나 아내, 또 친구들이 모두 소중하고 자신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함부로 대하고, 마치 영원히 자신들 옆에 있어줄 줄 알지만 어느날 한순간에 그들은 허망하게 우리 옆을 떠나가고 혼자 남게 되었을때 뒤늦게 그들은 깨달을 것이다. 그들의 존재와 가치를, 아쉬움과 그리움을.... 얼마전 늘 가까이 계시던 선배 한분이 세상을 하직하셨다. 그분은 너무 오랫동안 지병이 있었고, 일년 전부터 호스피스가 집을 드나들어서 우리들은 그분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꽤 오랫동안 버티셨다. 아마 죽음의 준비를 너무 오랫동안 해도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기보다 질리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나이 먹은 사람들은 죽음을 위해 기도를 해야한다.
건강을 가지고 오래 산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그러나 수족을 쓰지 못하거나 남의 도움이 필요한 병에 걸린다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적당한 때 떠나주는 것도 축복이다. 마지못해 병간호를 해야하고, 주위를 지치게 만든다면 그건 삶이 아니라 저주이다. 그러나 인생은 마음대로 되어주지 않는 것이 또한 문제다.
나는 가끔 주위에서 더이상 개인의 간호가 도움이 되지 않아 요양원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내가 알던 권사님 한분은 음식이 까다로워 고기나 생선도 좋아하지 않아 일생을 콩나물과 김치만 드시고 사셨는데, 지금 미국 요양원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고 계실까 생각하니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든다.
내 경우만 봐도 양식보다는 한식을 좋아해서 정말 더 늙어서 맛도 없는 차디찬 빵이나 치즈나 햄버거만 먹게 된다면 너무 불행할 것 같다. 그때는 비록 주위에 돌봐줄 아이들도 포기하고, 하루 한끼라도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해 한국행을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지금부터 우울해진다.
올 여름은 유난히 바빴다. 우리 가족 중에 여름 생일이 반이 넘고 8월달만 해도 생일이 네명이나 된다. 가족과의 캠핑 계획도 있고, 친지들의 출판 기념회등 갈데가 많다. 늙어서 할 일이 없어서 우두커니 있는 것보다 바쁜 것이 훨씬 좋다. 우선 심심치 않고 아직 내가 필요한 존재란 것을 느끼며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언덕길을 한바퀴 돌며 편백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몸은 늙어 가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다. 나는 가끔 시간이 날때마다 아마 이 편백나무 숲을 찾아올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나무는 희망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몸은 늙어도 아직 내일이 있고 내일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 희망은 젊은이나 늙은이나 모두에게 살아갈 수 있는 생명력을 선사한다. 그 생명력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힘차게 걷는다. 편백나무 숲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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