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경쟁 촉발시킨 살아있는 건축 교과서
유니온 스퀘어와 23번가를 잇는 일대는 여성 대상의 상점이 많아 ‘여성들의 거리(Ladies Mile)’란 별칭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상점가와는 달리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 주변에 레스토랑과 패션매장, 카페, 바, 헤어샵 등이 자리한 까닭에 혹자는 이곳을 우리나라의 여대 앞과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애비뉴를 타고 올라와 23번가, 브로드웨이와 만나는 매디슨스퀘어(Madison Square)는 이와 전혀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그것은 마천루 경쟁이 촉발시킨 뉴욕의 건축사 이해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4대 대통령 제임스 매디슨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 매디슨스퀘어. 주변의 특징적인 건물에 둘러싸인 채, 나란히 자리한 일대 벤치에 앉아 주위를 올려다본다.
특이하게 삼각형 모양으로 완성된 플랫아이언(Flat Iron), 속칭 ‘다리미 빌딩’을 비롯해 다면체를 조합시켜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완성시킨 40층짜리 ‘뉴욕 라이프 빌딩’도 눈에 들어온다. 또한 1909년 완성되었을 때 다리미 빌딩을 제치고 뉴욕 최고층의 위용을 자랑하던 50층 높이의 ‘메트로폴리탄 라이프 타워’도 보인다. 가히 살아있는 건축 교과서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 뉴욕에서 가장 특이한 건축물, 다리미 빌딩
뉴욕의 특이한 건축물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을 꼽으라면 다리미 빌딩(원 명칭은 풀러 빌딩)이 떠오른다. 이름 그대로 다리미 모양의 삼각체처럼 생긴 이 건물은, 1909년 뉴욕 라이프 빌딩이 완성되기까지 최고층의 영광도 누렸다. 22~23번가에 걸쳐 자리하며 건물 머리가 브로드웨이와 5애비뉴를 나누는 구성.
보기 드문 삼각형이 어색하나, 고전적인 외관과 탄탄한 구조에서 묘한 안정감조차 느낀다. 당초 정교한 왕관을 형상화 한 디자인을 모태로, 특징적인 테라코타에 전통 그리스식 기둥, 거기에 철근을 최초로 건물에 차용한 고층 건물이란 찬사까지 온통 새로움뿐이었다. 건축비평가 폴 골드버거는 영화 ‘스파이더 맨(Spider Man)’에도 등장한 이 건물을 두고 ‘근대 건축물을 충실히 구현하면서도, 외관은 고전적 양식을 차용해 일종의 과도기적 양상을 보인다’고 호평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번화가로 발전한 이곳에는 뉴욕을 대표하는 대형 샤핑가가 입지했다. 티파니 역시 인근에 본점을 뒀으며, 첼시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극장과 레스토랑이 대거 자리했다. 당초 할렘 방향으로 향하는 열차의 정차역까지 이곳에 자리해 활기찬 분위기는 쇠할 줄을 몰랐다.
■ 매디슨스퀘어가든이 처음 세워진 ‘도심 속 쉼터’
이러한 발전 과정에 큰 계기를 마련한 것은 19세기 말 ‘미국 서커스 사상 최고의 흥행사’로 불리던 P.T.바넘이었다. 그는 당시 26번가와 매디슨 애비뉴가 만나는 지점에 대형 건축물을 지었다. 이후 1890년 건물이 대형화되는 과정에 현대와 고전 양식의 절충점을 모색하던 건축가 스탠포드 화이트에 의해 매디슨스퀘어가든(Madison Square Garden, 이하 MSG)이 완성되었다.
전 해 워싱턴스퀘어의 아치를 디자인한 그는, 당시 17,00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연장을 완성시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 최대의 경기·공연장. 당시 지은 건물의 캐치프레이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공연장’는 현재 한 단계 발전해 MSG의 수식어로 쓰인다. 이곳에는 뉴욕 최대의 레스토랑과 함께 첨탑 위에 다이애나라 불리는 조각상까지 설치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MSG는 경영난으로 1925년 일시 폐쇄된 뒤 50번가 8애비뉴로 이전한다(이 자리에 뉴욕 라이프 빌딩 건설). 그리고 1968년에는 현재의 33번가 7애비뉴로 재이전했다.
날씨 좋은 날 매디슨스퀘어는 재미난 거리 공연을 볼 수 있고, 야외 전시장으로서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도심 속의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한다. 특히 2001년 6월 대규모 증축 공사를 마친 이 광장 공원에는 ‘뉴욕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햄버거 전문점’ Shake Shack까지 입점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치즈가 얹혀진 프라이 포테이토와 진한 육즙이 인상적인 Shake 버거를 먹기 위해서는 20-30분 줄 서는 것 정도는 필수. 다만 그 버거와 함께 여유로 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가진다면 맛은 충분히 배가될 듯 싶다.<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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